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을 통해 만나는 6.25와 북한

by 유로저널 posted Jun 21,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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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있으면 6월 25일, 즉 6.25 사변의 57주년이 되는 날이 된다. 현존하는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 결코 뗄래야 뗄 수 없는 북한이라는 거대한 이름과 6.25사변을 담아낸 영화들을 다시 한 번 재조명해 보았다. (공교롭게도 우리나라 역대 흥행 10위권 영화들에는 이렇게 남북관계를 다룬 영화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결국 남북관계는 여전히 우리 국민들에게 가장 어필할 수 있는 소재란 말인가?)


쉬리(1999)

한동안 일반인들의 관심 속에서도, 또 영화 속에서도 자취를 감춘 것만 같았던 남북관계의 이야기를 거의 최초라고 볼 수 있는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담아내며 한동안 국내흥행기록 1위를 기록했던 화제작. 강제규라는 흥행감독의 탄생과 함께 김윤진이라는 보석 같은 여배우의 발견 등 참 다양한 화제를 낳았던 작품이었다. 그 동안 북한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거의 6.25나 빨치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었다면, 이 영화에서는 비로소 동시대를 배경으로 북한과의 대치상황을 그려내기 시작한다. 상상 속에만 존재했을 북한군의 실감나는 훈련장면을 영화의 충격적인 오프닝으로 장식한 강제규 감독의 감각이 적중했다. 영화에서처럼 현대적인 테러를 통해 남한의 중심지를 공격한 사례는 실제 발생하지 않았지만, 충분히 발생 가능성이 있는 스토리이다. 특히, 최민식이 그려낸 북한군 장교에는 과거의 단순한 냉전 이데올로기를 지나 현 시대에 놓여진 남북관계를 대변하는 현실감이 담겨있다.


간첩 리철진(1999)

당시 쉬리의 역사적인(?) 성공에 가려져 비록 비평적으로나, 흥행적으로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현재 우리 영화계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인정받고 있는 장진 감독의 작품인 만큼 그 매력이 스며들어 있다. 당시만 해도 지명도가 낮았던 유오성이나 박진희의 연기 또한 볼만한 작품. 이 영화는 무엇보다 남한에 내려온 북한간첩 리철진의 시각을 통해 보여지는 남한의 모습을 영화 전반에 담아냄으로써 현시대의 남북관계를 다시 한 번 재조명하는 한편, 장진감독 특유의 따스함과 유쾌함이 묻어나는 풍자코미디의 형식을 빌어 관객들로 하여금 간첩 리철진과 북한에 대한 적개심이 들지 않도록 하는 한편, 남한 사회를 성찰하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다.


공동경비구역 JSA(2000)

‘쉬리’의 관객동원수를 추월하면서 흥행과 비평에서도 대성공을 거둔 가운데, 이전에 연출한 두 작품 모두 흥행에 참패하여 위축되어 있던 박찬욱 감독을 일약 흥행감독으로 탈바꿈시킨 작품. 무엇보다 이 영화는 그 동안 한 번도 영화 및 어떠한 예술매체를 통해서도 다루어진 적이 없는 남북관계의 변형을 제시하고 있다. 남과 북의 병사가 친구가 되어 어울린다는, 다소 황당하고 파격적인 소재를 추리형식의 탄탄함과 함께 따스한 유머로 밀도 있게 그려나간 박찬욱 감독의 솜씨가 진정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예전 군사정권 시절이었다면 꿈도 못 꿀 이야기로 이 영화는 또 다른 남북관계의 대안을 제시했다.


태극기 휘날리며(2004)

스케일 면에서는 아마도 6.25전쟁을 가장 리얼하게, 가장 큰 규모로 담아낸 작품이 아닐까 싶다. ‘쉬리’를 통해 이미 남북관계를 소재로 한 영화에 일가견을 보인 강제규 감독의 천만 관객 돌파작으로 장도건, 원빈이라는 톱스타의 캐스팅과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아류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한국영화에서는 절대 볼 수 없었던 뛰어난 촬영으로 이미 제작 단계부터 어느 정도의 성공은 보장된 작품이었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의 가치는 6.25를 통해 전쟁이라는 비극의 본질을 최대한 담아낸 영화라는 점이 아닐까 싶다. 거기에 형제라는 장치를 사용해 보편적인 정서에 호소함과 동시에 과연 전쟁이 한 인간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는가를 깊이 있게 그려낸 작품. 이것은 남과 북이라는 국가적 차원에서의 문제가 아닌, 그저 한 인간에게 있어서의 전쟁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조명했다고 볼 수 있다.


웰컴 투 동막골(2005)

아마도 가장 최근 들어 남북관계를, 그것도 6.25를 배경으로 담은 영화일 것이다. 연출은 비록 박광현이라는 신인 감독이 했지만, 이 영화의 전반에는 장진감독의 손길이 묻어있다. 남한군과 북한군이 어울리는 것도 모자라 같은 목표를 위해 함께 최후를 맞이한다는 설정은 ‘공동경비구역 JSA’의 그것에서 한 발짝 더 나간 것이라 할 수 있다. 6.25 전쟁 중에도 전쟁이 발생한 줄도 모르는 깊은 산골의 동막골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통해 이데올로기나 전쟁의 영향을 초월하는 이상공간을 그려냄으로써 과연 무엇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게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이 외에도 한석규, 고소영이라는 대스타의 지명도를 초라하게 만든 ‘이중간첩’, 코미디물 ‘동해물과 백두산이’, ‘그녀를 모르면 간첩’과 같은 작품들이 남북관계 또는 북한을 소재로 기획되었으나 오늘 소개한 영화들에 비해서 그 가치가 떨어지는 관계로 생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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