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행로(The Fabulous Baker Boys, 1989)

by 유로저널 posted Apr 1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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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시네마 천국 시간에 필자가 열광적으로 사랑했던, 소중히 아껴오던 영화들 가운데 한 편을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오늘 그 첫 영화로 지난 번 ‘형제는 용감했다’ 편에서도 살짝 언급한 바 있는 ‘사랑의 행로’를 소개하려 한다.

사실, 원제목인 ‘The Fabulous Baker Boys’(번역하자면 전설적인 베이커 형제쯤 되겠다)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랑의 행로’라는 다소 촌스러운 우리말 제목 탓에 여러모로 너무나 매력적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개봉 당시나 비디오 출시 당시 참패에 가까운 외면을 당한 안타까운 작품이다.

일단, 이 영화를 연출한 스티븐 클로브스 감독은 데뷔작인 이 영화를 포함해 불과 두 작품만을 연출한, 별로 알려지지 않은 감독이지만 놀랍게도 그는 바로 해리포터 전 시리즈의 각본을 담당한 거물(?)이다. 게다가 비록 직접 연출을 하지 않았지만 이 영화의 제작진은 ‘아웃 오브 아프리카’와 같은 작품으로 드라마에 일가견이 있는 저 유명한 시드니 폴락 감독의 사단인 만큼 이 영화는 이미 시작부터 만만치 않은 내공(?)을 자랑한다. 제목에서도 연상되듯이 이 영화를 이끄는 축은 두 명의 베이커 형제 피아니스트와 그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다 그 동생과 사랑에 빠지는 여가수 수지이다. 이 영화에서 상반된 성격을 지닌 형 프랭크와 동생 잭이 보여주는 갈등과 우애는 그 어떤 영화에서 그려낸 형제의 이야기 보다도 사실감이 뛰어난데 그 이유는 바로 프랭크와 잭 역을 맡은 보 브리지스와 제프 브리지스가 실제 형제인 까닭이다. 또한, 그 동안 예쁘기만 한 금발배우로서의 이미지를 떨쳐내고 너무나 매혹적인 재즈가수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낸 미셸 파이퍼의 연기는 최고. 그녀는 이 작품을 통해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도 후보로 올랐었다. 원래 배역이 가수이자 연기자인 배트 미들러에게 돌아갈 예정이었으나 이 역할을 맡고 싶었던 미셸 파이퍼가 맹연습 끝에 실제 훌륭한 노래실력을 연마해 배역을 따냈다는 얘기가 있었다. 사실, 통통한 아줌마 이미지인 배트 미들러 보다는 미셸 파이퍼에게 훨씬 더 어울리는 역할이기도 했고, 마치 프로 가수인 듯 미셸 파이퍼는 영화 속에서 실제로 뛰어난 노래 실력을 선보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완벽하게 받쳐준 음악을 담당한 이는 현대 재즈계의 최고 거물이자 시드니 폴락의 파트너와도 같은 데이브 그루신, 영화 전편에 흐르는 주옥 같은 재즈음악들은 바로 재즈거장의 손길을 거쳐 만들어진 음악이었으니…

영화는 모범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한 가정을 책임지고 철부지 같은 동생을 염려하며 안정적인 생활을 바라는, 그래서 그 생활 수단으로 음악을 연주하는 형과 자유분방하고 음악을 향한 뜨거운 열정으로 인해 그런 형과 마찰을 빚으며 생계를 위해 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갈등하는 동생이 벌이는 이야기이다. 형제 피아노 듀엣만으로 더 이상 관객을 모을 수 없을 것 같아 여가수를 기용하게 되고 매혹적인 여가수 수지의 합류로 인해 이들은 말그대로 잘나가는 음악인이 되지만 형의 우려대로 수지는 동생 잭과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결국 더 나은 성공을 위해 팀을 떠나게 되며, 쌓였던 갈등이 폭발한 형제는 크게 다툰 뒤 그러나 변치 않는 우애를 확인한다.

미셸 파이퍼가 첫 무대에서 실수로 마이크에 대고 욕설을 하고 가사가 적힌 종이들을 놓치는 등 무대를 망칠 것 같다가 매혹적으로 노래를 시작하며 사람들을 집중시키는 장면, 또 빨간 드레스를 입고 피아노 위에서 섹시하게 노래하는 장면, 형제가 크게 다툰 뒤 함께 피아노를 치면서 그들이 처음 함께 연주했던 곡을 부르며 화해하는 장면 등 잊지 못할 명장면들과 함께 잔잔한 감동과 행복한 음악이 함께하는 숨겨진 걸작을 꼭 한 번 만나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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