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대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를 찾아서 (1) 팀 버튼

by 유로저널 posted May 2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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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된 사진에서 활동사진으로의 진보를 통해 태어난 영화라는 장르는 그 무엇보다 시각적인 예술이다. 아무리 스토리가 중요하다 할 지라도 결국 관객은 눈앞에 펼쳐지는 화면을 통한 시각세계에서 한 편의 영화를 만나며, 이로 인해 영화의 Visual, 즉 시각적인 측면은 영화에 있어서 더없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가령, 소설가였던 이창동 감독이 자신의 소설 ‘박하사탕’을 영화화 했을 때 이미 소설로 작품을 접한 관객들은 소설의 내용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긴 것에 그친 영화 ‘박하사탕’에서 별다른 매력을 찾지 못했으니, 그 이유는 ‘영화적’이기보다는 ‘소설적’인, 즉 내러티브에만 충실한 이창동감독의 시각적이지 않은 연출력 때문이리라. 반면, 그저 그런 형사범죄물의 내러티브를 가진 ‘인정사정 볼 것 없다’와 같은 작품은 이명세라는 우리 나라 최고의 스타일리스트 감독의 탁월한 시각연출 덕에 비평가, 영화광들에게 너무나도 ‘영화적’인 걸작으로 호평을 받기도 했다. 오늘 이 시간에는 이처럼 자신만의 스타일로 영화의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시킨 이시대 최고의 스타일리스트 감독들을 다루는 첫 순서로 팀 버튼을 소개하려 한다.

팀 버튼(Tim Burton)
- 1958년 미국 태생, 캘리포니아 예술대학 애니매이션 전공
– 대표작: 배트맨, 가위손, 슬리피 할로우, 유령신부 등

‘배트맨’의 배경이 되는 고담시의 그로테스크한 풍경, 마치 동화의 세상에 들어온 것 같은 ‘가위손’의 마을, 애니매이션의 공식을 뒤집은 ‘크리스마스의 악몽’까지 팀 버튼의 손에 의해 창조된 독특한 화면에 매료되다 보면 왜 그가 이 시대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로 불리는지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어린 시절에는 50년대 공포물과 B급 공포영화의 열혈팬으로, 대학에서는 애니매이션을 전공한 팀 버튼은 디즈니에 입사하기도 하지만, 기괴하고 암울한 시각 효과와 블랙 코미디적인 성향의 그의 작품세계는 밝고 모범적인 해피앤딩의 디즈니는 말 그대로 불협화음이었다. 결국 디즈니를 나온 팀 버튼은 특유의 만화적 상상력, 기괴함과 유쾌함의 조화를 추구한 독특한 시각효과를 살린 ‘피위의 대모험’과 ‘비틀쥬스’로 가능성을 인정받은 뒤, 드디어 1989년 ‘배트맨’으로 상업적, 비평적 대성공을 거두며 거장 감독의 반열에 올라선다. 워낙 만화로 널리 알려진 작품인 탓에 영화화 작업에 부담을 가질 수도 있었지만, 어둠의 영웅 배트맨과 상상속의 암울한 도시인 고담시는 팀 버튼의 천재적 연출력에 의해 만화보다 더 만화다운 걸작으로 재탄생되었다. 배트맨 1, 2편을 통해 선보인 팀 버튼의 고담시 묘사와 시각적 스타일이 워낙 독특하고 강해서였는지 이후 배트맨 시리즈는 더 많은 물량공세와 스타들의 가세에도 불구하고 팀 버튼의 배트맨 시리즈를 넘어서지 못하며 관객들의 외면을 받기도 했다.

‘배트맨’ 1편에 이어 1990년 연출한 ‘가위손’에서는 이미 이전 작품들을 통해 섭렵한 시각효과를 극대화 시키면서 영화사상 최고의 세트로 손꼽히는 환상적인 비주얼을 선보이며 다시 한 번 세계적인 찬사를 얻기에 이른다. 특히, 이 작품을 통해 현재까지 그의 절친한 파트너로 남은, 그러나 당시에는 신인이나 다름없던 죠니 뎁이라는 명배우를 발견함은 물론 ‘비틀쥬스’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위노나 라이더를 스타로 탄생시키기도 한다.  

이후 선보인 ‘화성침공’에서 기괴한 애니매이션 캐릭터를 소개한 뒤 그가 미술감독으로 참여한 ‘크리스마스의 악몽’에서는 본격적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선보이며 2005년 작인 ‘유령신부’의 연출에 이르기까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이기도 한다. 일반 애니매이션과는 달리 12시간 작업에 1초 분량의 장면을 얻어내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세트나 의상을 실제로 설정한다는 면에서 팀 버튼의 시각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가장 영화적인 애니메이션 장르로 설명될 수 있다.

최근에는 그의 스타일이 그대로 묻어난 ‘빅 피쉬’와 이제는 세계적인 스타 명배우로 성장한 그의 오랜 파트너 죠니 뎁이 주연한 ‘찰리와 초콜릿’공장 같은 작품으로 꾸준히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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