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의 두 천재 악동

by 유로저널 posted Oct 31,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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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단에서나 마찬가지로 개중에는 대다수와 확연한 차이점을 보이는 괴짜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들은 남들이 모방할 수 없는 천재적인 독창성을 자랑함과 동시에 자신만의 기괴한 마인드로 무장되어 있어 악동이라는 평가도 따라다니기 마련, 그리고 언제나 이들을 열광적으로 추종하는 마니아 세력이 존재하곤 한다. 그렇다면 이 시대 영화계에서 진정 이러한 괴짜, 천재, 악동이라 할 수 있는 영화인은 과연 누굴까? 아마도 다양한 인물들이 거론되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인물들이 바로 오늘 소개하는 쿠엔틴 타란티노와 로버트 로드리게즈가 아닐까 싶다. 다섯 살 터울로 헐리우드에서 주로 활약하고 있는 이들 두 감독은 서로의 영화에 감독으로, 각본으로, 또 조연 배우로도 참여하면서 남다른 친분과 영화적 교류를 과시하고 있는 최강의 콤비이기도 하다.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

1963년생인 타란티노는 그 만큼의 재능과 명성을 지닌 대다수의 감독들이 유명한 영화학교 출신이거나, 적어도 일종의 교육기관에서 영화를 공부한 과거를 지닌 데 비해 매우 독특한 배경을 지녔다. 바로 20대 시절, 비디오 가게 점원으로 오랫동안 일한 것이다. 영화를 광적으로 좋아했던 그는 하루 종일 비디오 가게에서 다양한 영화들을 섭렵하면서 자신만의 영화적 안목을 쌓아왔고, 특히 저 유명한 오우삼 감독의 ‘영웅본색’을 최고의 걸작으로 꼽는 만큼 폭력 미학에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급기야는 1992년 그가 감독, 각본, 배우로까지 참여한 저예산 영화 ‘저수지의 개들’을 통해 성공적으로 데뷔한다. ‘저수지의 개들’은 당시 ‘컬트영화’라는 용어를 낳게 한 영화 중 하나였으며, 그 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등, 영화광들은 정형화된 영화적 코드를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폭력과 유머를 절묘하게 조합한 이 괴짜 감독의 출연에 열광했다. 여세를 몰아 1994년 발표한 ‘펄프픽션’은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칸느 수상작이라는 평을 들으며, 그를 전세계에 알린 작품이 되었다. 여기서 만난 우마 서먼과는 훗날 ‘킬 빌’에서 멋지게 조우한다. 이 즈음에서 ‘엘 마리아치’로 등장한 비슷한 코드를 지닌 로버트 로드리게즈를 만나게 되고, 이 둘은 독특함으로 무장한 ‘포룸’이라는 영화에서 공동 연출을 하고, 로드리게즈의 ‘데스페라도’에 타란티노가 조연으로 출연하는 등 영화적 친분을 쌓아간다. 그리고, 타란티노는 2000년대 들어서 ‘킬 빌’을 발표하면서 여전히 개성 넘치는 폭력미학과 유머를 선보이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로버트 로드리게즈(Robert Rodriguez)

1992년 ‘엘 마리아치’가 개봉되었을 때, 평론가들과 관객들은 단 한 명의 스타 배우도 없이, 어떠한 볼거리도 없이, 잘 짜여진 각본과 연출만으로도 이렇게 매력적인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타란티노 처럼 역시 독학으로 영화를 익힌 로드리게즈는 평균적인 헐리우드 영화의 배우 1명의 출연료도 안 되는 7천 달러를 마련해서 스스로 감독, 각본, 편집, 촬영 등 거의 원맨쇼로 만든 ‘엘 마리아치’로 그 해 선댄스 영화제를 비롯, 영화계의 주목을 받으며 성공적인 데뷔를 치른다. 그리고, 곧바로 헐리우드에서 안토니오 반데라스를 기용해 좀더 헐리우드적인 ‘엘 마리아치’ 2편에 해당하는 ‘데스페라도’를 연출한다. 로드리게즈 역시 타란티노와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영화 공식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개성을 최대한 영화로 표현하면서, 폭력과 유머, 그리고 예상치 못한 진행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철저한 오락 영화만을 추구해 왔다. 1998년 개봉된 ‘황혼에서 새벽까지’는 로드리게즈의 영화 철학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으로, 조지 클루니 같은 스타가 출연하고 있음에도 그는 의도적으로 영화를 7,80년대 B급 영화처럼 느껴지도록 연출하고 있으며 (이는 타란티노도 마찬가지), 황당한 전개 가운데서도 치밀한 연출력을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지난 2005년에 발표한 ‘씬 씨티’는 로드리게즈의 한 차원 진화한 영화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만화적인 스타일을 접목시켜 21세기형 느와르를 재창조한 수작.

여전히 서로의 작품에 공동작업으로 참여하고 있는 두 괴짜 감독의 행보가 영화광들에게는 즐거운 기다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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