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주기, 화장하기, 과감하게 변신하기, 약간의 눈속임... 이러한 것들을 나르시스와 연결시켜 ‘심오한’ 철학을 논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아름다움을 ‘나르시스’와 연관시켜 생각하는 것은 접어두자. 우리가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스스로 즐기는 방법을 배우고 알 수 있다면 그것만큼 더 좋은 것은 없다.
다음은 마담 피가로 주간지가 메이크 업 아티스트 윌리 파시니와 한 인터뷰 내용이다.
-« 마담 피가로 » 꾸미기 혹은 아름다움이란 정말 진지하게 고려해 봐야 하는 어떤 것인가요? 다시 말해 사람들은 꼭 꾸며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입니까 ?
-윌리 파시니(Willy Pasini) -아니요, 아름다워진다, 혹은 꾸민다는 것은 꼭 그래야만 하는 의무감이 아닙니다. 아름다움은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일 수 있어요. 그냥 가볍게 생각하면 되지요. 문제는 우리 프랑스 사회가 아름다워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20년 전만해도 사람들은 성이라는 문제에 사로잡혀 있었지요. 하지만 곧 성에 대한 관심이 그들이 바랬던 궁극적인 행복을 가져다 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우리 프랑스 인들은 차츰차츰 ‘꾸밈’ 혹은 ‘아름다움’에 관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미적 추구는 이제 ‘강요된 사회모델’로 정착해버린 거죠.
그런데 문제는 아름다워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여성들은 진정으로 아름다워질 수 없다는 점입니다. ‘아름다워질 수 있다’ 와 ‘아름다워야 한다’는 다릅니다. 후자의 경우라면 ‘아름다움의 추구’라는 것이 너무 무겁고 심각하게 다가와버립니다. 이렇게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조금의 ‘눈속임’,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할 것만은 아니라고 하셨는데요...?
–화장을 이태리 어로 « truco »라고 합니다. ‘눈속임’이라는 의미가 들어있는 것이죠. 이것 말고도 17세기를 살았던 Mazarin의 유명한 일화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그가 사람들에게 항상 건강하고 원기 왕성한 모습과 이미지만을 주고 싶어 죽을 때까지 얼굴에 분을 바르고 다녔다는 것입니다. 18세기 때 사람들에게 있어 화장은 « 생활의 일부분을 속이는 » 하나의 방법이었습니다. 샤를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도 화장술에 대해 한마디 했었죠. 그는 1863년 « 화장술에 대한 찬사 - Éloge du maquillage » 라는 책을 발간했었는데 이를 통해 화장은 눈속임이긴 하지만 ‘정당’한 것임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화장은 좀더 편안하고 아늑하며 유희적인 느낌을 들게 하기 위해, 자신을 조금은 다르게 표현하기 위해 혹은 결점을 보완하거나 감추기 위해 하는 것임을 안다면 화장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알 수 있습니다. 화장하면서 눈부신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고 바라는 것, 그것을 속임수라고까지 말해야 하는 것일까요? 결국 화장은 속임수가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나 가치를 부각시킬 줄 아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눈을 가진 여성은 검은 선으로 눈 윤곽을 잡아주어 아름다움을 더욱 강조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섹시해지기 위해서는 한번의 미소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어요. 하지만 ‘가꾸기’라는 것이 하나의 놀이 이거나 만족감을 가져다 주는 것이라면, 또 ‘자신을 꾸민다’는 것이 타인에 대해 마음을 열고 관심을 가지는 일종의 호기심으로 다가온다면 이때 아름다워지는 방법은 우리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합니다. 따라서 진정한 아름다움의 표출은 단순히 자신의 욕구만을 위해 꾸미는 수단만이 전부가 아님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여성들이 자신의 모습에 변화를 주는 것에 대해 남성들은 어떻게 생각 합니까 ? 다시 말해, 남성들은 색다른 방법으로 화장을 했거나 머리 색을 바꾼 여자친구 혹은 그들의 ‘인생의 파트너’에게 호감을 느낄까요?
– 호감을 느낄지 비호감을 느낄지는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그들의 ‘인생의 동반자’들이 변한 모습에 모든 남성들이 좋아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제가 지금껏 봐왔거나 상담해온 수 많은 남성들은 창의적이라기보다 다소 보수적인 성향이 강했습니다. 남성들은 여성들이 그들을 놀래 키는 것에 재미있어하고 또 그렇게 해주길 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성생활 패턴만 바꾸지 않으면’이라는 조건이 붙죠 ! 남성은 여성의 달라진 성 패턴을 견디지 못합니다. 여성들은 자기자신을 위해, 또 남성들을 위해 꾸밀 뿐만 아니라 다른 여성들이 자신을 쳐다봐주기를 바라며 가꾸기도 합니다. 남자는 ‘서로 바라봐주기 놀이’를 하고 있는 두 여성 사이에서 종종 매개자 역할을 합니다.
– 내적 아름다움이란 것도 있지 않습니까 ?
–그럼요. 바로 그것이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매력이란 것이죠. 매력은 ‘인격의 반영’, ‘존재하는 방식’ 정도로 요약이 되겠네요. 이것은 오히려 신체의 불완전함에서 오기도 하기 때문에 더더욱 성형수술로 가질 수 없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Barbra Streisand의 코는 남들에 비해 크지만 그것이 그녀의 매력이 될 수 있는 것이죠. 올해 미스 유니버스의 후보자들 중 미스 이탈리아만이 짧은 갈색머리를 하고 출전했었습니다. 긴 금발머리를 하고 있었던 다른 후보자들과는 대조적이었죠. 바로 이러한 색다른 머리 스타일이 미스이탈리아가 수상자가 되는데 한몫 한 것입니다. 매력은 ‘무의식 예술’이자 남들과 다르게 살아온 세월이 말해주는 ‘개인적 여정의 산물’입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길들여지고 교육되어진 자신만의 독특한 재능. 바로 이것이 매력입니다.
* 윌리 파시니(Willy Pasini) 는 심리학자, 성의학자로서 « 아름다움이 가지는 7가지 장점, 성형수술 하지 않고도 자신을 업그레이드 시키기 »란 책 (Odile Jacob 펴냄) 을 Maria Teresa 와 공동으로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