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혜의 ARTNOW

아트페어 전성시대

by eknews posted Jan 2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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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혜의 런던 아트 나우(London Art Now #6)
아트페어 전성시대


 2차 세계 대전 종식 이후, 미술사는 새로운 부흥을 맞았다. 전쟁을 피해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많은 미술가들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폭발적인 예술혼을 불태웠고, 비평가와 이론가들은 그 예술들에서 새로운 정신과 담론을 찾아내는데 열정을 쏟았다. 그렇게 미국에서 시작된 이른바 미술의 새로운 황금시대-골든 에이지-는 전세계에 새로운 예술적 충만함을 불어넣었다. 자연스레 당시는 이론가들과 큐레이터가 예술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길잡이였으며, 그들에 의해 작동하는 미술관은 절대적 권력의 요새였다.


 그리고는 세기가 바뀌었다. 바야흐로 미술관의 시대에서 아트페어의 시대로 전향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1970년 전세계적으로 3개에 불과하던 아트페어가 2015년 기준 269로 집계되었으니 21세기를 아트페어 전성시대라 명명하는데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세계 미술시장은 주요 10개의 아트페어로 한 해가 시작되고 마감된다. 이제 사람들은 현대미술의 트렌드를 찾기 위해 미술관이 아닌 아트페어로 몰리고 있다. 아트페어는 갤러리들이 한 장소에 모여 작품을 판매하는 행사이다. 세계 주요 아트페어의 경우, 대체적으로 세계에서 인정받는 갤러리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흡사 미술시장의 올림픽 같은 장면이 연출되곤 한다. 아트페어는 비엔날레나 이타의 전시성격들과는 다른 '거래'라는 목적이 분명하게 전제되어 있다. 때문에 작가들에 대한 평가도 판매의 실적에 따라 이루어지는 점이 큰 차이를 가진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아트페어로는 스위스에서 시작하여 미국과 홍콩으로 까지 진출한 아트 바젤(Art Basel), 런던에서 열리는 프리즈(Frieze), 뉴욕의 아모리쇼(Amory Show)를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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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디자인 센터에서 열린 런던 아트 페어 2016 현장]



아트페어 시대는 미술시장의 시스템에도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TEFAF(The European Fine Art Foundation) Art Market 리포트에 따르면 2015년 전세계 아트페어에서 미술품 거래 총액은 9.8 억 유로로 추정된다. 이는 전체 미술시장 거래총액(옥션하우스나 프라이빗 딜링 제외)의 40%에 육박하는 수치이다.


이에 대한 우려도 클 수 밖에 없다. 런던의 저명한 갤러리에 따르면 1년에 갤러리가 평균적으로 참가하는 아트페어는 15개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한 달에 한번 꼴로 아트페어를 참가하기 위해 1주일이라는 시간을 할애하며 전세계를 여행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일부 화랑에서는 아트페어 전담팀을 두고 있다고는 하지만 갤러리 디렉터는 매달 많은 시간을 아트페어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갤러리가 좋은 작가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것보다 새로운 컬렉터를 발굴하여 작품을 판매하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갤러리 오너들에게서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작가에게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아트페어에 출품할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압박에 시달려야 하는 상황에서 예술적 진보를 위한 자신과의 싸움은 버겁기만 할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작품 대량 제작’에 국한되지 않는다. 아트 뉴스페이퍼 칼럼리스트인 조지나 아담(Georgina Adam)은 작가들이 ‘아트페어를 위한 아트’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작가들이 아트페어 부스에 걸릴 수 있는 사이즈에 시장의 트렌드에 맞는 작품들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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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페어 관람을 위해 길게 줄을 선 학생들의 모습.

컬렉터 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미술관이 아닌 아트페어 몰려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상황에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미술시장의 특성상, 신흥국들의 성장률이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세계 경기가 크게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갤러리들은 새로운 판매활로를 개척하고 더 많은 컬렉터를 확보하기 위해 아트페어로 몰려들고 있는 상황이다. 아트페어가 미술관과 비엔날레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 갤러리 입장에서는 자신의 작가들을 프로모션하고 세계 무대에 선보이는 데에는 아트페어가 가장 효율적인 대안이기 때문이다.




런던 아트페어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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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28회째를 맞이하는 런던 아트 페어가 1월 20일부터 24일까지 런던 비즈니스 디자인 센터에서 열렸다. 세계 주요 아트페어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런던 아트 페어는 한 해 가장 먼저 막을 열면서 그 해의 미술시장의 성과를 점칠 수 있는 행사로서의 중요성을 가진다. 때문에 추최측에서는 참가하는 126개의 갤러리를 대상으로 한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6년 미술시장에 대한 예측에 대해 참가갤러리 85%이상이 2016년 미술시장이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더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미술품 구매에 관심을 보이는 새로운 구매층이 창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외국인 컬렉터에 의한 미술품 거래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뒷받침된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 여러 통계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국의 폭발적인 경제 성장과 함께 탄생한 신흥 부자들이 미술품 수집에 눈을 돌리며 세계 미술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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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 위치한 한 갤러리에서는 국내 작가들(정면:전광영 / 우측:이강소)의 작품을 선보이며 시장확대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갤러리들이 세계 경기의 흐름에 따른 미술시장의 경색에도 우려를 표했다. 영국 내 임대료 상승과 같은 구체적인 사례를 꼽아 경제성장률 둔화가 국제 미술시장에 있어서의 영국 미술시장 경쟁력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로컬 정부들이 미술에 대한 예산을 삭감할 것이라는 발표가 잇따르면서 영국 내 재능있는 작가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TEFAF Art Market 리포트에 따르면, 영국 미술시장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기준 미국(39%), 중국(23%)에 1, 2위를 내주어 21%에 불과한 상황에 2016년 영국 미술시장에 대한 예측은 다소 불투명해 보인다. 런던 아트페어 추최측의 행사 성과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에 귀추가 주목된다.



둘러볼 만한 전시


Miro’s Studio - gallery Mayoral 2016. 1. 25 – 2. 12
This Is Today - Gazelli Art House 2016. 1. 22 – 3. 6
Line – Lisson Gallery 2016. 1. 22 – 3. 2
Big Bang Data – Somerset House 2015. 12. 3 – 2016. 2. 28
Alice in Wonderland – British Library 2015. 12. 22 - 2016. 4. 17
Champagne Life – Saatchi Gallery 2016. 1. 13 – 3. 9


다음 호에서는 사치 갤러리 30주년 기념전을 둘러보며 찰스 사치라는 인물이 영국 현대미술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살펴보게 될 것이다.




오지혜  유로저널칼럼니스트


- 이화여대 미술학부 졸업
- 이화여대대학원 조형예술학 전공
- 큐레이터, 아트 컨설턴트, 미술기자, 칼럼리스트로 활동 중
- 이메일 iamjeehy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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