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자전거나라

[유로자전거나라] 터키인처럼 먹고 마시고 쇼핑하기

by eknews posted Aug 17, 2015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터키인처럼 먹고 마시고 쇼핑하기

이스탄불 사람들은 상쾌한 하루를 따뜻한 홍차 한 잔으로 시작한다. 터키인들은 홍차를 흔히 ‘차이’라고 일컫는데 튤립 모양을 쏙 닮아 엉덩이는 통통하고 허리는 날씬한 유리잔에 선명한 선홍빛 홍차를 가득 부어 조심조심 향을 음미하면 환상적이다. 취향에 따라 홍차에 각설탕을 한두 개 첨가하면 상큼쌉쌀한 차 고유의 맛과 달콤한 설탕이 조화되어 더욱 행복해진다.

차이는 터키 전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미 터키인의 생활과 문화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차이는 더 이상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그들의 삶 그 자체가 되어버렸으니. 아침을 상쾌하게 열어주는 역할로 시작하는 차이, 오후에 친구를 만나 담소를 나눌 때 그들의 대화를 더욱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윤활유 역할의 차이, 바자르에서 하나의 물건을 놓고 상인과 가격 흥정을 벌일 때 옆에 놓이는 것도 차이, 저녁에 텔레비전을 보며 반사적으로 들이키는 것도 차이!

차이보다 조금 더 다채로운 맛을 원한다면, 이스탄불 시가지를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생과일 주스를 맛보자. 만들어내는 방식이 조금 독특하다. 커다란 수동 기계에 각종 과일들을 넣고 꾹 누르면 과육에서 싱싱하고 달콤한 즙이 빠져나와 컵에 가득 담긴다. 그 많은 주스들 중 많은 이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것이 두 종류 있는데, 바로 오렌지와 석류다. 특히 알알이 붉은 보석이 꽉 들어찬 석류는 생으로 맛보아도 훌륭하지만 이렇게 주스로 만들어 마시면 그야말로 새콤 달콤~ 건강 음료가 따로 없다.

차이와 주스로 상큼하게 입가심을 하고 시가지를 계속 걸어간다. 풍광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튼튼하게 잇고 있는 갈라타 다리에 도착한다. 다리 자체도 독특하지만, 그 양쪽으로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열심히 낚시대를 드리우고 물고기를 잡는 현지인들의 모습이 참 많이 보인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다가가면 얼굴에 까만 수염 가득한 터키 아저씨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낚시대를 슬쩍 건네 주기도 한다. 아저씨가 잡은 물고기들을 한두 마리 공중에 무심히 던지면 어디선가 갈매기들이 쏜살같이 날아와 서로 먹이를 낚아채 가려 난리 법석을 피운다. 이 갈라타 다리 근처에도 명물이 있다는데, 그것은 바로..

터키를 찾는 한국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는 ‘고등어 케밥’이다. 터키어로는 ‘발륵 에크멕’이라 부르는데, 굳이 번안을 하자면 ‘생선 빵’ 정도 되겠다.

모두가 흔히 ‘케밥’ 하면 빵에 돌돌 만 샌드위치 형태의 먹거리를 떠올리는데, 그것은 수백가지 모습을 가진 케밥의 형태 중 하나일 뿐이다. ‘케밥’은 대부분의 구운 고기 요리를 총칭한다고 볼 수 있으며 옛 유목민 시절의 전통적인 조리법에 유럽의 식문화, 중동의 식문화가 어우러져 재료도 만드는 방식도 매우 다채롭다. 그 중에서도 고등어 케밥은 고등어의 한 면을 불에 넉넉히 구운 후 커다란 가시들을 제거하여 터키의 전통 빵인 ‘에크멕’에 야채와 함께 끼워 먹는 음식이다. 야채, 고등어, 빵.. 매우 이질적인 조합이지만 실제로 맛보면 모든 재료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그야말로 별세계다.

터키는 네 개의 푸른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본토에서 갓 잡은 싱싱한 생선의 맛이 뛰어나다. 한국처럼 생선에 양념을 입히거나 국으로 만드는 조리법은 크게 발달하지 않았지만, 단순하게 튀기거나 구워도 어찌나 맛있는지. 한국에서 익숙한 고등어 요리 외에 겨울 터키에서 맛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생선은 바로 ‘함시’이다.

성인의 검지손가락만한 크기를 가진 작은 멸치과 생선, 함시. 비록 크기는 작아도 저 멀리 흑해에서 품어온 맛은 뛰어나다. 대체 이 작은 물고기를 어떻게 먹을까 싶지만 조리법은 간단하다. 내장과 머리를 제거한 후 통째로 굽거나 튀겨 한 입에 쏙! 전혀 비리지 않고 담백한 맛을 가지고 있어 우리네 입맛에 그야말로 딱이다. 겨울 터키의 거리를 걷다 보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삼삼오오 작은 생선 레스토랑에 둘러앉아 노릇노릇 구워진 함시를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시민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곁들이면 금상첨화인데, 바로 터키맥주.

