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동교동계’ 좌장으로서 '진짜 야당인' 권노갑 상임고문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면서 야권 분열 폭풍이 거세게 불어오는 상태다.
당을 떠난 권 상임고문 외에도 김옥두 이훈평 남궁진 윤철상 박양수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 10여명도 함께 탈당계를 제출했다.
동교동계가 더민주를 떠난다는 의미는 사실상 현 민주당 계보의 창립자나 다름없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연결고리가 약해진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자 현 야권의 핵심지지 지역인 호남지역이 흔들린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권노갑 상임고문이 안철수 의원을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국민의당'(가칭)을 지지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더민주 만의 '호남패권'은 끝난 것과 다름없어졌다.
지난 1961년 DJ의 강원도 인제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비서로 정계에 입문한 권 고문은 정치인생 55년에서 처음으로 평생 몸을 실어온 '민주당'과 결별하게 됐다.
권 고문은 탈당전인 1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한 당을 떠나는 건 60년에 가까운 정치인생에서 처음"이라며 "고민을 많이 했지만 민심을 따를 수밖에 없다. 마음이 착잡하다"고 밝혔다.
이어 권 고문은 "현재 알다시피 (당 밖에) 천정배 당도 있고 박주선 의원도 있고 김민석 전 의원도 있고 박준영 전 전남지사도 있는 것 아니냐"며 "그런 분들과 자주 만나서 어떻게든 통합할 기회를 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권 상임고문은 곧바로 '국민의당'에 합류하는 대신 제3지대에서 흩어져 있는 호남 세력을 한데 묶는 등 신당 세력의 통합 작업에 주력한 후 안철수 품에 들어 올 것으로 보인다.
권 상임고문은 12일 기자회견을 갖고 "참담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60여년 정치 인생 처음으로 몸 담았던 당을 저 스스로 떠나려고 한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권 고문은 "연이은 선거 패배에도 책임질 줄 모르는 정당, 정권교체의 희망과 믿음을 주지 못한 정당으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확신과 양심 때문에 행동하는 것"이라며 "이제 제대로 된 야당을 부활시키고 정권교체를 성공시키기 위해 미력하나마 혼신의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어 통합과 정권교체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그토록 몸을 바쳐 지켰던 당을 떠나지 않을 수 없다"며 "당 지도부의 꽉 막힌 폐쇄된 운영방식과 배타성은 이른바 '친노패권'이란 말로 구겨진지 오래 됐다"고 문재인 대표 등 친노 진영을 겨냥했다.
이어 "참고 견디면서 어떻게든 분열을 막아보려고 혼신의 힘을 쏟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제 더 이상 버틸 힘이 저에게는 없다"며 "저는 평생을 김 전 대통령과 함께 하며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이끌어왔지만, 정작 우리 당의 민주화는 이루지 못했다. 많은 분이 떠났고 이제 저도 떠나지만 미워서 떠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권 상임고문이 탈당 후 안철수 신당을 지지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최대 이익을 보는 세력은 수도권-호남 집중하는 방식으로 총선전략을 세운 안철수 '국민의당'으로 보인다.
창당발기인 대회 이후 첫 일정으로 11일 또다시 광주를 찾은 안철수 의원은 "호남의 소외를 해소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라며 "지푸라기 잡고픈 광주 심정 잘 안다. 내가 그 지푸라기다"고 강조하며 호남 민심을 끌어들이는 데 적극적이다.
반면, 권 상임고문의 탈당으로 호남의 헤게모니를 안철수 신당에 뺏길 가능성이 높아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은 확실히 악재다. 물론, 문재인 대표는 김한길 의원의 탈당 이후, 동교동계의 동반 탈당가능성이 높아진 시점부터, 설득에 주력하기 보다는 새로운 인재 영입에 열을 올려 호남 선거구에 내보 낼수 있는 인재들 영입에도 성공하는 등 적극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세번째 영입인사였던 '전북 정읍' 출신 이수혁 6자회담 전 수석대표를 영입해 탈당해 '국민의당'에 합류한 유성엽 의원의 지역구인 '전북 정읍'에 공천 예정이고, '전남 화순' 출신 양향자 삼성전자 상무를 영입하는 등 호남지역에 탈당을 고민하는 의원들을 압박할 수 있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또한 동교동계와 호남세력의 대거이탈로 호남색이 많이 지워진 것이 악재긴 하지만, 문재인 대표가 강조한 '혁신'이 한결 수월해져 긍정적인 면도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와 반대로 '혁신'을 외치던 안철수 의원은 오히려 '구태 세력'으로 치부되던 현 호남 의원들을 대거 품으면서 '새정치'와는 멀어지게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사실 이번 권노갑 상임고문과 동교동계에 탈당으로 가장 큰 고민에 빠진 세력은 호남신당을 준비 중인 천정배, 박주선 의원과 박준영 전 전남지사 그리고 호남에서 정치적 부활을 꿈꾸는 김민석 전 의원 등의 세력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천정배 의원과 이외의 호남 신당 창당세력의 선택지는 별로 남아있어 보이지 않아, 결국에는 모든 호남신당 세력이 뭉쳐 '국민의당'에 어느정도 지분을 요구하며 합당을 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분석이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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