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을 통해선 본 미래 (1)

by 유로저널 posted Oct 1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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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과학과 기술이 최첨단화 되어 가고 있는 시대일 지라도 결코 인간이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미지의 영역이 있으니 바로 ‘미래’가 아닐까 싶다. 물론, 현 시대를 바탕으로 어느 정도의 예측이야 할 수 있겠지만 정말 생생히 미래를 묘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기에 오래 전부터 ‘미래’는 영화의 매력적인 소재로 사용되어 왔으며, 특히 상상력이 최대치로 발휘되는 SF영화의 경우 절반 이상이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인들은 자신의 상상력으로 그려낸 미래를 통해 현시대에 메시지를 전하고, 관객들은 스크린을 통해 펼쳐지는 미래의 모습에 매료되길 즐겨 한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2000년대 이전의 영화들 가운데 미래를 다루고 있는 수작들을 소개한다.


메트로폴리스(Metropolis, 1927)

아무래도 미래를 소재로 한 수많은 영화들 가운데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는 작품으로, 1927년이라는 제작 년도가 말해주듯, 그 당시로서는 정말 획기적인 작품이었다. 독일 표현주의 영화의 거장 프리츠 랑 감독이 연출했으며, ‘계급갈등’의 소재를 미래사회 속에서 절묘하게 풀어낸 수작이다. 요즘 영화들에서 볼 수 있는 음울하고 차가운 미래의 거대도시가 바로 이 ‘메트로폴리스’에서 처음 선보였다고 볼 수 있으며, 그 외에도 인조인간, 탐욕스런 과학자 등 미래를 다룬 영화들의 주요 소재들이 벌써 이 작품에서 어느 정도 도입되었다. 현대의 SF영화들이 갖지 못한 철학과 메시지가 훌륭하게 스며든 ‘미래’ 영화의 원조.


혹성탈출(Planet Of The Apes, 1968)

젊은 세대들은 팀 버튼 감독이 2001년에 발표한 동명의 리메이크작으로 착각할 수 있겠지만, 그 원작은 놀랍게도 1968년도에 제작되었으며, 리메이크작보다 훨씬 뛰어난 원작으로 평가받는다. ‘패튼 대전차 군단’, ‘빠삐용’과 같은 작품을 연출한 거장 프랭클린 J 샤프너 감독이 연출했으며, ‘벤허’, ‘십계’의 명배우 찰턴 헤스톤이 주연하고 있다. 역시 60년대 작품으로는 믿어지지 않는 놀라운 상상력으로 원숭이가 지배하게 된 미래를 그려내고 있다. 완벽한 원숭이 분장, 흠잡을 데 없는 촬영, 배우들의 명연, 영화와 너무도 잘 맞는 음악 등 ‘완벽’이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은 작품이다. 특히, 영화 마지막에서 주인공이 모래사장에 파묻힌 자유의 여신상을 발견하는 장면은 지금 봐도 정말 충격적이다.


12 몽키즈(12 Monkeys, 1995)

미래, 판타지 영화 전문인 테리 길리엄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한동안 사이보그를 소재로한 미래 영화들의 홍수 속에서 보기 드물게 진지하고 탄탄한 미래 영화를 내 놓았다. 영화의 배경은 서기 2035년으로 기계나 로봇의 습격이 아닌, 바이러스에 의해 인류가 거의 멸망상태에 놓였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브루스 윌리스, 브래드 피트와 같은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출연했으며, 이들의 연기는 이들이 주연한 그 어느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보다 훨씬 진지하고 뛰어나다. 미래를 바꾸기 위해 과거로 돌아간다는 다소 흔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력으로 화려한 특수효과가 없음에도 너무나 매력적인 미래 영화가 되었다.


가타카(Gattaca, 1997)

일반 대중들에게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부 영화광들을 매니아로 만든 수작. 이 작품을 통해 실제 부부가 되기도 했던 ‘비포 선라이즈’의 에단 호크와 ‘킬빌’의 우마 서먼, 그리고 요즘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영국 배우 주드 로가 출연하고 있다. 한 인간의 운명이 그의 유전자를 통해 결정되는 미래의 모습은 그저 이 영화를 흔한 오락영화로만 볼 수는 없게 만든다. 인간 고유의 본질이 무시되는 사회, 그 사회 속에서 인간 고유의 본질을 추구하기 위해 애쓰는 주인공, 그리고 결코 해피엔딩이 될 수 없는… ‘트루먼 쇼’의 각본을 통해 주목받은 앤드류 니콜 감독은 별다른 볼거리 없이,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을, 그러나 탄탄한 연출력과 배우들의 명연으로 걸작 한 편을 만들어냈다.


매트릭스 The Matrix (1999)

2000년대를 맞이하기 바로 직전에 전세계 영화 평론가와 관객들을 충격과 흥분으로 몰아넣은 설명이 필요 없는 작품. 90년대를 마무리하면서 미래를 다룬 SF영화의 정점을 보여줬다. 인공 두뇌를 가진 컴퓨터가 지배하는 세계, 프로그램화된 인간들이 현실과 가상 속에서 맞이하는 혼돈… 컴퓨터와 미디어가 그려내는 세상 속에서 살고 있는 현시대에 수 많은 은유와 메시지를 화려한 SF와 절묘하게 조화시키며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오락영화를 만들어냈다.

다음 시간에는 미래를 소재로 삼고 있는 영화들 가운데 사이보그, 로봇을 다룬 영화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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