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가 열전 (1) 엔니오 모리꼬네

by 유로저널 posted Jul 20,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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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이들조차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 바로 이 시대 최고의 영화음악가로 전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는 엔니오 모리꼬네가 바로 영화음악가 열전의 첫 주인공이다. 이름에서도 느껴지듯이 그는 이태리 출신으로 1928년 로마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아버지 마리오 모리꼬네는 트럼펫 연주자였다. 유명한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에서 트럼펫을 전공한 뒤 일찌감치 작곡활동에 나선 모리꼬네는 1961년부터 영화음악가로서 활동을 시작하지만 초창기 그의 활동은 특별히 뛰어난 점이 없었다. 오히려 그 자신이 영화음악가로서 알려지는 것을 꺼렸던 까닭인지 초창기 그가 음악을 담당한 작품들에서 그는 오히려 가명을 쓸 정도로 영화음악가로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역시 이태리 출신의 감독인 세르지오 레오네와 함께 당시에는 모두가 비웃었던 독특한 서부극이었던 ‘황야의 무법자’(A Fistful Of Dollars, 1964)를 통해 비로소 그 진가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감독인 세르지오 레오네, 주연을 맡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그리고 음악을 맡은 엔니오 모리꼬네, 이 세명의 영화인에게는 엄청난 행운을 가져다준 작품으로 당시 그 반응은 상상을 초월했다. 존포드와 존웨인으로 대표되는 미국식의 서부극과는 다른, 당시만 해도 지명도가 낮은 이태리 출신 감독의 새로운 서부극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서부극은 다소 조롱이 섞인 ‘마카로니 웨스턴’, 혹은 ‘스파게티 웨스턴’이라 불리웠으나 그 인기는 정말 대단했다. 특히, 휘파람 소리를 이용한 모리꼬네의 테마음악은 현재에 이르기까지도 최고의 서부극 음악으로 추앙 받고 있다. ‘황야의 무법자’에서 조차 개봉 초기에 모리꼬네는 역시 자신의 가명을 썼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자신감을 얻은 그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걸고 더욱 작곡에 몰입하게 된다. 뒤이어 제작된 ‘석양의 건맨’(For a Few Dollars More, 1965)과 ‘석양의 무법자’(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1966)에서 레오네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연이어 호흡을 맞춘 모리꼬네는 세 작품 모두 전세계적인 인기를 모으면서 그 명성을 쌓아갔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3편의 작품 이외에도 레오네 감독과 작업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Once Upon a Time in the West, 1969)에서 모리꼬네는 주인공인 찰스 브론슨이 극중 연주하는 하모니카를 비롯 서정적이면서도 음산한 음악을 선보이며 서부극에 있어서는 최고의 음악가임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모리꼬네는 한동안 레오네 감독과 떨어져 작품활동을 하나 그간의 서부극을 통해 너무나 뛰어난 음악을 선보여서인지 이 기간에는 특별한 인정을 받은 작품은 없었다. 그러다가, 얼마간 시간이 흐른 1984년, 미국에서 작품활동을 시작한 레오네 감독과 함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Once upon a time in America, 1984)의 음악을 담당하면서 이전의 작품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선율을 선보이며 다시 한 번 그의 위상을 알렸다. 이어서 칸느 그랑프리를 수상한 롤랑 조페 감독의 서사극 ‘미션’(The Mission, 1986)에서 모리꼬네는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비롯 웅장한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멋진 음악을 선보이며 역시 전세계적인 격찬을 이끌어냈다. 여러 편의 서부극을 통해 미국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음에도 유독 외국인에게 인색한 아카데미였기에 그는 계속해서 아카데미 영화음악상 수상에 탈락하지만, 1987년 브라이언 드 팔마의 갱스터 영화 ‘언터처블’(The Untouchables, 1987)을 통해 드디어 첫 아카데미 영화음악상을 수상한다. 그리고, 1988년에는 역시 이태리 출신의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 1988) 음악을 담당하면서 전 세계 영화팬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안겨주며, 역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다.

이후에도 ‘러브 어페어’, ‘시티 오브 조이’와 같은 작품들을 통해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온 모리꼬네는 다소 고령으로 접어들면서 2000년대에 들어서는 ‘킬 빌’과 같은, 모리꼬네로서는 파격적인 작품에서도 음악을 담당하지만, 최근에는 다소 뜸한 활동을 하고 있다.

모리꼬네의 영화음악은 무엇보다 영화를 떠나서도 매우 아름답고 뛰어난 음악임과 동시에 음악만으로도 영화의 장면과 느낌을 떠오르게 하는 능력을 지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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