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큐레이터들의 집요한 터너 키우기 전략 전술 1
‘세계 미술사 주도권 쟁탈의 문화전쟁’
최근 데이트 브리튼 갤러리의 터너 미술관에 걸맞지 않은 미국의 마크 로스코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어 관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의 추상 표현주의 계열의 마크 로스코의 음산한 작품들은 원래 데이트 모던의 별관에 전시된 작품들이었다. 이것들을 왜 터너 미술관에 옮겨 전시하고 있을까?
영국 낭만주의 시대의 거장 터너와 미국 신추상표현주의 마크 로스코는 시간적 간격과 거리적 간격만큼 먼 거리에 있다.
데이트 브리튼 갤러리 큐레이터 팀들이 로스코의 그림을 옮긴 까닭은 터너관의 전시장에 바로 들어서자마자 오른 쪽의 벽을 주시하면 금방 해답을 찾아낼 수 있다.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 문제의 이 그림은 터너(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1775-1851)가 1827년에 실험 작으로 그린 바다 풍경 Three Seascape 이다.
이 작품은 놀랍게도 옆에 걸려있는 마크 로스크의 1961년작 무제(Untitled)와 정말 흡사하다.
이 두 그림을 놓고 보면 마크 로스크(Mark Rothko 1903-1970)는 마치 터너의 그림을 복제한 것 같이 착각할 수도 있다.
즉 이 전시를 기획한 영국의 큐레이터는 터너가 미국의 신추상표현주의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강조하고 대중들에게 설득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사실 바다의 수평선과 먼 바다와 포말이 있는 해안 바다 그리고 해안선등으로 구분된 수많은 수평면의 분할은 터너뿐만 아니라 이미 수많은 작가들의 그림에서 표현되었다.
그러나 묘하게도 음산한 분위기와 갈색조의 흐리고 어둔 면의 분할은 마크 로스코의 그림과 별다르게 보이지 않는다.
당연 마크 로스코가 터너의 이 작품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우겨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그러나 터너의 Three Seascape은 그의 전 작품에서 좀처럼 발견할 수 없는 아주 희귀한 화법의 작품이다. 즉 마크 로스크와의 관계는 1,2회성의 우연적 표현의 일치라고 반박해도 별 무리가 없다.
당연 큐레이터는 정말 힘들게 찾아내어 기발한 착상으로 마크 로스크와 연결시켜 터너가 미국의 신 추상표현주의에 영향을 주었다고 굳히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한 작가의 작품을 끄집어내어 다른 작가와 연관을 맺게 한다면 세상에 연관이 안 될 작가가 없다.
이를테면 중국의 큐레이터가 19세기 말의 제백석과 한국의 서세욱의 그림을 연결해 제백석이는 한국의 현대 작가에게까지 영향을 끼쳤다고 말 할 수도 있다.
또 한국의 여류 현대작가 ‘이불’의 노골적 성(性)적 표현작품 경향은 영국의 사라(Sarah Lucas)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우길 수도 있다.
영국의 사라(Sarah Lucas)의 이러한 성적 묘사 작품은 한국의 여류작가 <이불>에 의해 이미 유사한 작품이 발표되었다.
터너의 아무 곳에나 껴 넣기 시도는 데이트 브리튼뿐만 아니라 내셔널 갤러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현재 세인즈 버리 윙의 지하 별실에서 전시중인(필자의 문화현장 6기사 참조)
‘코로에서 모네’까지의 기획 전시회에서도 터너와 존 콘스타블을 코로의 작품 한 쪽 구석에 나란히 전시해 마치 프랑스의 풍경 화가들과 직접 간접의 관련을 맺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영국 큐레이터의 조직적이고 집요한 노력은 이곳뿐만 아니다.
데이트 모던의 3층 상설 전시관엔 잭슨 폴록등 미국의 신추상표현주의 작가들이 걸려있는 공간이다.
이 공간의 한편에 모네(Claude Monet 1840-1926) 의 수련 대형작품이 걸려있다.
그리고 옆으로는 다시 마크 로스크의 그림을 걸어 모네의 후기 작품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모네와 유사성을 은근히 암시하기 위해 함께 전시중인 마크 로스코의 작품 Untitled circa 1950-2 이러한 의도는 물론 터너-> 모네-> 마크 로스코의 관계드러내기 위한 의도적인 전략이다.
그러나 단순한 사고를 가진 관객에겐 여기까지 보여주지만 이면에는 치밀한 전략 전술이 역시 내재되어 있다.
모네는 후기 인상파 시절의 연작 '수련' 시대 이 전에 영국을 방문해 3년 체류했다.
이 때 터너의 영향을 받고 작품이 변화한 것은 이미 의심할 여지없는 정설로 굳히기를 시도하고 성공했다. 다음 호에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