바그너의 지그프리트의 목가

by 유로저널 posted Jun 0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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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한국에서 오신 분들을 모시고 에펠 탑을 올라간 적이 있다. 가장 위층의 전망대에서 관람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한 청년이 그 곳에 있던 군중들을 향해 큰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여러분! 잠시 저를 주목해 주십시오. 저는 오늘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증인이 되어 주십시오.” 그리고 한 여인 앞에 무릎을 꿇고 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내며 청혼을 하는 것이었다. 물론 여인은 깜짝 놀라며 기쁘게 청혼을 받아들였고 그 곳에 모여있던 군중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그들을 축복했다. 아마 이 이스라엘 청년은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에게 파리에서, 그 것도 파리의 상징인 에펠 탑의 정상에서 가장 감동적이고 로맨틱한 프러포즈를 하기 위해 행복과 설렘으로 오래 전부터 계획하고 준비했을 것이다. 영화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이런 사랑 고백의 방식은 오랫동안 로맨틱한 남성들이 선호해온 방법인 듯하다. 독일의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 (Richard Wagner 1813-1883)도 이런 면에서 매우 로맨틱한 사람이었다.

음악을 통한 사랑의 고백

바그너의 대표적인 관현악곡인 ‘지그프리트의 목가’ (Siegfried Idyll)는 그의 유명한 악극’지그프리트’와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1894년 바그너는 바이에른 왕 루드비히 2세의 총애를 받으며 뮌헨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 당시 자신의 제자이자 친구였던 지휘자겸 피아니스트인 한스 폰 뵐로의 아내 코지마 (작곡가이자 대 피아니스트였던 프란츠 리스트의 딸)와 사랑에 빠지고, 결국 24세 연하인 그녀와 결혼하게 되는데 슬하에 두 딸과 아들을 낳게 된다. 이 첫 아들을 얻었을 때의 바그너의 나이는 56세, 그는 아들에게 ‘지그프리트’란 이름을 지어 주고 그 기쁨을 나타내기 위하여 ‘지그프리트의 목가’를 작곡하였다. 그리고 코지마의 생일인 12월 25일에 이 곡을 선물로 주기 위하여 비밀스런 이벤트를 준비한다. 물론 모든 것은 아내인 코지마가 모르게 진행되었다.

이 무렵 바그너 가족은 스위스 루체른 시에 가까운 트리프시엔에 살고 있었는데 완성된 악보는 12월 4일 제자인 한스 리히터에게 넘겨지고 그는 그 악보를 가지고 취리히로 가 그 곳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실력 있는 단원들을 선출해 12월 21일 연습을 가진 후 12월 24일 루체른의 ‘호수여관’의 홀에서 바그너의 지휘아래 마지막 연습을 은밀히 마친다. 그리고 코지마의 생일인 12월 25일 (마침 일요일이었다.) 이른 아침에 모든 단원들은 바그너의 집에 도착하여 침실 옆 계단에 조용히 보면대를 놓고 부엌에서 악기를 조율한 후 자리에 선 후 바그너의 사인을 기다리기 시작한다. 이 날 동원된 연주자들은 총 15명이었고 지휘자 바그너는 계단의 가장 위쪽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계단이 구부러져 있어서 가장 아래의 첼로와 콘트라베이스는 바그너의 지휘를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나고 오전 7시 30분, 바그너의 지휘에 따라 이 사랑스러운 음악이 연주되었다. 그 때까지도 영문도 모르고 아들과 함께 자고 있던 코지마가 이 음악에 얼마나 기뻐하며 행복해 했었을지는 굳이 글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 화창한 여름날, 아내에게 또는 연인에게,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작은 이벤트를 준비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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