터키 사회는 의외로 개방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어 분위기에 맞추어 기분 좋게 맥주나 와인을 한두 잔 즐길 줄 아는 멋쟁이들이 많다. 맥주 중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것은 바로 ‘에페스’. 터키 내에서 약 9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현지인들에게 사랑받는 국민 맥주다. 황금빛 맥주 위에 크림처럼 얹힌 부드러운 거품.. 꿀꺽, 하고 시원한 에페스를 한 입 들이키면 눈 앞에 시원한 지중해의 모습이 그려진다. 펍 혹은 주류 판매 허가를 받은 식당과 마켓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본형, 다크, 몰트, 엑스트라, 한정판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오스만 제국때부터 지중해 전역에서 다양한 음식 문화를 흡수한 터키는 수많은 종류의 요리를 발전시켰는데, 특히 고기 요리가 다채롭다. 그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터키의 음식을 하나만 꼽으라면 ‘이스켄데르 케밥’이다. 19세기 터키의 부르사 지방에 살던 ‘이스켄데르’라는 남자가 이 케밥의 조리법을 개발했는데, 현재는 전 국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듬뿍 받고 있다. 넓다란 접시 위에 빵을 살짝 깔고, 그 위에 넓적하게 저며 구운 쇠고기를 얹은 후 토마토 소스로 마무리한다. 접시 한 켠에는 요구르트 소스가 놓이고, 끈적하게 녹인 향긋한 버터를 고기 위에 부으면 이스켄데르 케밥 완성!

이스켄데르 케밥의 원조 가게는 원래 부르사 지역에 있었는데, 얼마 전 이스탄불의 카드쿄이 지구에 분점을 오픈했다. 대를 이어 내려오는 장인의 명가에서 전통을 맛보고 싶다면 구시가지에서 페리를 타고 아시아 지역 ‘카드쿄이’로 건너가 만날 수 있다.

터키 피자도 맛있다. 터키의 레스토랑들은 아직도 전통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부엌 한 켠에 오래된 까만 화덕을 손님용 테이블에서도 볼 수 있다. 이 화덕에서는 케밥이 지글지글 구워 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치즈가 듬뿍 들어간 터키의 피자가 구워지기도 한다.

터키식 피자는 ‘피데’라 불리우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동그란 피자의 모양이 아니라 타원형에 가까울 정도로 길쭉하게 생긴 것이 특징이다. 치즈, 고기, 야채, 햄 등 토핑되는 재료가 다양하니 취향에 맞게 골라 먹어보자. 갓 구운 따끈한 치즈 피데를 한 입 베어물면 빵 위로 노란 치즈가 뭉클뭉클 넘쳐 흐른다.

터키인들은 이렇게 배불리 요리를 맛본 후 어떻게 입가심을 할까? 물론 따끈한 차이도 좋지만, 고기 요리를 먹고 난 후에는 역시 터키식 커피로 속을 다스리는 것이 최고인 듯 하다. 그런데 그냥 커피도 아니고 ‘터키식 커피’라니. 주지하다시피 커피는 가장 먼저 아랍 지방에서 시작하여 오스만 제국과 유럽을 거쳐 전 세계로 전파되었다. 초창기 아랍 스타일의 커피가 곧 터키 커피라고 보면 되는데, 원두를 로스팅한 후 밀가루만큼 곱게 갈아 터키 커피 전용 도구(제즈베)에 물과 설탕을 함께 넣어 보글보글 끓여낸다.

설탕은 넣지 않거나, 중간 정도, 많이의 세 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우리 입맛에는 중간 정도, 터키어로 ‘오르타’가 맞는 편이다. 끓여낸 커피를 필터에 거르지 않고 그대로 작은 컵에 담으면 맛있는 터키 커피가 완성된다. 단, 커피 안에 잔뜩 가라앉은 원두 찌꺼기는 먹지 않고 그대로 버리는 것이 전통이다.

터키 커피의 맛은 한국에서 흔히 접하는 인스턴트 커피나 프랜차이즈 커피, 에스프레소와는 다른 진하고 남성적인 매력을 간직하고 있으니 이국적인 문화를 체험하는 셈 치고 한 번 맛 보자.

쌉쌀한 터키 커피와 궁합이 잘 맞는 터키의 전통 디저트는 바로 ‘로쿰’이다. ‘터키쉬 딜라이트’ 라는 영문 명칭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터키의 즐거움이라.. 얼마나 맛있길래 이런 멋진 별칭을 가지고 있을까. 깜찍한 큐브 모양의 젤리를 입안에 쏙 넣으면 보드랍고 말랑말랑한 기쁨이 입 안 가득 퍼져오르니 과연 ‘터키의 즐거움’답다. 지중해 근방과 중동 근처에도 많이 알려져 있는, 명성 드높은 전통 디저트이지만 그 원조가 터키라는 것에는 아무도 이견이 없다.

