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유림의 문화예술 경제 칼럼

실물경제와 미술 시장을 움직이는 손들 1

by eknews posted Jan 1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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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경제와 미술 시장을 움직이는 손들 1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세계경기의 호황기, 경제 버블의 절정을 누리던 2006년, <뉴욕타임즈>와 <월스트리트저널>은 미술품의 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새로운 창조산업의 등장을 전면에 보도한다. 순수미술이 20세기 후반에 완전하게 경제구조 속으로 편입되어 중요한 몫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작가들의 경매기록은 정기적으로 갱신되고 있었고, 실물경제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미술사 강의실과 미술품 구입에 몰려들었다. 심지어 단 한 번도 미술관에 가본 적 없는 사람들조차 구입문의를 위해 전문가를 찾고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 일까? 호주의 아트컨설턴트인 버지니아 윌슨(Virginia Wilson)은 이렇게 말한다.

“미술품은 몇 세기 동안 매력적인 투자대상이 되어왔고 그것이 지난 몇 십 년간의 조심스러운 금융투자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는 점에 사람들은 점점 더 주목하고 있다”

 그의 말대로 금융시장뿐 만이 아니다. 심지어는 수 배에서 수 십 배의 토지개발이나 부동산 투기보다도 때로는 더 높은 수익을 올린다. 실제로 가장 영향력 있는 아트 딜러 중 하나인 마리안 굿맨(Marian Goodman)은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의 <사랑이 두렵지 않다(Not Afraid of Love)>(2000)을 35만~50만 달러에 팔았다. 실제 크기의 코끼리를 시트로 덮은 이 작품은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크리스티에서 275만 달러에 팔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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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의 <사랑이 두렵지 않다(Not Afraid of Love)>(2000)




과거 권력자이자 특정인의 전유물이었던 미술의 주체가 개인으로 옮아가며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욕망이 직접 간접으로 반영된 미술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러한 관심에 대한 수요를 공급은 감당해내지 못하며 자본의 논리에 따라 시간이 흐를수록 한정수량의 미술품들은 더 높은 몸값을 치솟게 된 것이다. 2006년 당시 최소 7개의 새로운 아트펀드가 자금 유치에 힘쓰고 있으며, 금융 전문가들은 투자자에게 보유자산의 최대 10% 이상을 새로운 상품자산 유형에 투자하라고 권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현재, 아트 시장의 상황은 어떠할까? 거품이 붕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들의 말처럼 시장 가격은 정상궤도를 찾은 것일까? 오히려 천정부지로 가격이 치솟은 인상주의 작품들 뒤로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발견되었다. 바로 컨템포러리 아트 작품 또한 꾸준히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컬렉터들이 새롭고 흥미로운 것을 원하며 이를 위해서는 약간의 위험도 감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데미안 허스트(Demian Hirst)의 <살아 있는 자의 마음 속에 있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등 수 많은 현대 작가의 작품 거래가 그 사실을 증명해 주고 있다.

포름알데히드를 가득 채운 거대한 수조 속에 상어의 사체를 띄운 이 작품이 830만 달러에 팔렸을 때 세상은 깜짝 놀랐다. 하지만 한편에선 1990년대 미술을 단적으로 상징하는 오브제이자 독특하고 문화, 역사적으로 기념비적인 이 작품에 대한 가격으로 적절하다고 주장한다.

백억이 넘는 현존 작가, 더욱 미술사에 편입되지 않은 이 작가의 작품이 830만 달러가 적절하다고 말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과연 어떤 사람들이 미술시장의 가격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필자는 미술시장을 움직이는 주요 중심 세력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이들이 미술 시장에 끼치는 영향력과, 이들이 말하는 좋은 작품, 불멸의 작품을 알아 볼 수 있는 눈, 안목의 공통점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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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허스트(Demian Hirst)의 <살아 있는 자의 마음 속에 있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1.    오늘 날 미술 시장을 이루는 7개의 축


세계적인 미술잡지인 <아트+옥션>은 2011년 12월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인’을 발표했다. 카타르 왕국의 셰이크 알 마야사 공주(1위), 가고시언 갤러리의 래리 가고시언(2위), 미국의 컬렉터 엘리 브로드(3위), 러시아의 다샤 주코바(4위), 프랑스 기업가인 프랑수아 피노 회장(5위), 딜러인 데이비드 즈워너(6위), 미국인 컬렉터 피터 브란트(7위), 말레이시아의 컬렉터 부디 텍(8위), 크리스티 아시아 지역 사장 프랑수아 쿠리엘(9위), 딜러인 스테판 코너리(10위)가 그들이었다.


이 리스트는 여섯 명의 컬렉터, 세 명의 딜러, 한 명의 경매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이들 중 미술시장의 꽃은 단연 돈줄을 쥔 컬렉터 그룹이다. 그러나 눈에 띄는 것은 이 영향력 있는 집단에 딜러와 경매 전문가도 다수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컬렉터, 딜러, 경매 전문가>외에도 미술 시장의 성립을 위해 필요한 4개의 축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어렵지 않게 생각해 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미술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와, 작가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미술관>, 그리고 작가의 작품에 담긴 이미지를 조형언어로 풀어내는 <비평가>, 그리고 조금은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아트컨설턴트>가 바로 그들이다. 과연 시장에서 이들의 역할과 영향력은 과연 무엇일까? 지금부터 7개의 축, 이들의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1)    작가? NO. 작품이 이야기 하는 것.

