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쇼널 갤러리, 에드 키엔홀즈 부부의 공동 작품 The Hoerengracht
18 November 2009 - 21 February 2010
만약 부산의 완월동이나 인천의 앨로우 하우스, 대구의 자갈마당, 사창가 한 박스를 미술관으로 옮긴다고 상상해 보자. 그 것도 사설 미술관이 아니라 국립 중앙박물관의 전시장이나 현대 미술관의 품위 있는 미술품들이 있는 전시장으로 옮긴다고 상상해 보자.
매춘 여성들이 손님을 유혹하고 성(性)스러운 그 영업을 하는 방을 그대로 꾸민 다음 그 여인마저 석고로 복제하자. 그녀들이 마치 방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 다음 그 영업하는 집 모퉁이에는 이제 은퇴해 팸프로 생계를 유지하는 중년 여인을 세워두고 거리를 기웃거리는 중년 남자의 모습도 보이게 해보자.
그리고 그 광고를 대대적으로 하자. 물론 시민의 예산으로 지하철 등에 포스타도 걸고 신문과 잡지에도 내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면 과연 한국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이런 일이 실제로 지금 런던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품위 있고 격조 있는 미술품만을 전시해오고 있는 내셔널 갤러리에서 지금 네덜란드의 사창가의 한 건물을 그대로 복제하고 그 안에는 영업하는 실제의 창부들을 석고로 뜬 후, 실제의 인물처럼 만든 후 전시를 하고 있는 중이다.
이 파격적인 전시장에는 언제나 많은 관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젊은 사람보다는 주로 중년 백인 관람객이 몰려들어 신기한 눈초리로 홍등가의 뒷골목을 어슬렁거리듯이 기웃거리고 있다. 네덜란드의 실제 거리인 Red Street (The Hoerengracht)은 배낭여행을 하는 한국의 학생들이 실제로 순례여행을 하듯 꼭 들르는 성소와 같은 곳이다.
나는 전시장을 돌아보며 많은 질문을 했다. 왜 대부분의 한국의 남녀 대학생들이 이곳을 빼놓지 않고 들르는지, 네덜란드나 다른 유럽 국가에는 이런 공창들이 주로 수도등 대 도시 주변에서만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한국에선 전국의 도시에 다 이런 공창들이 산재되어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아직도 매춘을 더러운 전염병 보듯이 하는지. 또 왜 이런 미술작품들은 나오지 않는 것인지.
만약 한국에서 한 유곽을 이렇게 옮겨 공공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전시를 했다면 한국의 유림들이 들고 일어나 데모를 하고 신문이나 방송은 집중적으로 성의 타락과 말세 현상을 공격할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그들은 저녁이면 다시 성업 중인 전국의 그 장소로 다시 몰려 가 대낮에 벌린 무용담으로 버무려 이중성에 취하고 말 것이다.
혹시 매춘과 조건만 보고 하는 결혼이나 중매결혼은 다를 바 없는 것이 아닌가? 사랑이나 애정이 없이 생활의 안정을 위해 결혼을 하는 것은 자기를 장기적으로 파는 매춘과 무엇이 다른가? 나는 솔직히 아리송하기만 하다. 1회용 승차권이라고 사실 비난을 받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미술관에 이런 유곽이 하나의 미술작품으로 전시된 것은 또 하나의 이변이 틀림없다. 그러나 전혀 새로운 것도 낯설은 것도 아니다. 우린 성행위로 태어난 자손들이고 그것은 사실은 생명의 보존을 위한 엄숙하고 아름다운 행위인 것이다.
성(性)이 거리로 나오기 시작한 것은 불과 반세기이고 성의 개방과 자유의 확대는 여성의 인권과 비례하여 발전하기 시작했다. 또 이것은 그동안 은밀하고 어둡게 감추어져 있던 것들을 밖으로 드러낸 것뿐이다.
내쇼널 갤러리에서 전시중인 에드 키엔홀즈 부부(Ed Keinholz, Nancy Reddin Keinholz)의 공동 작품 The Hoerengracht은 2월 21일까지 전시된다.
<전하현/ writer, hyun.h.Jun 미술사가, 문화 평론가, 미술사를 강의하며 본지에 만화로 보는 세계문화사(유로저널)를 연재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