15세기 초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로쿰은 19세기에 오늘날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품질 좋은 설탕, 옥수수 전분, 물, 여기에 각종 과일이나 견과류를 첨가한 후 모든 재료를 보글보글 끓인 후 식혀서 굳히면 달콤한 터키식 젤리인 로쿰이 만들어진다. 지역마다 특색있는 로쿰이 한 두 종류는 있는데, 어떤 재료가 선택되느냐에 따라 그 맛도 수십갈래로 나뉘어진다. 과거 오스만 제국 시절에는 술탄과 궁중의 여인들이 즐겨 맛보았다 하니 그들이 사랑한 우아한 제국의 맛을 직접 즐겨 보자.

이스탄불 시가지에는 1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로쿰 전문점들이 곳곳에 위치해 있다. 직접 맛보고 원하는 것을 구매할 수 있도록 로쿰을 조금씩 잘라 주는 것은 부담스러워 할 필요 없는 기본적인 서비스! 진한 터키 커피, 혹은 맑은 홍차와 함께 장미맛 로쿰을 한 조각 입에 넣는다면 달콤한 천국이 따로 없다.

이스탄불 골목 깊은 곳에 위치한 현지인들의 시장, <바자르>에 들어가 터키 특산 물품들을 구경해 보자. 이스탄불에서 잘 알려진 바자르는 두 군데인데 <그랜드 바자르>와 <이집션 바자르>이다. 지붕이 막힌 골목 형태의 실내 시장인 바자르에는 수많은 소규모 상점들이 빽빽히 들어차 있어 터키 특유의 전통적인 분위기가 물씬 묻어난다. 어두운 실내에서 황금의 빛을 발하는 각종 장신구들, 코를 자극하는 다양한 향신료들, 부드러운 비단과 카펫.. 모두 한 자리에 집산되어 있어 1년 365일 내내 터키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 중에서도 인기있는 소품은 파란 눈동자 모양을 한 ‘나자르 본주’ 이다. 짙푸른 유리 안에 또 다시 파아란 눈동자가 박혀 있다. 터키를 비롯한 지중해 근처 중동 지방에서 예부터 사용하던 민간 호적인데, 안에 박혀 있는 푸른 눈이 강력한 힘을 가진 악마의 눈이다. 이것을 지니고 있으면 나를 바라보는 질투의 시선이나 재앙이 거꾸로 제압당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 나쁜 일을 예방하고 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터키인들은 생각한다. 일상 생활에서 혹은 아름다움을 위한 악세서리로도 많이 활용되기 때문에 터키인의 집 현관에서, 자동차 백미러에서, 팔찌에서, 식탁보에서, 그 외의 모든 곳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소품이다. 처음 보았을 때는 다소 기괴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자꾸 접하다 보면 푸른 눈의 매력에 빠져 나도 모르게 한 개 정도 슬쩍 구매하게 된다.

나자르 본주만큼이나 전통적인 문양을 가지고 있는 터키식 접시들도 훌륭한 기념품이 된다. 전통적인 아라베스크 문양으로 화려하고 다채롭게 장식되어 있는 터키식 접시와 도자기는 많은 여성의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나는 운 좋게도 지방에 위치한 타일 공방을 방문할 기회를 얻어 처음 채색되는 과정부터 구워지기까지의 과정을 눈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장인이 섬세한 손으로 직접 전통 문양을 디자인하고, 붓으로 채색하고, 가마에 이를 구워내니 타일 하나와 접시 하나에 얼마나 많은 정성과 손길이 닿고 들어가는지 놀라울 지경이었다. 터키 장인의 손길을 곁에 두고 느끼고 싶다면 직접 만든 도자기류를 기념으로 가져가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바자르에서 관련 물품들을 쉽게 접할 수 있으며, 조금 더 모던한 느낌을 가미한 디자인의 소품들을 원한다면 시가지에 위치한 ‘파샤바흐체’ 등의 전문점에서 구입 가능하다.

향기로 느낄 수 있는 물품들도 있다. 지중해와 에게해를 품은 터키에서는 품질 좋은 올리브가 많이 생산된다. 올리브는 염장하여 먹기도 하지만, 터키인들은 이를 천연 비누로 만들어 집에 두고 항상 사용한다. 100% 올리브로만 만든 비누는 겉보기에 약간 투박해 보여도 실제로 사용해 보면 피부가 정말로 매끈매끈! 혹은 다양한 꽃과 과일 추출물, 좋은 허브를 첨가한 세련되고 향기로운 비누들도 터키 전역에서 만날 수 있으니 놓치지 말자.

터키의 중서부에 위치한 ‘으스파르타’라는 지역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미 생산지다. 이 지역의 아름다운 꽃, 장미를 이용하여 만든 향기로운 로즈 오일은 예부터 터키 미녀의 비결로 알려져 있으며 그 외에도 향수, 장미수, 비누, 목욕 용품 등의 다양한 있다. 참으로 다채로운 터키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