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나가 보는 세계외교정책의 방향

by 유로저널 posted Jan 2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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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나가 보는 세계외교정책의 방향

     하비에르 솔라나(Javier Solana)는 유럽연합(EU)의 공동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European Union High Representative for Common Foreign and Security Policy, 혹은 유럽의 외교정책을 대표한다고 해서 Mr. Europe)이다. 스페인 외무장관을 역임했으며 1999년 미국 주도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코소보를 공습했을 때 나토 사무총장을 지냈다. 이러한 풍부한 경력을 바탕으로 그는 1999년 10월부터 EU 공동외교안보정책의 고위대표직을 역임하였다. 당시 신설기구인 이 직책을 맡은 후 그는 그동안 쌓아올린 미국과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주요 당사자들과의 든든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EU의 공동외교안보정책 발전에 기여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0년 6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후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호전되었다. 이듬해 2001년 5월 EU는 솔라나, 당시 유럽이사회(EU 정상들의 모임) 순회의장인 스웨덴의 페르손 총리 등이 평양과 서울을 동시에 방문해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당시 1월에 취임한 조지 부시 대통령이 전임자 클린턴의 대북 포용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하며 대북 강경책을 고수하고 있을 때이어 당시 EU의 이러한 남북화해 지지는 미국의 대북정책과 큰 대조를 이루었다. 물론 EU의 한반도 정책은 한계가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당사국도 아니다. 그러나 EU의 역량에 맞게 대북 인도적 지원을 계속해 오고 있으며 미국과는 다른 대북 정책을 유지해오고 있다.
     어쨌든 솔라나 대표는 최근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글에서 전세계외교(global diplomacy)의 5가지 교훈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현 국제무대에서 필요한 외교정책을 조목조목 지적한 글이다. 지난 20일 취임한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던지는충고 비슷한 성격의 글이기도 하다.
     미국 대통령은 어느 한 나라의 대통령과 다르다. 그가 취하는 정책 하나하나가 세계 각 국에 사는 수억명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전제한다. 그러면서 솔라나는 미국 혼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중국과 브라질, 인도 같은 신흥대국이 그동한 힘을 키워왔다고 전제한다.
    
                     예방외교와 정치적 해결이 중요하다
     솔라나 대표는 우선 산적한 국제문제를 해결하는데 정치적 해결책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내란이나 국가간 분쟁, 에너지나 기후변화 문제, 핵확산 방지 등 대다수의 문제들이 당사자들의 이익을 적절하게 고려하는 정치적 해결책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권력(power)은 단순히 군사적 혹은 경제적 힘을 사용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권력사용의 정당성도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불거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해결에서 미국이 이제까지 견지해온 친이스라엘 정책은 설땅이 없다는 설명이다. 팔레스타인의 이익도 고려하는 즉 ‘두 국가 해결책 (two-state solution,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생존권을 모두 인정하는)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 너무나 친이스라엘적 정책을 취해왔던 조지 부시 대통령이 물러나고 취임한 오바마 대통령은 첫 업무의 하나로 중동특사를 파견하였다. 과연 오바마가 실타래처럼 얽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하다. 미국 사회에 뿌리깊은 유태인의 로비망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둘째, 국제 사회가 어느 나라의 외교정책에 개입할 경우에는 항상 정치적 전략을 세워야 하고 외교정책은 다른 나라의 국내정책임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 이 말은 외교정책은 국내정책의 연장선이다라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국내정책은 분쟁 당사자들이 현실적으로 합의가능한 것을 결정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고려요소이다. 발칸반도의 분쟁이나 다른 분쟁지역에서도 유럽연합이나 유엔 등이 개입했지만 당사자들의 정치가 기능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즉 제대로 기능하는 정치는 국제기구가 개입해 이식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노력해 만들어내 내야 한다는 것.
     셋째, 퍼스낼리티(정치지도자)와 신뢰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제도와 질서가 붕괴되는 분쟁의 경우 정치지도자들이 해결의 열쇠를 지고 있다. 이럴 때 정치지도자들은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감안하면서 협상할 수 밖에 없다. 이란의 핵문제 해결이 어려운 점도 이란과 서방측과의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솔라나는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한 EU대표로 지난 몇 년간 활동해왔다. 그는 이러한 점을 지적하며 EU 대표로 활동할 때 이란과의 신뢰형성이 우선순위였다고 고백하였다. 또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휴전을 감시할 부대파견이나 경찰을 훈련시키기위한 교관들, 군사원조 등 구체적인 지원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지난해 8월 러시아가 그루지아를 침공하였을 때 EU는 적극적으로 휴전을 중재하였다. 현재 EU는 이곳에 휴전감시단을 파견해 운영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아프가니스탄과 콩고민주공화국, 코소보, 팔레스타인에도 경찰이나 군 훈련단을 파견하였다.
     넷째, 어느 한 나라가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없다. 미국이라도 마찬가지이다. 북한 핵문제는 현재 6자회담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발칸반도 문제에서 EU는 미국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형성해 문제를 해결해왔다.
     다섯째 신속한 대응의 중요성이다. 즉 문제가 발생해 당사자들의 입장이 확고해지기 전에 재빨리 대응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만약에 초기 대응단계를 놓쳤을 경우 문제해결에 오랜 시간일 걸림을 명심해 인내심을 가지고 대처해야 한다. 현재 27개국으로 이루어진 EU는 외교정책분야에서 아직도 회원국의 거부권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의사결정에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회원국들의 합의가 이루어지면 오랫동안 문제해결에 매달리는데 능숙하다.
     그는 외교의 궁긍적 목표는 합의된 규칙을 제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정치참여에 대한 규칙, 국경선 획정에 대한 규칙 등. 그는 규칙과 절차, 제도의 형성과 합의가 무미건조하게 들리지만 바로 인류문명이 이런 것에 기초해 있다며 강조하고 있다.
     솔라나는 미국에서 신정부의 출범은 특별한 기회라며 미국과 유럽이 전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규칙과 신뢰, 파트너십 형성에 다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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