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적으로 다큐멘터리(이하 다큐)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왔지만, 대중적인 흥행력 면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물론, ‘화씨 9/11’로 대표되는 마이클 무어의 다큐들은 비평과 흥행 양면에서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다큐의 강점은 그것이 사실이라는 현실감을 강하게 전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다큐의 강점을 활용하기 위해 다큐의 형식을 빌어 픽션을 담아내는, 이른바 페이크 다큐가 오늘의 주제이다.
페이크 다큐, 즉 표면적으로는 실화를 담아낸 듯한 다큐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허구, 즉 가공된 이야기를 연출하는 것이다. 화면에서 보여지는 것들이 실제 상황에 대한 기록이라는 사실은 관객들로 하여금 일반 극영화에서 느끼기 힘든 현실감을 느끼게 하며, 이를 가장 극대화시킬 수 있는 장르는 아무래도 호러물이 될 것이다. 화면에서 보여지는 것이 실제가 아니라는 안전장치(?)가 있기에 관객들은 극영화에서 아무리 끔찍하거나 기괴한 것을 보더라도 어디까지 그것을 오락거리로 즐길 수 있다. 그러나, 화면에서 보여지는 것이 그다지 자극적인 것이 아닐지라도 그것이 실제 상황이라는 현실감이 더해질 경우, 그것이 가져오는 효과는 그 어느 극영화보다 클 수밖에 없다.
페이크 다큐로서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은 작품은 1999년도에 개봉한 ‘블레어 윗치(The Blair Witch Project)’. 다니엘 미릭, 에두아르도 산체스 두 명의 감독들이 연출한 본 작품은 영화 자체를 떠나, 마녀의 전설과 관련된 이야기를 마치 실제 발생했던 사건인 것처럼 인터넷을 통해 관련 자료들을 유출한 마케팅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지명이나 인물 등, 관련 사항들을 워낙 꼼꼼하게, 또 설득력있게 작성하여 퍼뜨릿 탓에 상당수의 사람들이 이를 실제 사건인 것으로 착각했으며, 본 정보를 접한 이들간의 토론이나 논쟁을 유발하면서 자연히 영화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영화는 정말 실제 상황이 촬영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페이크 다큐로서의 연출력의 정점을 보여주고 있으며, 특별히 끔찍한 장면 등이 등장하지 않음에도 섬찟한 공포를 자아내고 있다.
2003년도에 윤준형 감독이 연출한 독립영화 ‘목두기 비디오’는 우리 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페이크 다큐로, 상당히 뛰어난 연출력을 선보이고 있는 작품이다. 여관 몰카에 잡힌 귀신 형상 논란을 다루고 있으며, 마치 ‘PD 수첩’이나 ‘추적 60분’을 연상시키는 기법으로, 실제 상황인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워낙 페이크 다큐라는 장르가 드물고, 독립영화였던 탓에 극장상영 없이 인터넷 유료 상영으로 관객들과 만났지만, 매니아를 양산할 만큼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실제 사건으로 착각한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으며, 한 주간지 기자가 취재에 나서기도 했을만큼 잘 만들어진 페이크 다큐의 전형이다.
올해 개봉되었던 매트 리브스 감독의 ‘클로버필드’는 블록버스터급 스토리와 스케일을 지닌 헐리우드의 페이크 다큐였다. 정체모를 거대 괴물이 뉴욕을 습격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본 작품은 소재가 소재인 만큼, 분명 허구라는 것을 인정하고 감상하는 작품임에도, 페이크 다큐 형식을 통해 영화의 재미를 증폭시키고 있다. 만약, 본 작품이 마치 ‘고질라’나 우리 영화 ‘괴물’과 같은, 일반 극영화로 제작되었다면 사실 너무도 흔한 작품에 그쳤을 것이다. 그러나, 페이크 다큐의 형식을 통해 비록 괴물의 등장 장면도 적고, 또 괴물 자체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한 본 작품은 훌륭한 오락물로 재탄생되었다.
2007년도에 제작된 스페인 영화 ‘REC’와 좀비 영화의 대부 조지 A 로메로 감독의 ‘다이어리 오브 더 데드’는 좀비를 소재로 만들어진 페이크 다큐. 이 역시 좀비라는 존재의 허구성 때문에 이미 관객들은 픽션인 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실제처럼 묘사되는 연출기법을 통해 더욱 짜릿한 공포심을 만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