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내 단일 금융시장 형성되나?

by 유로저널 posted Sep 1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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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간에는 단일시장(내부시장, internal market, single market) 형성이 계속되고 있다. 영국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EU내 다른 26개 회원국으로 수출할 때 관세나 비관세장벽(Non-tariff barriers: NTBs) 없이 가능하다. 또 영국 시민이 독일이나 프랑스, 스페인 등 다른 회원국으로 이주해 직업을 구하고 거주할 수 있다. 비자가 필요없다. 그만큼 EU내 단일시장 형성이 많이 진척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단 2004년, 2007년 신규 회원국이 된 폴란드나 헝가리, 루마니아 등의 시민들은 기존 대다수 회원국으로 이동시 제한을 받는다. 보통 신규회원국의 경우 기존 회원국으로의 이동이 5~7년정도 제한된다.
     그렇다면 독일 시민이 프랑스에 있는 은행으로 매월 지로요금을 내면서 수수료를 내지 않을 수 있을까? 즉 독일 시민이 독일내 은행을 통해 프랑스 은행으로 돈을 보내거나 혹은 독일에 있는 프랑스은행 지점을 프랑스은행으로 송금하는 등 여러가지 경우의 수가 가능하다. 위에서 설명한대로 단일시장의 논리에 따르면 별도로 송금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고 자유로운 입출금이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사정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은행의 수입원중의 하나가 각종 수수료이다. 이런 수입원을 은행이 쉽게 포기하려하지 않을 것이기 떄문이다. EU는 2009년 11월말까지 비거주자의 은행 송금과 출금에도 수수료를 납부하지 않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이런 목표달성이 쉽지않다.

                  초기단계에 약간의 수수료 허용예정
     우선 단일유로지불지역(Single Euro Payments Area: SEPA)은 유로화를 채택한 15개 회원국간의 은행송금이나 입출금시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는 단일시장을 의미한다. 상품이나 서비스, 근로자의 이동과 비교할 때 단일시장 진척이 더딘 은행분야의 단일시장 형성을 촉진하기 위해 EU내 행정부 역할을 수행하는 집행위원회가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해왔다. 또 단일화폐 유로가 출범하면서 유로화를 도입한 유로존(euro zone) 금융기관들도 유로로 거래를 계속하다보니 국내 은행과 거래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따라서 SEPA 추진이 유럽은행협회를 중심으로 추진되어 왔다.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 ECB)은 은행협회의 이런 움직임을 적극 지지해왔다.
     그러나 일부 회원국 금융기관들이 아직도 비거주자가 지로요금을 납부할 때 수수료를 청구하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수수료 청구가 없어야 하지만 이탈리아나 프랑스 은행들은 계속해서 청구료를 요구해왔다.
      내년 11월 단일유로지불지역완성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집행위원회는 이런 사정을 감안해  “수수료 지불 요구가 객관적으로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가능하며 제한된 기간동안만 인정된다”고 밝혔다. 집행위원회는 원래 수수료 지불요구가 단일시장 규정에 위배된다며 공정경쟁 규칙위반 적용도 검토했으나 이럴경우 금융기관을 너무 자극해 2009년 11월 단일유로지불지역 완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어쨌든 금융기관 이용자들은 (다른 나라 회원국 은행에 지로요금을 납부할 때) 수수료 지불을 원하지 않겠지만 거래 은행에 따라 일부 은행은 수수료지불을 요구하고 일부는 요구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금융기관 고객들이 이런 점을 잘 알고 수수료가 없는 금융기관을 이용하는 것이좋다.

                  은행거래 옮기는 것도 더 쉬워진다
     집행위원회는 아울러 은행거래 이전에 대한 각종 규제도 철폐해왔다. 많은 은행들은 고객을 잃지 않으려고 계좌를 폐쇄하려는 고객들에게 수수료를 요구하거나 계좌 개설 때 여러가지 금융상품에 가입하게 해 계좌이전을 어렵게 만들었다.
     이런 은행규정을 없애 고객들의 편의를 우선하겠다는 움직임이다. 일단 집행위원회는 금융기관들이 자율적으로 이런 규정을 철폐하기를 권고해왔다. 그러나 자율권고로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집행위원회 차원에서 강제 규정제정을 검토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집행위원회의 이런 움직임을 보도하며 “금융분야에서의 단일시장 완성에 집행위원회가 역점을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반 시민들은 대개 유럽연합의 기구에 대해 잘 모르고 관심도 없다. 그러나 이처럼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직결된 분야에서 EU기구가 시민의 편의를 위해준다면 여러가지 점에서 긍정적이다. EU기구의 업무를 시민들이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며 이와함께 EU기구에 대한 무지에서 나오는 부정적인 시각도 고칠 수 있다.
      지난해 집행위원회는 이통통신 로밍비 인하를 추진해 관철시켰다. 영국 핸드폰 가입자가 독일로 가서 통화할 경우 영국내에서 통화하는 비용과 비교해 과도한 로밍비가 청구돼왔다. 이를 단일시장 규정에 맞춰 국내통화료와 동일하게 인하한 것이다. 당시 많은 통신업체의 반대가 있었지만 언론의 지지와 집행위원회의 강력한 추진력으로 로밍비 인하가 가능했다. 금융시장의 단일시장 형성도 이런 선례에 따라 제대로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안병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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