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은 경기부진과 금융불안의 우려 사이에서 정책 밸런스가 요구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발표된 LG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10년만에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미국과 함께 동반 금리인상에 나서는 국가들도 점차 늘고 있는 가운데, 자금이탈 우려가 있어 통화완화의 부담이 큰 신흥국들이 경기우려가 큰 나라들을 중심으로 오히려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는 상황에서 통화완화에 나서는 것은 물론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사실 과거에도 그런 경험은 적잖이 있었다.
1994년 당시에는 유럽 선진국들과 일본이, 1999년에는 브라질, 필리핀 등이 금리를 인하했고, 2004년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브라질, 터키 등 여러 신흥국이 금리를 낮춘 바 있다.
신흥국들은 대부분 미국과의 금리수준 격차가 꽤 존재하는데다, 미국 금리 인상 자체도 더딘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여 추가 통화완화의 여지가 잇기때문이다.
특히 중국,인도 등 경기부양이 필요한 거대 신흥국과 브라질, 러시아 등 자원수출국들은 2016년 중 막바지 통화완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글로벌 금융시장에 영향력이 큰 국가들의 경쟁적 통화완화는 당분간 이어지는 셈이다.
이 보고서는 우선 G2 중 한 축인 중국은 앞으로도 위안화 약세를 용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내수 중심의 성장노선을 공표한 것이나 핫머니 유출을 막으려는 노력을 보면 일견 위안화 강세를 유도할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그러나 내수 중심의 성장은 중장기적 목표로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자본유출 역시 그 발단이 경기에 대한 우려라는 점에서, 오히려 어느 정도의 위안화 약세는 수출 개선에 대한 기대를 높여 자본유출 가능성을 줄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중국은 앞으로 통화완화를 지속하는 한편 그 과정에서의 위안화 약세도 용인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 외환관리국이 위안화 인덱스를 공표하고 위안화가 여전히 강세 통화라는 점을 애써 강조한 것에는 향후 환율정책 측면의 노림수도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예컨대 향후 위안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더라도, 전체적인 위안화 가치를 보면 수출경쟁력 유지를 위한 경기방어 차원이었음을 주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위안화 약세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자원의존도가 높은 국가 및 중국과의 연관성이 높은 국가들도 통화완화가 전망된다. 해외 IB들의 전망 컨센서스를 참조하면 호주를 비롯해 브라질, 러시아, 인도,인도네시아, 태국 등 주요 신흥국들이 2016년 중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브라질은 얼마 전까지도 헤알화 급락 및 물가 상승에 대응하여 금리를 인상해왔으나, 최근 금융시장이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자 바로 통화정책 기조를 완화로 급선회할 뜻을 내비쳤다.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경기 방어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고정환율제 등 경직적인 환율제도를 채택한 국가들도 달러 강세의 부담이 자국 경제로 전해지면서, 특히 카자흐스탄, 시리아, 알제리, 이란 등 산유국들은 유가 하락과 달러 강세의 이중고를 겪고 있어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에도 달러 강세 및 원자재 가격 약세가 예상됨에 따라 이들 국가들의 평가절하 움직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 대에 머물경우 거의 모든 산유국에서 재정적자 압력이 클 것으로 보여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아직 기존 환율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국가들 중에서도 경기부담이 가중되면 평가절하에 나서거나 심할 경우 페그제를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미국 금리인상이 더딘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는 점도 각국 통화완화의 여지를 넓혀주는 부분이어서, 오히려 글로벌 통화긴축의 강도가 더 세지기 전에 어떻게든 회복의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각국의 시도가 더 치열해져 경쟁적통화완화와 그 이면에 숨어있는 환율 전쟁은 2016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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