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산 붉은 새우, 감베로 로쏘 로드쇼
이탈리아에서 날아온 향기로운 새우가 대한민국을 붉게 물들였다. 홍성 대하도 아니고 이탈리아새우라니 이 무슨 말인가? 지난 10월 28일 서울 역삼의 ‘더 라움(The RAUM)’)에서 제9회 ‘감베로 로쏘 TOP 이탈리아 와인 로드쇼’가 성대하게 열렸다. 고풍스러운 건물 속을, 태어날 때부터 수트를 입고 있었던 양 멋스러운 ‘이태리 형’들이 슬로우 모션으로 걸어 다니니 그야말로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이 행사, 이미 성공이다!!
감베로 로쏘는 이탈리아어로 붉은 새우라는 뜻으로,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와인 평가 매체다. 이탈리아 와인은 세계에서 가장 다양하고 복잡한 와인이라는 찬사와 오명을 동시에 받고 있다. 다양성은 분명히 와인이 가지는 최고의 덕목이다. 하지만 너무 복잡하면 대중에게서 멀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탈리아 와인을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가이드 라인을 잡아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감베로 로쏘에서 발행하는 "이탈리아 와인(Wines of Italy)"이라는 책이다.
1987년부터 매년 발행되는 이 책에서는 ‘트레 비키에레(Tre Bicchieri)', 즉 세 개의 잔으로 와인을 평가한다. 잔 하나를 받은 와인은 훌륭한 와인, 두 개를 받으면 매우 훌륭한 와인, 3개를 받으면 굉장히 훌륭한 와인이다. 그 다양하고 복잡한 이탈리아 와인을 이렇게 단순한 척도로 평가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책의 목적을 생각하면 가장 훌륭한 접근이다. ‘Simple is the best’.
올해 감베로 로쏘 TOP 이탈리아 와인 로드쇼는 한국을 시작으로 미국, 브라질, 싱가포르, 태국 등을 거쳐서 필리핀에서 마무리하는 8개월간의 대장정으로 진행된다. 미국, 싱가폴처럼 이미 이탈리아 와인이 굳건히 자리 잡은 시장을 강화하기 위해, 또는 태국, 필리핀처럼 이제 막 떠오르고 있는 시장을 확장하기 위한 여정이다. 그 시작이 한국이라니 의미가 있다.
개막식을 마치고 본격적인 시음회가 시작됐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65개 와이너리의 와인 300여 종이 준비됐고, 사전 신청한 와인업계 종사자는 현지 와이너리 관계자나 한국 수입사 직원과 이야기하며 테이스팅을 이어갔다. 수입사에서는 미수입 와인을, 레스토랑이나 바에서는 이미 수입되고 있는 와인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기자는 특유의 촉을 세우며 사람들 많은 곳을 주로 노렸다. 줄이 긴 곳은 맛집이라는 공식은 테이스팅장에서도 성립된다. 실내는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고, 사람들의 볼도 조금씩 붉어졌다. 붉은 것은 새우만이 아니었다.
테이스팅이 진행되는 동안 메인 홀 옆 ‘브리제 룸’에서는 마스터 클래스 시음회가 열렸다. 마스터 클래스란 사전에 초대를 받은 전문인을 대상으로 감베로 로쏘 편집장 ‘마르코 사벨리코(Marco Sabelico)’ 씨가 직접 설명하며 진행하는 시음회다. 총 3회, 회당 30명의 인원으로 진행하는 특별시음회라고 할 수 있다. 일반 테이스팅이 자유 여행이라면, 마스터 클래스는 가이드 투어라고 할까? 산지별, 스타일별로 엄선된 와인을 설명을 들으며 테이스팅 하다 보니 90분 동안 이탈리아 전 지역을 여행한 기분이다. 역시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여행지를 구경하기에 가이드 투어만 한 것이 없다.
이탈리아 와인 책을 공부하고, 테이스팅에 참여하고, 마스터 클래스를 들으면 이탈리아 와인을 ‘조금’ 알 것 같다는 착각을 잠시 하게 된다. 하지만 이내 좌절하게 된다. 광대한 바다 같은 이탈리아 와인의 세계 속에서. 역설적으로, 그래서 이탈리아 와인이 매력적이다. 와인 애호가는 물론 와인 전문가들도 한없이 겸손하게 만드는 그 끝없음. 아직 마셔보지 못한, 들어보지도 못한 와인이 넘쳐난다는 것만큼 와인 애호가를 들뜨게 하는 것이 있을까?
붉은 새우, 참 매력적이다.
프랑스 유로저널 박우리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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