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제, 꿈꾸는 고향, 베를린에서 한국의 정을 느끼다
요즈음 한국이나 독일에 많은 청년들이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그런데 회사의 수장들은 오히려 일할 사람 찾기가 힘들다고 한다. 사람은 많지만 그렇게 마음에 합한 자가 흔치 않다는 말 인 것 같다.
이번 베를린에 전시된 박혜숙 작가의 작품 속을 산책하면서 참으로 오랜만에 사막에서 생수를 만나듯, 바닷가에 진주를 만나듯, 보물 같은 진국을 만난 것 같다. 그녀의 작품 속에서 풍기는 인품과 작품이 아름답다. 그녀는 영국황실의 꽃 장식을 전담하는 런던 외에 있는 콘스탄스 스프라이 플라워스쿨(Constance Spry Flower School)과 연계해 플로리스트 수업을 받았다.
꽃을 대하면서 자연스레 꽃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박혜숙 작가는 서울여대 보태니컬 아트 전문가 과정 학위 수여에 이어 식물화가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 10월 20일 저녁 7시에 Schoeneberg에 위치한 Vierraumladen 갤러리에서 전시회 개막식을 개최했다.
이 전시는 베를린에서 작가로 활동 중인 김희석 작가와 권기림 작가의 기획 아래 이루어졌다. 가을밤의 정취에 어울리는 트럼펫 소리와 고향을 그리는 듯 애절한 바리톤 음색이 어우러지며 전시의 시작을 알렸다. 이 날 함께 한 한인들뿐 아니라 현지 독일인들에게도 본향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세밀한 부분을 그대로 묘사해야 하는 꽃 그림은 몇 시간씩 소요되는 정밀한 작업이다. 힘든 작업이지만 완성 후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꽃을 그리면서 자연스럽게 캔버스로 작품세계가 확장되었고, 이는 그녀의 유년시절이 묻어난 고향의 기억과 모습들을 담고 있다. 그녀의 작품에서는 유년 시절의 안국동과 교동에서 받았던 영감에서부터 아버지의 본가인 전남 곡성에서의 모습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아낌없는 사랑을 부어담은 할머니와 고모가 살던 전남 곡성의 아련한 시골 길, 뒷마당, 앞마당, 장독대 그리고 감나무, 보리밭과 논의 풍경, 칠흑같이 어두워 달을 그리워하던 밤의 기억들이 캔버스 위로 살아난다고 했다..
이렇듯 어린 눈에 선했던 모든 기억들이, 현재 멈춰진 시간으로 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다. 태양을 사랑하는 독일인들과는 달리 달을사랑하고 의지하는 한국의 정서는새삼 소박하면서도 정적이다. 정월대보름, 8월 대보름, 쥐불놀이, 강강술래, 달빛 속 장독대 정한수, 풍속화가 신윤복의 그믐밤 ‘월하정인 (月下情人)’ 에서도 붉은 태양 뒤 숨어있는 달을 사랑하는 한국인의 아름다운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그녀는 베를린에서의 전시회에 대한 감회가 새롭다. 꽃 그림을 그리는 작은 도전으로부터 시작된 이번 전시는 하나님의 섭리이자 인도로 낯선 독일 땅에 열매를 맺었다고 했다.
특히 해외에 살고 있는 한인들에게 따뜻한 한국의 정과 고향의 정취를 전달하는 뜻 깊은 자리가 되었으며 한국인의 정서와 현지인들에게 한국의 멋과 감성을 알리는 가교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전시를 둘러본 미술 치료사인 독일인 은 작품들을 책자로 만들어 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건네 왔다. 이들에게도 무언가 또 다른 감동이 전해졌음이 분명하다.
이번에 처음으로 베를린에서 개최되는 그녀의 개인전 작품들이 치열한 현실 속에서 어떻게 평가될지 기대 된다.
(자료제공 김희석 작가)
유로저널 베를린 안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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