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블레어, 뜨는 사르코지

by 유로저널 posted May 16,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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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유럽관련 뉴스가 국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하나는 7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유럽연합(EU) FTA 1차협상이다. 1차 협상은 탐색전의 성격을 갖는다. 양측이 합의가 쉬운 부분을 확인하고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 상호의견을 교환했다. 지난해 2차례나 예비접촉을 가졌기 때문에 한미 FTA 협상때부터 진전이 빨랐다는 평가이다.  
     또 하나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다음달 27일 총리직에서 사임한다고 10일 공식 발표했다. 이에 앞서 6일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서 우파인 대중운동연합(UMP)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51)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엘리트 주의가 팽배한 프랑스에서 헝가리 출신 이민자의 아들이자 정통 엘리트 코스인 에콜을 졸업하지 않는 사르코지가 대통령에 선출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유럽의 주요 나라에서 거의 비슷한 시기에 나온 지도자의 교체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지난 10년간 지속돼 왔던 블레어 시대는 가고 후임자로는 고든 브라
운 재무장관이 유력하다. 반면에 프랑스에서는 지난 12년간 대통령을 역임
했던 자크 시라크 시대가 종결을 고하고 사르코지가 16일 엘리제궁에 입성했다. 블레어의 유산과 사르코지의 과제를 중심으로 한 번 생각해보자.

★ 토니 블레어와 정치인의 오만…..
정치인이 물러날 시기를 스스로 선택한다는 것은 오만이다. 국민만이 투표를 통해 정치인의 정책을 심판해 물러나게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토니 블레어가 임기를 2년정도만 남기고 스스로 총리직에서 물러난다고 선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영국 총리가운데 임기를 남겨두고 중도하차한 예는 몇차례 있다. 1956년 당시 보수당의 앤쏘니 이든 영국 총리가 수에즈 운하 침공에 책임을 지고 중도 하차했다. 또 1975년 당시 노동당의 해롤드 윌슨 총리도 건강을 이유로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토니 블레어도 도중 하차한다는 점에서 이들 총리와 비슷하나 차이점이 있다. 거의 쫓겨나는 셈이기 때문이다. 즉 2006년 5월 지방선거에서 블레어가 이끄는 노동당은 보수당에게 참패를 당했다. 이 때부터 노동당내에서는 그의 지도력에 불만을 품고 사임시기를 명확하게 밝히라는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물론 2003년 3월 이라크 침략전쟁에 참전해 2005년 7월7일 런던테러 발생의 한 원인이 되었던 점도 블레어의 조기 사임을 압박한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였다. 결국 블레어는 지난해 9월7일 “앞으로 1년 이내에 사임하겠다”고 선언했다.
     더 구차한 모습을 보이기 보다 스스로 선택해 나간다고 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런 모습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블레어는 자당인 노동당으로부터 쫓겨나는 측면이 강하다는 점이다.
     블레어의 라이벌이자 협력자였던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이 차기 총리로 유력시된다. 그러나 현재 데이비드 캐머론이 이끄는 보수당이 지지율에서 최소한 10%정도 노동당을 앞서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브라운이 차기 총리가 된다 하더라도 그의 앞길은 순탄치 않을 것이다.

★ 선동적인 정치가 기질이 다분히 있는 사르코지…개혁 성공할까?
     2005년 9월말 파리 교외에서 발생한 폭동이 전역으로 퍼지며 거의 3개월간 프랑스는 혼란에 휩싸였다. 당시 집권 대중운동연합의 내무장관이던 사르코지는 시위현장을 방문해 시위자들과 논쟁을 벌이다가 시위자들을 “쓰레기”라고 비하하면서 폭동에 기름을 부은 역할을 했다. 특히 자신이 헝가리 이민자의 아들인 사르코지가 이런 발언을 한 점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프랑스 선거결과를 외신들은 ‘프랑스 국민들이 변화를 선택했다’고 요약했다. 사르코지가 내세운 주 35 근무시간을 연장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 회복 등의 공약에 찬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프랑스 국민들이 반세기 이상에 걸쳐 이룩한 프랑스식 복지모델을 포기할 수 있을까?
     살만큼 주는 실업수당과 육아수당 등은 프랑스가 앵글로 색슨 모델에 반대하며 자랑하는 프랑스식 자본주의 특징이다. 이런 자부심을 경제가 침체됐다고 쉽사리 포기할지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공무원 노조와 운송노조가 사르코지의 공약에 강력반발하고 있다. 사르코지는 앞으로 5년안에 은퇴하는 공무원의 절반을 충원하지 않아 작은 정부를 지향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운송노조 소속 직원의 퇴직금 삭감안을 발표했다. 프랑스는 그동안 공공부문의 잦은 파업에 직면한 경험을 갖고 있다.
     따라서 사르코지가 공약을 강행하려 할 경우 노조와의 전면 충돌이 불가피하다.
     과연 그가 공약을 실천할 수 있을지 아니면 용두사미로 말만 앞세운 정치가로 남을지 지켜보자.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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