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프라이머리’ 속에 숨은 모순
현역만 유리한 완전국민경선(오픈프라이머리),“기득권 고착화 우려”
여야가 내년 4월에 열린 20대 총선 때 후보로 내세울 ‘선수 선발방식’인 공천 방안에서 정치혁신 차원에서 경쟁적으로 각각 내세운 완전국민 경선제가 정치신인ㅇ의 등장을 차단하고 기득권 의원들에게만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이 지난 4월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당론으로 채택한 데 이어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9월7일 일부 지역구에 한해 전략공천을 유지하되, 국민참여경선으로 총선 후보자를 결정하는 내용의 공천혁신안을 발표했다.
김무성 대표가 주장해온 100% 오픈프라이머리의 경우 각 당이 마련해 놓은 경선 투표소에 유권자가 들러 한 표를 행사하는 방식이다. 여당 지지자, 야당 지지자, 혹은 무당파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투표에 참여해 선거에 나설 인물을 선택한다. 김 대표는 야당에 오픈프라이머리를 같은 날 동시에 실시하자고 제안해놓은 상태다.
‘개방된 예비선거’라는 뜻처럼 모든 유권자가 당내 경선에서 투표권을 행사해 직접 후보를 선출한다는 점에서 새정치연합 방안보다 개방성과 투명성이 더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새누리당은 오픈프라이머리 결과에 불복해 무소속으로 등록하는 경우 등록을 무효로 하고, 무소속 출마를 위해 탈당한 인사는 선거일 이후 5년간 복당을 금지하도록 하는 등 오픈프라이머리 결과에 강력한 구속력을 부여했다.
특히 새누리당은 정치권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계파정치’, ‘보스정치’ 문화를 혁파한다는 취지에서 전략공천은 아예 실시하지 않기로 해 ‘전략공천 20% 유지’를 내세운 새정치연합의 혁신안과 대비를 이뤘다.
우선 오픈프라이머리가 실시될 경우 총선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내부 지적이 많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지난 9월7일 “오픈프라이머리나 상향식 공천을 실시할 경우 영입대상 우수 정치신인들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만 몰리는 현상이 심화돼 우수 인재의 적정 배치를 통한 다수 의석 확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픈프라이머리가 현역 의원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정치 신인에게 불리하다는 점 때문에 총선을 통한 인재 수혈이나 ‘물갈이’가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새누리당 내에서는 이정현 최고위원 등 친박계를 중심으로 오픈프라이머리 시행시 나올 수 있는 기득권 고착화·역선택·비용 등의 문제에 대한 보완책 마련을 주문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지난 9월7일 발표한 공천 개혁안의 핵심은 안심번호(휴대전화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는 번호) 도입을 전제로 ‘국민공천단 100% 경선’을 시행한다는 것이다. 현행 40%에 달하는 선거인단 내 권리당원 비중은 0%로 줄어든다. 다만 안심번호 도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민공천단 70%, 권리당원 30%로 선거인단을 구성한다.
국민공천단은 선거구별로 300명 이상 1000명 이하로 구성된다. 중앙선관위가 개인정보 노출이 차단된 안심번호를 기반으로 한 선거인단 명부를 제공하면 그 중에서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국민공천단 희망자를 선별하게 된다.
전화에서는 우선 새누리당 지지자들을 걸러낸다. 여당 지지자들이 새정치연합의 경선에서 상대하기 수월한 후보를 뽑는 역 선택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비 새누리당 지지자 중에서 ‘선거인단에 참여할 것인가’를 물어본다. 참여한다고 답하면 선거인단으로 결정된다.
선거인단에 포함된 사람들은 현장에 나와 후보자의 연설 및 정책토론 과정을 들어본 후 직접투표할 수 있고, 후보의 동영상·이력·약력을 보고 자동응답전화(ARS)로 투표를 할 수도 있다. 일련의 공천 과정이 국민들의 선택에 의해 이뤄지는 셈이다.
김상곤 혁신위원장도 “국민의 힘으로 국민의 국회를 만들기 위해 국민이 공천하도록 했다”고 이번 혁신안을 소개했다.
양당의 방식은 당원이 아닌 불특정 국민들이 주체가 돼 정당 경선이 진행되는 점에서 같다.
차이점은 여당의 안은 유권자 전원을 대상으로 하고, 야당의 안은 특정 국민공천단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여당 내에서도 역선택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경선 참여 인원을 제한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협상의 여지는 충분하다.
특히 선거인단을 구성해 후보를 뽑는 국민참여경선은 안심번호 제도가 도입될 경우 권리당원과 일반국민을 구분하지 않고 선거인단을 구성해 투표 결과를 100% 반영해 후보자를 선출하기로했다. 반면에 안심번호가 도입되지 않으면 일반 국민 선거인단 투표 70%, 권리당원 투표 결과 30%를 각각 반영하기로 했다.
현재 선거인단 구성이 일반 국민 60%, 권리당원 40%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의 참여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상향식 공천을 확대한 셈이다.
다만, 새정치연합이 제시한 국민참여경선은 새누리당이 제안한 오픈프라이머리와 비교하면 더 폐쇄적인 방식이라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윤곽을 드러낸 여야의 공천방식을 비교하면 새누리당은 공천의 투명성에, 새정치민주연합은 ‘물갈이 공천’에 상대적으로 주안점을 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민공천제가 도입되면 현역 의원이 정치 신인보다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게 중론이다. 오랫동안 지역을 관리해온 전직 의원들도 불리할 게 없다. 경선이든, 여론조사든 결국 인지도와 조직력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전직 의원들이 재기를 노리는 곳이 대부분 19대 총선에서 처음 ‘배지’를 단 초선 의원들의 지역구라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선거구 재획정, 지역구·비례대표 의석 수 조정 등 변수가 많다는 점도 이런 현상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유로저널 정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