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그들의 마지막 선택

by 유로저널 posted Mar 1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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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영화가 기승전결의 구조를 가진 만큼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더없이 중요하다. 밋밋하던 영화가 강렬한 마지막 장면으로 인해 걸작으로 변신하기도 하고, 반대로 잘 나가던 영화가 어설픈 엔딩으로 좌초하기도 한다. 특히, 주인공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그것도 타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의에 의해서 죽음을 맞이하는 마지막 장면들은 오랫동안 관객들의 뇌리에 남는 감동 또는 충격을 주곤 한다. 그렇게 잊지 못할 주인공들의 마지막 선택을 볼 수 있는 영화들을 몇 편 골라봤다. (참고로 이것은 어디까지나 영화, 즉 예술 작품 속에서만 한정되어야 한다. 즉, 부득이하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거나 숭고한 인류애를 위한 희생이 아니라면 어떤 경우에도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것은 합리화될 수도, 미화될 수도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


내일을 향해 쏴라 (1969)

로버트 레드포드와 폴 뉴먼이 처음으로 멋진 콤비를 이룬 작품으로 이후 그 인연은 ‘스팅’에까지 이어졌다. 원제는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로 극중 두 주인공의 이름이며, 훗날 훌륭한 영화인들을 발굴해낸 선댄스 영화제는 로버트 레드포드가 연기한 주인공 선댄스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 폴 뉴먼이 캐서린 로스를 자전거에 태우고 달릴 때 흐르던 노래 Rain Drops Keep Falling On My Head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으며, 아카데미에서 각본상, 촬영상, 작곡상, 주제가상 수상한 여러모로 의미있는 작품. 비록 도둑에 불과하지만 결코 살인을 하지 않는, 그래서 악당일 수 없는 두 주인공이 볼리비아에서 마지막 범행 뒤 그들을 체포하러 온 군부대에 포위되어 있다가 총탄을 쏘며 뛰쳐나올 때 화면은 정지되고 뒤이어 여러 발의 총성이 울리면서 영화는 끝난다. 그들은 비록 수많은 총탄을 맞고 사망했겠지만 영화는 그 장면을 보여주지 않고 대신 그들의 자유와 용기를 마지막 장면으로 보여주며 관객들의 가슴에 오랫동안 잊지 못할 감동을 안겨주었다.


정무문 (1972)  

설명이 필요 없는 이소룡 최고의 걸작. 1908년 상해, 실존했던 쿵푸의 대가 후오 얀지아의 죽음을 그린 작품으로 이소룡은 일본인의 멸시와 핍박 속에서 울분을 참아야 했던 중국인의 분노를 액션으로 승화시키는 역할을 통해 쌍절곤을 비롯 그의 무술의 절정을 선보인다. 해외 로케로 촬영했던 ‘맹룡과강’이나 이후 헐리우드 진출작인 ‘용쟁호투’ 보다 설득력 있는 액션의 개연성, 그리고 중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연계된 이소룡의 캐릭터 등이 상승효과를 이루어 여러 면에서 이소룡의 출연작 중 감히 최고라고 말 할 수 있다. 영화의 마지막, 모든 일본 악당들을 홀로 다 무찌른 뒤 그러나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경찰의 체포, 중국인이기에 당할 수 밖에 없었던 부당함과 억울함에 사무친 그는 순순히 체포되기보다는 장렬한 죽음을 선택하며 경찰들의 총구를 향해 마지막 날라차기를 하고 역시 화면은 그 순간 멈춘다. 이소룡의 출연작 중 유일하게 그가 죽음을 맞이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델마와 루이스 (1991)

대중적으로 널리 흥행하거나 알려지지 않았지만 감독부터 배우, 그리고 작품 자체로서도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한 걸작 로드무비이자 몇 안되는 여성 버디무비이다. ‘에이리언’과 ‘글라디에이터’를 연출한 거장 리들리 스콧이 연출을, 지성과 개성을 겸비한 몇 안되는 훌륭한 여배우들인 수잔 서랜든과 지나 데이비스가 타이틀롤을, 그리고 뜨기 전 브래드 피트의 풋풋한 매력, ‘피아노’의 명배우 하비 케이틀의 조연 연기까지 최고의 라인업이다. 영화는 여전히 그들을 차별하고 그들을 괴롭히는 세상과 맞선 두 여자의 우정과 페미니즘적인 메시지, 그럼에도 역시 헐리우드적인 오락요소까지 맛볼 수 있다. 영화의 마지막, 경찰차에 포위된 채 차 안에서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그 둘은 ‘우리 잡히지는 말자’라는 말과 함께 서로 손을 붙잡고 절벽위로 질주하며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며 화면이 멈춘다. 세상에 굴복하고 순응하기 보다는 영원한 자유를 찾아, 그리고 우정을 간직하며 죽음을 택한 델마와 루이스. “결국 여성은 세상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냐?”라는 논쟁도 일으켰지만 그래도 마지막 장면의 감동은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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