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기록적 한파에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은 5년만에 한파경보가 내려졌고, 중국에는 영하 46도까지 내려가는 살인적인 강추위가 몰아닥쳤으며, 곳곳에서 폭설과 강풍으로 그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뼈속까지 시린 날씨가 3년전 살을 에는 스코틀랜드 글라스고우(Glasgow)의 겨울 추위를 연상시키면서 그 때 보았던 로리(Laurence Stephen Lowry, 1887 – 1976)의 그림을 문득 떠오르게 한다.
날씨가 자세히 묘사되지는 않았으나, 앙상한 나뭇가지에 검은 굴뚝 연기가 쓸쓸하고 추운 겨울과 닮아 있었다.
PENDLEBURY, Lowry, 1936
잉글랜드의 산업적 풍경과 성냥개비같은 사람들을 그린 것으로 유명한 로리는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중 한 명이다. 영국인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그를 운좋게도 2013년 런던 데이트 브리튼(Tate Britain)에서 다시 깊이있게 만날 수 있었다.
Going to Work, Lowry
1. ‘그 때 그 시절’
전시는 “Lowry and the Painting of Modern Life”라는 타이틀로, 6개 전시방으로 세분화되어 있었다. 자세한 설명과 함께 작품 배경 동영상 필름도 틀어주고, 그 시대의 음악까지 들려주는, 센스있는 전시전이었다.
필름을 감상하던 한 백발 노인이 그 시대의 향수에 젖어 살짝 미소를 보이는가 싶더니, 얼굴이 점점 상기되어 결국 약간의 눈물까지 훔치셨다. 그리고 “그래, 그때 저기 기차길이 있었어, 지금도 있지”,,,”저 건물,공장 기억나?”,”저 가게가 맞아, 저기 있었었어”,,,전시장을 돌며 내내 마냥 들떠 이런 대화를 나누는 상기된 모습의 영국인들을 볼 수 있었다.
영국인들이 얼마나 로리 그림을 사랑하는지를 눈으로 생생히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 때 그 시절’ 이라는 한국의 TV프로그램을 보면서 어른들이 종종 흥분하면서 좋아하셨던 것과 일맥상통하는 일일 것이다.
산업 혁명 이후의 영국 모습을 그린 것으로 잘 알려진 로리는 특히 20세기 중엽 서북 잉글랜드의 산업 지역의 풍경 그림으로 유명한 영국 작가이다. 로리는 영국 랭커셔 스트래트포드에서 태어나, 팬들베리에서 40년간을 살면서 팬들베리와 그 주변 지역인 샐포드, 그리고 맨체스터를 묘사하는 그림과 그 곳에서 일하는 노동계층 사람들의 삶을 주로 그렸다.
L.S. Lowry,at work in 1957
Station Approach Manchester, Lowry, 1960
그는 성냥개비같이 작은 사람들과 함께 도시의 풍경을 그리는 그만의 스타일을 개발했고, 신비롭고 사람들이 별로 없는 곳의 풍경도 그렸으며, 음울한 초상화들도 그렸다.
Head of a Man with Red Eyes, Lowry, 1938
그만의 양식화된 사물묘사와 날씨와 같은 것이 표현되지 않은 그림 스타일때문에 그를 프랑스 화가 앙리 루소와 같이 나이브 아티스트(naïve artist) 면이 있다라고 특징짓기도 한다.
Returning from Work, Lowry, 1929
2. 나이브 아트(naïve art)
1) 나이브 아트(naïve art)란?
나이브아트(Naïve art)는 그림을 그리는 기법면에서 천진난만한 아이와 같은 단순한 표현 방식으로 특징지어지고 분류되는 예술이다.
한때 나이브 아트(naïve art)는 정규 아카데미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예술가들의 아웃사이더예술로 보여지기도 했다. 20세기전까지 정식 미술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교육을 받지 않은 예술가들의 작품이라고 경멸적인 의미로 나이브(naïve)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나이브 아트(naïve art)를 위한 정규 미술교육과정이 생겼고, 현재 나이브 아트(naïve art)는 예술의 한 장르로서 인식되어지고 있다.
2) 나이브 아트(naïve art)의 특징
나이브 아트(naïve art)는 아이들의 그림이라 여겨질 정도로 기하학적으로 잘못된 듯한 어색한 원근법 처리, 강한 패턴처리, 정제되지 않은 색감, 그리고 엷어지는 배경처리가 없이 배경과 물체를 동등히 세밀하게 처리하는 것과 같은 기법들이 특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서정성을 담은 단순함이 나이브 아트 (naïve art)의 핵심적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다음에 계속…)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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