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일본 닮는다?

by 유로저널 posted Aug 1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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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과 일본이 닮는다. 두 나라 다 2차대전의 패전국으로 종전이후 놀랄만한 경제성장을 달성해 국제사회에 복귀했다. 독일은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최대 경제대국으로 잘 나가고 있고 일본도 1990년대의 ‘잃어버린 10년’을 뒤로하고 아시아 지역의 주요 국가로 국제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금융시장 위기에 대한 정부의 개입에서 두 나라가 아주 흡사한 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구제금융과 정부의 역할
     지난 1일 독일의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융기관 IKB(도이치인더스트리방크)가 서브프라임 투자로 수십억유로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고 밝혀 충격을 주었다. IKB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시장에 240억달러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는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에게 시중금리보다 약 2%정도 높은 금리에 주택자금을 대출해주는 것을 것을 말한다. 문제는 먹이사슬처럼 각 금융기관이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즉 금융기관이 서브프라임 대출을 해주면 이를 모기지담보증권으로 투자은행 등에 판매한다. 따라서 미국의 일부 모기지업체가 파산을 선언하자 이들의 담보증권을 구입했던 베어스턴스 등 굴지의 투자은행들도 큰 손해를 입었다).  
금융권 위기, 투자자들의 예금인출 소동 등을 우려한 독일 국영 산업은행인 KfW는 유사시 IKB 구제를 위해 80억유로의 자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는 IKB 시가 총액의 5배가 넘는 금액이다.
IKB 구제에는 도이체방크, 코메르츠방크 및 란데스방켄과 슈파카센 등이 참여할 계획이며 이들 은행은 모두 35억유로 규모의 구제 기금을 마련키로 합의했다.
     문제는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가 시중은행들의 구제금융 참여를 반강제적으로 요구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90년대 일본이 금융권 부실을 겪으면서 당국 위주로 구제금융을 강요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두 나라가 닮은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두 나라의 닮은 꼴은 여기서 끝난다. 역사적 과오에 대한 비판과 대미국 정책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일본은 역사적 과오 나몰라
     만약에 독일 총리가 히틀러 친위대(SS)나 비밀경찰(게슈타포)이 묻혀있는 무덤에 참배한다면 프랑스나 영국, 폴란드의 반응은 어떨까? 유럽전역에 독일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야단날 것이다.
     지난 6월21일부터 이틀간 벨기에의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이사회(EU 회원국 정상들의 모임)에서 폴란드는 2차대전이라는 사건을 악용하며 독일을 비판했다. 즉 폴란드 대통령은 2차대전에서 독일의 침략으로 너무 많은 자국 국민이 숨졌기 때문에 자국의 인구가 현재 4000만명도 되지 않는다며 독일에게 유리한 인구기준의 가중다수결 투표제 도입을  반대했다. 그러나 폴란드 대통령의 이런 논리는 독일을 물론이고 다른 회원국의 반감을 가져왔다.
     벨기에나 프랑스 등 2차대전당시 독일의 점령에 있었던 나라들은 폴란드의 이런 억지를 비판했다. 그들은 독일이 2차대전이후 역사적 과오를 인정하고 노력했다는 점을 알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일본은 어떠한가? 아베신조 총리의 전임자 고이즈미는 재임중 수차례 도쿄 중심부에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야스쿠니 신사는 2차대전 참전자뿐만 아니라 2차대전을 일으킨 일본의 1급전범들이 묻혀 있는 곳이다. 이때마다 우리나라와 중국 등은 일본의 역사망각을 강력 규탄한다. 마찬가지로 일본의 일부 보수파들은 일본의 남경학살을 날조라고 주장하며 위안부 강제동원도 부정하는 역사책을 만들어 배포하려 한다.
     독일과 일본, 너무 상이하다.
  
                  상이한 대미국 정책
     지난 1980년대 인기를 끌었던 책중이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 있다. 국제무대에 엔을 갖고 등장한 일본이 미국이나 다른 강대국에도 거리낌없이 ‘노’라고 말하는 또 하나의 강대국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일본은 고이즈미 총리때부터 미국과의 관계를 부쩍 강화했다. 중국의 부상에 대한 견제로 미국은 맹방 일본을 필요했다. 일본도 중국의 급부상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과의 방위동맹 강화가 필수적이다.
     독일은 표면상 일본과 대미정책이 흡사한 것 처럼 보인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005년 11월 취임직후 미국을 공식방문했다. 전임자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미국과 영국 위주의 이라크 침공에 반기를 들면서 소원해졌던 미국과 독일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독일은 미국의 실책을 드러내놓고 비판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당시 방미에 앞서 미국은 쿠바의 관타나모 포로수용소를 즉각 폐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제법을 위기며 탈레반 포로들을 수감하고 있는 미국을 정면 비판했다.
     당시 메르켈의 이런 발언은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내 다른 국가들의 지지를 받았다.
     과연 일본의 지도자가 드러내놓고 미국을 정책을 비판할 수 있을까?
안병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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