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수 영화의 지존을 찾아서 (1)

by 유로저널 posted Sep 20,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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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까지 두 주 동안 심형래 감독의 ‘디 워(D-War)’ 논란을 다룬 김에 이번 주와 다음주에는 역대 괴수 영화들의 지존들을 만나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아무래도 괴수 영화의 역사가 워낙 오래된 만큼, 또 역대 괴수 영화들이 올린 수입 또한 만만치 않으며, 그 영화들을 통해 이미 관객들에게 선보인 괴수 영화의 묘미들이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탓에 ‘디 워(D-War)’가 넘어야 할 산이 높으며, 그만큼 현재 이루고 있는 성과들이 의미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젊은 관객들이라면 괴수 영화와 관련, 가장 최근인 2005년에 개봉된 피터 잭슨 감독의 ‘킹콩’이나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 정도를 떠올리겠지만 사실 괴수 영화의 역사는 그보다 훨씬 더 오래되었다.

괴수 영화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작품으로 필자는 메리안 C. 쿠퍼,어네스트 쉬드색 두 감독이 공동 연출한 1933년 작 오리지널 ‘킹콩’을 주저 없이 꼽는다. 피터 잭슨의 2005년판 ‘킹콩’을 전부로 알고 있는, 혹은 그보다는 좀 더 거슬러 올라가 1976년 제시카 랭의 ‘킹콩’을 오리지널로 알고 있는 관객들에게는 1933년이라는 역사가 상당히 충격적일 듯. 당시 흑백 무성필름과 미니어처 촬영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어마어마한 파장을 일으킨 화제작이었다. 사실, 피터 잭슨은 언론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가장 영감을 받은 작품이 바로 이 오리지널 ‘킹콩’ 이었으며, 2005년 작을 통해 가장 오리지널에 가까운 작품을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킹콩’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괴수 킹콩과 여주인공 앤의 드라마적인 힘이라고 볼 수 있다. 전형적인 미녀와 야수의 형상화이자, 괴수 영화임에도 감정선을 놓치지 않는 드라마적인 효과를 형성한 것이다. 그 외에 해골섬이라는 배경적인 신비감, 그러한 신비의 존재인 킹콩이 현대 도시인, 그것도 대형 빌딩숲이 자리잡고 있는 뉴욕에서 출현한다는 점도 상당한 매력이 있다. 아마도 이 영화의 영향 때문인지 훗날 미국판 ‘고질라’나 ‘쥬라기 공원’ 2편, 그 외 다수의 재난 영화들이 뉴욕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이는 현 시대의 산물인 거대 빌딩숲과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거대 괴수의 조합에서 오는 독특한 어울림 때문인 듯 하다. 뉴욕은 영화 사상 가장 많은 괴수들의 습격을 받은 도시로 기록될 듯.

오리지널의 위력 외에는 아무래도 흑백 무성필름에 지금 보면 유치해 보일 수도 있는 1933년 작 외에 필자 개인적으로는 존 길러민 감독의 1976년 작을 최고로 꼽는다. 원작과는 달리 라스트 신에서 킹콩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아닌, 지금은 테러로 사라져버린 World Trade Center, 소위 쌍둥이 빌딩에 올라가 심지어는 두 빌딩 사이를 건너뛰는 묘기마저 선보이고 있다. 아무래도 1976년이라는 비교적 현시대(?)에 만들어진 탓에 킹콩 촬영이 제법 그럴 듯 하다. 특히, 거대한 털손으로 주인공 앤을 움켜쥐는 장면은 당시 정말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지금 자세히 보면 앤을 움켜쥐는 장면에서는 기계로 제작된 거대한 손 모형이 실제로 앤을 움켜쥐고 있지만, 킹콩은 분장을 한 배우가 맡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래도, 촬영 기법을 잘 사용한 탓에 킹콩의 시각과 사람의 시각을 교차 편집하여 마치 실제 거대한 킹콩이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그 외에도 킹콩이 서식하는 해골섬을 현지 로케이션을 통해 사실적으로 담아내 지나치게 작위적인 2005년 작 킹콩보다 훨씬 더 신비롭고 장엄한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당시 무명이었던 제시카 랭은 역대 킹콩의 연인(?)들 중 가장 떨어지는 미모에도 불구하고 앤 역으로 당대의 스타로 등극하게 되었으며, 남자 주인공을 맡은 제프 브리지스 또한 훌륭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킹콩이 진흙탕에 빠진 앤을 씻겨(?) 주려고 폭포수로 데려가 앤을 폭포물에 씻기고 입김을 불어 머리를 말려주는 장면은 역대 킹콩 영화들 중 킹콩과 앤의 로맨스(?)를 가장 잘 표현한 장면이 아닐까 싶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최고의 판타지 감독으로 추앙 받는 피터 잭슨의 2005년 작 ‘킹콩’은 비록 신세대들에게 킹콩이라는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소개하면서 또 다시 킹콩 열풍을 몰고 오는데는 성공했지만, 지나치게 CG에 의존한 탓에 다소 아쉬운 작품이 되었다. 나오미 캠벨은 킹콩의 연인 역으로 전혀 부족함이 없는 연기를 선보였으나, 의외로 그 뒤 소식이 감감하다. 2005년 작의 강점은 아무래도 뉴욕의 옛모습을 거의 완벽에 가깝게 재현에 냈다는 점 정도가 될 것 같다.

다음주에는 ‘고질라’와 ‘쥬라기 공원’ 이야기를 다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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