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부녀자들의 애환을 문화로 ‘꽃’ 피우다
사회 곳곳에서 문화를 즐기고 누리는 ‘문화융성’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대도시 뿐만 아니라 각 지역 소도시에서도 문화여가활동이 확대되고 문화격차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돋보이고 있다. 생활 속에서 문화로 기쁨을 느끼고 문화예술을 매개로 소통과 나눔을 이어가고 있는 지역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전통을 느낄 수 있는 안동. 안동에서는 과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 문화를 사랑하고 아끼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사진=안동문화원)
안동은 한국의 전통을 느낄 수 있는 많은 볼거리를 간직한 곳이다. 양반 가문의 전통이 살아있는 안동은 조상의 숨결을 이어가는 전통 고택(古宅)과 종택(宗宅)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999년 4월 엘리자베스2세 영국여왕은 안동을 방문해 가장 한국적인 곳으로 극찬했으며 경주 다음으로 많은 308점의 지정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이 고장 곳곳마다 문화가 살아 숨쉰다.
전국 유일 여성축제가 열리는 고장
안동이라 하면 흔히 양반문화, 유교문화 등을 떠올리지만 안동은 사실 여성문화의 중심지기도 하다. 여성들의 문화를 독창적 문화콘텐츠로 발전시킨 이 곳에는 여성만의 섬세한 감성과 예술성이 드러난다.
안동 지역 여성들의 과거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전통과 문화를 지켜오는 모습들을 곳곳서 만날 수 있다.
안동 지역주민들이 조선시대 여성의 삶을 녹여낸 내방가사를 읽어보고 있다.(사진=안동문화원)
자연과 가까이한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자연염색과 규방공예, 전국 유일의 여성축제로 매년 4월 개최되는 여성민속한마당 축제, 안동포 향주머니, 접빈다례, 두리차회, 안동의 음식문화를 테마별로 체험할 수 있는 전통 손님상차림 등이 열린다.
또 여성들의 솜씨를 발휘할 수 있는 향토음식솜씨대회, 경상북도 화전놀이 대회, 경상북도 노국공주 선발대회, 널뛰기 대회 등 안동의 여성들은 평소 가꾸어오던 문화예술 능력을 한껏 발휘한다.
자체적으로 지역의 문화를 사랑하고 계승시키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우리네 인생 내방가사로 풀어보세’ 공연단 어르신들이 내방가사를 맞춰보고 있다. (사진=안동문화원)
내방가사 공연단, 부녀자들의 애환 달랜다
안동의 여성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내방가사’다. 안동의 양반·선비문화와 함께 한 축을 형성해 온 부녀자들의 문학이던 규방문화의 내면을 잘 보여주는 내방가사는 조선 후기부터 20세기 초까지 경북 북부권을 중심으로 양반가에서 유행한 규방에서 애환을 읊조린 섬세한 감성을 표출하는 문학 장르이다.
두루마리에 한글 궁서체로 쓰여진 내방가사는 조선시대 여성의 삶을 가장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 표현의 수단이었기에 구절 마다 삶의 애환이 담겨져 있다.
흔히 ‘두루마리’로 알려진 내방가사는 안방 장롱 속에 묻혀있거나 구비전승으로 전해져 왔으나 오늘날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에 안동문화원에서는 2012년 약 25명의 지역 어르신들과 ‘우리네 인생 내방가사로 풀어보세’라는 공연단을 구성했다.
전통적인 여성 활동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 내방가사를 더욱 체계적으로 전승하고 보존시켜 새로운 여성문화로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안동의 어르신들은 여성만의 특유의 감수성으로 녹여낸 내방가사의 정신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사진=안동문화원)
20대 부럽지 않은 열정으로 지역문화 이끌어
평균 공연단 연령은 72세다. 하지만 공연활동에는 20대 부럽지 않은 열정을 보이고 있다.
공연단은 안동지역 학교, 노인정 및 크고 작은 행사를 다니며 내방가사를 알리기 시작했고 올해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특히 공연단은 노인정 및 학교 등을 방문하면서 내방가사에 대한 설명을 빼놓지 않는다. 단순한 공연행사가 아닌 내방가사를 전승·보전하는데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유로저널 문화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