“런던과 뉴욕에 각각 4만명 이상의 작가가 있다. 이들 중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을 올리는 슈퍼스타 작가는 고작 75명이다. 이들 슈퍼스타 작가 밑에는 성공한 작가 300여 명이 있다. 이들은 메이저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고 연간 수억 원의 수입을 챙긴다. 이름이 알려진 주요 갤러리의 전속 작가는 5,000명 정도로, 이들은 작품 판매만으로 먹고 살기 어려워 강의, 저술 등 각종 부업을 한다.” 이것은 경제학자인 도널드 톰슨이 미술계 작가들의 생존 경쟁으로 피 터지는 삶의 터전을 세세한 수치로 묘사한 것이다. 미술시장이 활성화된 서구 시장에서도 작가로 살아남기가 얼마나 힘든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수퍼스타 작가, 성공한 작가, 그리고 각종 부업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작가를 구분 짓는 기준이 <작품의 판매량>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작품이<팔렸다. 그래서 돈이 된다>라는 것이 의미하는 것을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과연 이것은 무엇을 보여주는 신호인 것일까?


제프 쿤스(Jeff Koons)가 1986년 ‘조각상(Statuary)’ 시리즈를 제작할 당시, 그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진 <토끼(Rabbit)>(1986)가 시대의 아이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다른 작품들인 <이탈리안 여인(Italian Woman)(1985)>이나 혹은 <루이14세(Loius XIV)>(1986)등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작가 스스로가 아니라 미술시장이 <토끼>를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그 작품의 가격은 다른 두 작품을 합한 것 보다 더 높다. 왜 그런 것일까? 바로 작품이 가지고 있는 그 시대의 특별한 특성이 작품 그 자체로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돈을 주고 작품을 구매한다> 라는 것은 <작품이 건내는 이야기>에 사회와 대중이 소통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 만큼의 혹은 그 이상의 가치가 돈으로 환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예술가 스스로가 특정한 작품, 특히 팔리지 않은 작품을 자신이 만든 최고의 예술품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마치 고목을 부둥켜 안고서 새 생명이 쏟아나기를 바라는 것과 같은 이것은 꿈꾸는 식물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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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쿤스(Jeff Koons)의 <토끼>(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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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쿤스(Jeff Koons)의 <이탈리아 여인>(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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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쿤스(Jeff Koons)의 <루이14세>(1986)




2)    아트 딜러 The Art Dealer: 유명 화가 뒤에는 딜러가 있다.

2004년 5월, 가고시안 갤러리(Gagosian Gallery)는 영국 런던에 문을 연 갤러리의 첫 번째 전시로 사이 툼블리(Cy Tombly)를 선택했다. 거무죽죽한 두꺼운 선이 비 오듯 흘러내리는 다소 난해한 회화 작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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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툼블리(Cy Tombly)의 작품



전시 오픈에 앞서 가고시안 갤러리의 직원들은 컬렉터들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들은 가고시안 갤러리의 사장인 래리 가고시안이 이 작품을 추천했다고 말했다. 전화를 받은 고객 모두 작품을 샀는데 그 중 25%는 어떤 작품인지 물어보지도 않고 작품을 구매했다. 어떤 작품인지 제대로 보지도 않았는데 이들은 왜 1억원 가까이 되는 작품을 선뜻 구입했을까? 답은 간단했다. 컬렉터들은 투자 자문가의 결정을 믿듯 미술계의 슈퍼파워 딜러인 래리 가고시안의 결정을 무조건 믿고 따른 것이다. 이것은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래리 가고시안이 판매한 것은 단순히 싸이 톰블리라는 작가의 작품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었고, 컬렉터들은 아트 딜러의 안목을 구매한 것이다. 이렇듯 단순한 장사꾼이 아닌 자신의 신념과 시대를 읽는 눈을 판매하여 미술 시장을 움직이는 세계적인 아트 딜러들은 초보 컬렉터들에게 이렇게 이야기 한다.

“컬렉터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은 당연히 작품을 구입하는 것 입니다. 왜냐하면 작품을 직접 구매해 함께 지내고 다루어 보지 않고서는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거든요. 때때로 이런 질문들을 할 수도 있을 거예요. <내가 이 작품을 5년 후에도 좋아할지 어떻게 알죠?> 물론 아무도 알 수 없어요. 그것은 하나의 과정이니까요. 당신이 직접 그 세계 속으로 들어가 작품과 더불어 생활해봐야만 알 수 있으며, 그것이 당신의 사고와 인식을 어떻게 바꿔나가는지를 경험해 봐야 하는 것입니다. 10년 후에도 그 작품이 매력적이고 흥미로울 것이라 확신하고 작품을 구매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죠. 그림의 가격이 크게 상승하거나 취향이 완전히 바뀔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므로 일단 작품 구입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술품 수집은 작품을 구입하는 것이니까요. 다만, 당신이 작품을 구입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과정 자체가 발생하지 않겠죠.”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새롭게 발을 내딛는다는 것은 그 분야를 경험하고 만나봐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1)작품이 건내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2) 직접 작품을 만나는 일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하는 미술 시장의 2 중심축. 과연 나머지 5개의 다른 축들인 비평가, 아트 컨설턴드, 컬렉터, 경매전문가, 미술관 관계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과연 무엇일까? 다음 편에 이어 계속 연재하도록 한다.

<허유림, 유로저널 컬럼니스트, 인디펜던트 큐레이터, 예술기획및 교육, Rp’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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