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든 브라운과 유럽

by 유로저널 posted Jul 0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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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8일 고든 브라운이 영국의 총리로 취임했다. 그의 총리 취임은 최소한 한달 이전부터 예정돼 있었다. 따라서 별로 새로울 것이 없었음에도 영국은 물론 미국의 주요 미디어 CNN은 거의 매시간마다 이 소식을 톱뉴스로 보도했다. 그만큼 고든 브라운 전 재무장관의 총리취임은 각 국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렇다면 그의 유럽통합 정책은 어떠한가? 데일리텔리그래프와 미러 등 일부 보수 언론에서 주장하듯이 유럽통합회의론자(Eurosceptics)인가? 그의 유럽통합 정책은 이제까지의 총리들과 비교해 무엇이 공통점이고 차이점인가?
     1997년 5월부터 10년간 최장수 재무장관으로 재직한 그의 발언과 정책을 중심으로 유럽통합 정책을 분석한다.

공통점: 영국과 영국 우선
     브라운은 영국인이다. 새삼 새로울 것이 없는 말이지만 이 표현에 많은 공통점이 담겨져 있다. 즉 브라운도 다른 영국의 역대 총리들과 마찬가지로 유럽통합을 매우 실리적으로 보며 국내정치에서 유럽통합정책이 아직도 껄끄러운 문제이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이 문제가 당내 문제로 비화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프랑스는 편협한 국익조차 유럽의 차원에서 표현하는 수사에 능숙하다. 즉 어떤 정책을 채택하면 프랑스에 유리하기 때문인데 구태여 유럽에 유리하다며 유럽이라는 큰 틀을 수사로 채택하며 이를 적극 홍보하는데 바쁘다. 반면에 영국은 유럽차원은 물론이고 특히 국내에서 유럽정책이 국내정치를 제약하거나 국내정치가 잘못 되어도 유럽 때문이라고 하는 식의 논리가 성행한다.
     예컨대 2004년 폴란드와 헝가리, 체코 등 중.동부 유럽 10개국이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되었다. 영국은 독일과 달리 이들 신규 회원국의 시민들이 자유롭게 영국으로 와서 일할 수 있게 했다. 이들 동구권 시민들은 의사 등 전문직이 아닌 한 대개 영국에 와서 ‘어렵고, 힘들며, 더러운’ 이른바 3D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그런데 데일리텔레그래프나 미러 등 보수적인 신문들은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하며 동구권 회원국 시민들이 영국인의 직업을 빼앗아 가고 있다고 자주 비판한다. 잘못된 인기영합적 보도이다. 정치인들도 이런 인기영합적인 기사에 편승해 정부를 공격하며 이런 오보를 확대재생산하기도 한다.
     이처럼 영국에서 ‘유럽 때리기’는 흔히 볼 수 있다.
브라운이 아직까지 이런 식으로 유럽통합을 비판한 적은 없다. 그러나 앞으로 상황전개에 따라 이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브라운은 정치통합보다 경제통합을 우선하며 각 종 비관세 장벽 철폐를 우선하는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선호한다. 2005년 초 당시 재무장관이던 브라운은 EU 회원국들이 아직도 정부조달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비관세장벽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를 비판하는 보고서를 발표한 적이 있다.
     1979~1990 총리를 역임한 보수당의 마가렛 대처 총리나, 브라운의 전임자 토니 블레어도 EU가 국경없는 단일시장 형성에 꾸준하게 매진해야 한다며 이런 점에 정책 역점을 두었다.
     이는 프랑스의 신임 대통령 사르코지와 크게 대비가 된다. 그는 지난달 21~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이사회(회원국 정상들의 모임)에서 EU가 국경없는 단일시장을 지향하며 경쟁을 촉진한다는 문구중에서 경쟁관련 조항을 삭제하는데 성공했다. 유럽연합 ‘헌법조약’(개혁조약으로 명칭이 변경됨)은 이런 점을 명시했었다. 물론 로마조약이나 단일유럽의정서(SEA) 등에서 공정경쟁을 확립한다는 문구가 많이 있지만 핵심은 왜 사르코지가 구태여 이런 문구를 힘들여 삭제했느냐 하는 점이다.
     그는 유럽이사회 직후 바로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발언을 했는데 이는 국가개입주의적 산업정책을 함축하는 의미로 해석이 되었다. 브라운이나 다른 영국 총리들이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시장지향적 유럽과 많이 대조가 된다.

차이점: 재무장관 출신, 유로화에 매우 회의적
     브라운은 다른 역대 정치지도자와 유사하게 유럽통합을 실리적으로 여기고 경제통합을 선호한다. 이런 맥락에서 10년간 재무장관을 역임한 그는 특히 단일화폐 유로화 도입에 매우 부정적인 견해를 유지해왔다.
     유로화를 채택하려면 인플레이션과 이자, 정부부채가 일정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가입을 위한 수렴조건). 영국은 이런 수렴조건 이외에 고든 브라운 당시 재무장관 주도로 ‘5가지 경제테스트’라는 부가조건을 만들었다. 즉 유로화 가입으로 영국 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고, ‘더시티’ (금융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가 등의 조건이다. 당연히 유로가입을 지연하려고 이런 조건을 만들었음을 짐작해 알 수 있다.
     전임자 토니 블레어가 위에서 언급한 공통점을 유지하며 그래도 유럽통합에 좀 더 적극적이었다면 브라운은 그렇지 않다. 지난 24일 맨체스터에서 개최된 노동당 특별전당대회에서 당수로 취임한 후 한 연설에서나 28일 총리취임 후 한 연설 어디에서도 브라운은 유럽통합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즉 언급해봤자 자당인 노동당이나 야당인 보수당으로부터 비판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유럽연합 관련 언급자체를 꺼린 것이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컬럼에서 브라운 총리역시 유럽통합정책 때문에 골머리를 앓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 바 있다.
     브라운이 앞으로 유럽통합과 관련해 어떤 행보를 보이는지 주목해보자.
안병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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