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바다를 배경으로한 영화들을 소개한 데 이어, 이번 주에는 산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을 소개해 보려 한다. 산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은 아무래도 산이 지닌 웅장하고 아름다운 화면, 또 자연의 위대함과 그 자연과 사투를 벌이기도 하는 인간의 처절함, 산이라는 환경 속에서 발생하는 돌발 상황 등을 담아내기 마련이다. 특히, 더운 여름에 눈으로 뒤덮힌 설(雪)산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서늘한 느낌과 함께 더위가 가시는 효과를 체험할 수도 있다.
1991년 작인 ‘K2’는 90년대 들어서 설산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의 효시처럼 등장학 작품이다. K2 봉을 배경으로 물론 영화적인 드라마도 가미되어 있지만, 실감나는 화면과 함께 설산 등반 그 자체가 영화의 주인공이 되는 본격적인 산악 영화다. 당시, 산악인들로부터 열광적인 호응을 얻기도 했다.
1993년도에는 설산을 배경으로 하는 두 편의 영화가 동시에 개봉되었는데, 한 편은 짜릿함으로 감상할 수 있는 액션오락물, 다른 한 편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 드라마였다. 한동안 침체에 빠졌던 80년대 영웅 실베스터 스탤론의 90년대 복귀를 이끈 ‘클리프 행어’는 설산을 배경으로 담아낸 액션오락물로, ‘다이하드 2’의 레니 할린 감독의 훌륭한 액션 연출과 역시 액션 전문 배우 스탤론의 활약 그리고 웅장한 설산이 어우러져, 산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 가운데 역대 최고의 흥행 실적을 올렸다. 1972년 우루과이대학 럭비팀을 태운 비행기가 안데스 산맥에서 추락한 실제 사고를 그려낸 ‘얼라이브’는 영하 40도의 혹한 속에서 72일 동안, 심지어 죽은 사람의 인육까지 먹으면서, 2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극적으로 생존해 구출된 16명의 실화를 담고 있다.
‘클리프 행어’의 성공 이후 설산을 배경으로 하는 오락 영화가 다시 한 편 제작되었는데 바로 2000년에 개봉한 ‘버티칼 리미트(Vertical limit)’, 이는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수직 한계점을 뜻한다. 영화는 탄탄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생존을 향한 설산과의 사투, 그 가운데 인간들의 갈등을 담아내고 있다. 실감나는 화면과 함께 그럭 저럭 볼만한 오락 영화였으나, ‘클리프 행어’만큼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2003년도에는 우리 영화 최초의 산악 영화인 ‘빙우 (氷雨)’가 개봉되었다. 알라스카 등반을 배경으로 생존을 향한 사투, 그리고 이를 배경으로 사랑 이야기와 인간들의 드라마를 담아냈다. 한국 최초의 산악 영화인데다, 뛰어난 화면, 이성재, 송승헌, 김하늘이라는 톱스타들을 기용했음에도 기대만큼 좋은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나, 우리 영화에서 보기 힘든 산악 영화라는 점에서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다.
최근 작품은 아니지만, 명배우 시드니 포이티어가 출연한 1988년 작 ‘25시의 추적(Shoot To Kill)’은 역시 산을 배경으로 숨막히는 추격전을 담아내고 있다. FBI 요원으로 등장하는 시드니 포이티어와 산을 통과해 캐나다 국경을 통과하려는 살인범 톰 베린저(‘플래툰’의 반즈 역)의 팽팽한 연기, 상황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주는 폭설이 내리는 산이라는 배경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수작이다.
설산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산이라는 배경을 극적으로 사용한 1997년 작 ‘디 엣지(The Edge)’는 일반 관객들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상당히 뛰어난 작품이다. 설명이 필요없는 명배우 안소니 홉킨스와 알렉 볼드윈이 산 속에서 고립되면서 자연과 사투를 벌이고, 또 동시에 미묘한 관계에 있는 이 둘이 서로 힘을 합치다가도 서로를 적으로 상대하기도 한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산과, 또 인간과 사투를 벌이는 한 남성의 처절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요람을 흔드는 손’으로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연출에 재능을 보였던 커티스 핸슨 감독의 1994년 작 ‘리버 와일드’는 산 속 계곡을 배경으로 그려낸 스릴러물. 메릴 스트립과 연기파 배우 케빈 베이컨이 출연했으며, 급류타기를 배경으로 가족을 지키려는 한 여성과 이들을 노리는 범죄자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멋지게 담아낸 급류타기 장면과 산과 계곡의 절경, 그리고 짜릿한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