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가 열전 (6) 니노 로타

by 유로저널 posted Aug 22,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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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니로 모리코네로부터 시작한 영화음악가 열전, 오늘은 그 마지막 시간으로 이제껏 소개한 다섯 명의 거장 영화음악가들이 모두 현재 생존해 있는 데 반해, 오늘 소개하는 니노 로타는 필자가 태어나던 해인 1979년 사망한 인물이다. 활동사진의 무성영화 시대에서 유성영화 시대로 넘어오면서 아마도 최초로 영화음악의 전형을 창출해낸,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음악을 통한 감동과 여운을 전 세계인들에게 최초로 전했던 인물로서, 또 타계한 거장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라도 니노 로타는 영화음악가 열전의 대미를 장식할 진정한 거장으로 조금도 손색이 없겠다.

이제껏 소개한 다섯 명의 영화음악가들이 거장 영화감독과 단짝을 이루어 작업한 불문율(?)을 어쩌면 처음 만들어낸 이도 니노 로타가 아닐까 싶다. 현대의 상업영화에만 익숙한 이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일 수 있는, 그러나 영화사적으로 거장중의 거장인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이 바로 그의 파트너로 둘 다 이탈리아 출신이며, 두 거장은 무려 2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16편의 작품을 함께 작업했다. 첫 시간에 소개했던 엔니오 모리코네도 이탈리아 출신인 점에서 분명 이탈리아는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고유의 뛰어난 음악적인 에너지의 원천인 듯싶다.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작품 중 그나마 한국의 관객들에게도 알려진 작품이라면 바로 안소니 퀸과 줄리에나 마시나(젤소미나 역)가 주연한 ‘길’이 아닐까 싶다. 영화사상 영원히 회자될 애잔함이 묻어나는 페이소스의 대명사 ‘젤소미나’, 그리고 그 젤소미나를 수 많은 이들의 가슴에 각인시킨 데는 니노 로타의 애잔한 음악이 일등공신이었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듯.

1911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출생한 니노 로타는 집안이 음악가 출신인 탓에 어린 시절부터 음악 교육을 받으면서 전형적인 음악가의 길로 들어섰다. 클래식 음악가로 활동하던 니노 로타는 1940년대부터 영화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되고, 당시 데뷔작을 준비하고 있던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을 만나 1952년 그의 첫 작품인 ‘백인추장’을 통해 두 사람의 데뷔작이 탄생한다. 첫 작품임에도 비평가와 관객들의 좋은 평가를 받은 두 사람은 1954년 두 번째 작품인 ‘길’을 통해 단박에 전세계적인 격찬을 얻어내기에 이른다.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실제 부인이기도 했던 줄리에타 마시나의 젤소미나라는 기념비적인 캐릭터와 함께 이탈리아의 어두운 사회상을 감독 특유의 따스함과 애잔함으로 잔잔하게 그려낸 본 작품은 캐릭터의 내면세계를 형상화시킴과 동시에 그 내면세계를 바라보는 느낌을 담아낸 니노 로타 영화음악의 전형을 선보인 작품이었다. 이후로도 두 사람은 꾸준한 작품활동을 통해 관계를 유지했으며, 니노 로타가 사망하던 1979년에 유작으로 남긴 ‘오케스트라 리허설’에서 함께 작업을 함으로써 영화를 통한 긴 우정의 아름다운 마침표를 찍었다.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과의 작업 이외에도 니노 로타는 다수의 훌륭한 작품들에 참여했는데, 오드리 햅번과 헨리 폰다가 주연한 1956년 작 ‘전쟁과 평화’, 루치노 비스콘티 감독의 1957년 작 ‘백야’와 같은 작품에도 음악을 담당했다. 특히, 르네 끌레망 감독이 연출하고 알랑 들롱이 주연한 1960년 작 ‘태양은 가득히’와 프랑코 제퍼렐리 감독의 1968년 작 ‘로미오와 줄리엣’은 설명이 필요 없는 걸작.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리플리(알랑 들롱)의 냉정한 얼굴위로 쏟아지던 눈부신 햇살과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흐르던 그의 음악은 참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던 그것이었고,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더욱 애잔하게 만든 것도 그의 가슴 시린 선율이었다.

1970년대에 들어서는 미국으로 건너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저 유명한 ‘대부’ 시리즈의 음악을 담당하면서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누린다. 비록 헐리우드의 자본으로 만들어진 미국 영화이지만, ‘대부’는 이탈리아계 마피아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니노 로타에게는 고향과 같은 작품으로 여겨졌을 듯. 이후로도 수 많은 마피아 영화들이 제작되었지만, 그 어느 영화에서도 니노 로타가 ‘대부’에서 선보인 감성을 뛰어넘는 음악을 만나볼 수 없었으며, 니노 로타는 ‘대부’ 시리즈를 통해 아카데미, 골든 글로브와 같은 영화제는 물론 일반 음악제인 그래미에서도 수상을 하는 등 최고의 영화음악가로 인정을 받았다.

지중해의 푸른 바다와 눈부신 햇살을 닮은 니노 로타의 영화음악은 영원히 전세계 영화인들의 기억에 오래도록 자리할 것 같다. 몇 마디만 들어도 영화의 장면이 떠오르고, 주인공들의 가슴이 느껴지는 그런 영화음악, 영화음악가를 더 많이 만나볼 수 있길 간절히 기다리며 영화음악가 열전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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