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내가 비젼이고 내가 미래다
서구 미술에는 모더니즘 이후 후기팝과 미니멀회화, 물신숭배와 해프닝 그리고 환경미술, 비디오 아트 등이 출현했었다. ‘신자연주의’가 이와 유사해 보일 수는 있으나, 사실은 이들과 그 몸짓이 다르다. 또한 이것은 19세기에 있었던 자연주의와도 다르다.
인간의 문명이나 사고, 발달과정, 즉 아담과 이브의 자연스러운 것이 서양의 자연주의다. 그러나 신자연주의는 사람 그 자체가 모든 것의 중심으로, 인간의 욕망이 창조해 새롭게 만들어낸 사회적 문화의 소산들, 역사, 문화, 사회, 변화되는 문명의 과정 등 그 자체를 자연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대상으로 출발한다. 사람을 중심으로 한 순환논리, 이것이 바로 가나인(본명:전하현, 1964-)의 작품논리이다.
74개의 눈과 신자연주의, KaNaIn, stencil screen printing, 2015
신자연주의는 전통적이고 고유한 향토문화를 기반으로 한 보편성으로부터의 나온 고유성을 우선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이는 삶을 들여다 보는 도구로서 정신분석학자 칼 융 박사의 집단 원형 무의식을 채택하는 것이다.
“신자연주의를 ‘주의’, ‘이즘(-ism)’이라 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이미 이러한 방식으로 이 시대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신자연주의’를 통해서 단지 끄집어내고 조합하고 환기를 시키고 있을 뿐이다. 즉 ‘신자연주의’는 삶의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다시 말해, 신자연주의는 21세기를 여는 과도기적인 가나인의, 그리고 우리의 삶의 기록이자 미학이고 사조라 할 수 있다.
이것이 신자연주의다, KaNaIn, lithography, 2015
미술에 있어서의 자연주의, 시와 문학에 있어서의 자연주의 그리고 하나의 자연스런 몸짓인 무용에 이르기까지 그 연결고리를 보여주며 포스트 모더니즘적 현상을 극복하고, 인간을 둘러싼 사회, 문화 속에서 숨은 본질을 드러내 삶 자체에서 드러나는 삶의 신비를 밝히고자 하는 것이 작가 가나인의 목적이다.
그래서 그는 사람 그 자체가 모든 것의 중심이라는 마음으로 십우도의 ‘반본환원’의 개념을 직접 실천하고자 한다. 신자연주의는 모든 삶에서 이탈된 삶을 그 자체로 환원하는 것을 추구한다. 이것은 사물이 그 사물의 본질로부터 벗어난 것을 되돌리는 되돌림의 미학이다.
한 집단의 정체성, 관계, 질서, 사람이 중심인 사회의 순환논리 속에서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깊은 내면이나 본질, 혹은 그 사람들을 찾으려고 한다. 개인의 깨달음의 과정을 진솔하게 드러내고, 증언, 고백하는 방식으로 각기 다른 삶의 숨은 본질을 찾아낸다.
즉, 가나인은 각 개인의 움직임이 비젼이고 미래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비젼이고 내가 미래다. 내 삶 속에서 나에게 적합한 미래를 내가 찾기 때문이다. 나를 찾아가는 운동, 나를 중심으로 한, 인간의 생명을 본질로 하는 것이 신자연주의다”고 그는 설명한다.
신자연주의와 사람, KaNaIn, lithography, 2015
결론적으로, 신자연주의는 20년간 한국 미학과 런던에서 서구인의 미의식을 연구하면서 이루어진 가나인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인간 본연으로 돌아가, 자연 종속적 관계에서 벗어나 인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새로운 질서를 회복하고 싶어하고, 아름다운 삶을 복원하기 위한 환경보존 운동에 동참하며 신자연주의가 건강한 예술로 진행되기를 희망한다.
그는 원효대사의 ‘대승기승론’에서 발견한 이 새로운 한국 미학이 세계의 미학으로 우뚝설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러면서 조심스레 “이것이 진정 가치가 있는 것인지, 미래 삶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다”라고 덧붙인다. 하지만, “내 삶이 시가 되게 하겠다”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그의 여정은 그의 천복의 따르는 과정임에 틀림없다.
천복을 따르는 모험에 뛰어든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고난과 혹독한 경험을 겪고 그것을 통해 미성숙 상태를 박차고 나와 자기 책임과 자기 확신 위에 영위되는 풍부하고 성숙한 삶을 맞이하게 된다고 신화학자 조셉 캠벨은 말했다.
예술가로서 영감을 잉태하고 작품을 출산하여 자신의 생명을 다른 생명에게 나누어주는 것은 전쟁에서 전우를 위해 목숨을 바친 전사나, 목숨을 걸고 출산하는 어머니, 그리고 아이가 어른으로 홀로서기를 할 때까지 엄청난 정신적·육체적 변모 과정을 겪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캠벨은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모두 영웅이라고 했다.
다중구조, KaNaIn, 2014
예술가 가나인은 그가 살아야 하는 삶을 지금 살고 있으면서, 스스로가 자신의 삶의 영웅임을 보여주고 있다. 올 하반기에 있을 한국 전시와 내년에 있을 영국 전시에서 그의 여정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그가 제시하는 비젼을 통해, 우리 자신 미래의 적절한 비젼은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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