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미(Amy):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남긴 흔적의 재현
아시프 카파디아(Asif Kapadia) 감독, 프랑스 개봉 2015년 7월 8일
(포스터, 사진: 알로시네)
남다른 음악적 감수성을 가진 한 여자아이가 가수가 된다. 런던의 한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에이미 와인하우스는 스무살 때 낸 첫 앨범 Frank로 음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2008년 두번째 앨범 Back to Black으로 5개의 그래미상을 받으면서 세계적인 스타로 올라선다. 하지만 부모님의 이른 이혼으로 인한 상처도 채 아물지 않은 에이미는 험난한 쇼비지니스계를 견뎌내기에는 아직 벅차다. 그녀는 술과 마약에 점점 빠져들게 되고 재활 요양소도 찾지만 끝내 이겨내지 못하고 2011년 7월 23일, 27세의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이한다.
영화 « 에이미 »는 비범했지만 그만큼 예민하고 연약했던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짧았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스타들의 극적인 삶은 파파라치의 카메라에서부터 미디어의 주 관심대상이며 영화 속에서도 끊임없이 재현되어왔다. 아시프 카파디아감독의 « 에이미 » 또한 한 스타 가수의 성장과 죽음에 대한 전기적 이야기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는 않다. 음악적 천재성 못지않게 기이한 행각을 서슴치 않았던 에이미 와인하우스는 그녀의 음악성에 대한 찬사와 함께 이어지는 스캔들로 세간의 입에 쉼 없이 오르내렸다. 그리고 어느 날 런던의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27년간의 생을 마감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접할 수 있었던 에이미의 노출된 삶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카메라가 에이미를 좇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이 영화는 ‘에이미’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일까 ?
카파디아 감독은 ‘스타’라는 이름에 가려진 한 ‘인간’ 에이미를 찾아 나선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에이미의 친구와 동료들이 찍은 그녀의 영상자료를 찾아내고 그들의 인터뷰를 하나 하나 모으고 공연 장면과 텔레비젼 토크쇼 등 미디어에 잡힌 에이미의 생전 모습도 수집했다. 그리고 이것들만이 영화 « 에이미 »의 재료가 된다. 이 영화에는 감독이 찍은 에이미의 모습은 단 한 장면도 없다. 그리고 그가 인터뷰한 사람들의 모습도 영화 속에서 볼 수 없다. 단지 그들의 증언은 목소리로 남아 에이미의 생전 모습위로 얹어지며 화면 속에서 조우한다. 가족과 주위 사람들이 찍은 에이미의 일상과 미디어에 비친 스타의 모습이 서로 짜여져 들어가면서 노래가 좋았던 한 소녀의 삶이 유명세의 중압감 속에 자기 파멸로 이어지는 대비를 이룬다.
(아시프
카파디아 감독, 사진: 알로시네)
친구들과 함께 계단에 앉아 부르는 생일 축하 노래로 시작하는 도입부는 요절한 천재 가수의 화려함보다는 음악을 좋아하고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사랑했던 에이미다. 음악 이야기에 상기되며 녹음실에서 마주한 재즈계의 거장 앞에서 떨림을 감추지 못하는 그녀에게서 그리고 그래미의 호명 후 먹먹함을 보이는 순간의 모습에서 신화화된 스타의 이미지는 찾아 볼 수 없는 자연인 ‘에이미’가 보여진다. 하지만 그 반대편에는 세간의 이목 속에 피폐해져 가는 ‘에이미’도 있다. 치명적 사랑의 대상인 남편 블레이크에 대한 병적인 집착과 그와 함께 마약 중독에 빠져들고 폭력적인 미디어의 카메라에 거침없이 욕설을 퍼붓는 것도 에이미다. 영화는 그녀에게 쏟아진 찬사에 눈길을 주기보다는 그녀에게 집중된 세상의 무겁고 매서운 시선 속에 서서히 죽어 가는 에이미의 ‘혼란스러운 존재’에 힘을 쏟는다. 한 인간의 궤적을 따라 그를 이해하고 다가가기 위해 감독은 차별화된 영화적 장치를 이용해 에이미의 공간으로 들어간 것이다. 음악에 대한 열정 속의 강인함과 부서지기 쉬운 인간적인 연약함을 동시에 가졌던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삶. 다양한 출처로부터 선택한 영상들은 자칫 어긋나고 지루할 수 있지만 리듬감 있는 편집은 이를 상쇄하고 비전문가들이 찍은 이미지들은 때론 거칠지만 가공되지 않고 자연스러운 감정에 충실했던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음악세계와도 닮아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하는 것이 가장 진정한 음악이라고 말하는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음악은 그래서 동시대적이며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극적 효과를 배제하고 꾸며지지 않은 실제 모습의 에이미를 기록한 카파디아 감독의 « 에이미 »는 그래서 가슴에 와 닿는다.
이 영화는 2015년 깐느 영화제 심야상영부분에 초대되었다.
(에이미, 사진: 알로시네)
프랑스 유로저널 전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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