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마르크스의 부활....소비자 단결한다!

by 유로저널 posted Jun 1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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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마르크스의 부활....소비자 단결한다!
     경제위기로 소비자 피해 커져..미국과 EU 소비자 한 목소리로 요구

     필자는 1999년 5월 독일 중서부의 자그마한 소도시 트리어(Trier)를 방문한 적이 있다. 시내 중심에 로마 시대 건설된 ‘포르타 니그라’(Porta Nigra, 검은 문이라는 뜻)를 오르니 시내가 한 눈에 들어왔다. 인근 모젤강의 유람선과 포도밭도 볼 수 있었다.
     필자는 이곳에서 많은 중국인들을 만났다. 바로 칼 마르크스의 생가를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자그마한 정원과 소박한 단층짜리 집에서 바로 유대인의 아들로 1818년 칼 마르크스가 태어났다. 그가 공부하던 방과 몇몇 푯말이 마르크스와 이 집에 대해 알려주고 있었다. 안내인은 중국에서 해마다 많은 고위 당원들이 이곳을 방문한다며 귀뜸해 주었다.
     마르크스는 영국과도 인연이 깊다. 1848년 프랑스 2월혁명, 독일의 3월혁명 등 유럽 몇 개국에서 혁명이 발발하자 마르크스는 동료 프리드리히 엥겔스와 함께 격변의 현장을 목격했다. 그러나 그는 독일에서 추방되어 런던에 정착했다. 바로 1848년 그 유명한 <공산당 선언>이 출간되었다. 그는 이 책에서 “한 유령이 유럽사회를 떠돌고 있다. 바로 공산주의의 망령이다. 유럽의 ‘구세력’들이 힘을 합쳐 이 유령을 몰아내려 하고 있다”며 공산주의라는 유령을 새로운 유럽의 세력으로 묘사했다.
     미국발 경제위기로 칼 마르크스가 새로이 조명을 받고 있다. 세계를 주름잡고 자신의 규칙을 강요하던 앵글로 색슨식 자본주의가 규탄의 대상이 되면서 마르크스가 신랄하게 비판한 자본주의의 추악한 면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미국 월가의 최고경영자(CEO) 1년 연봉이 몇백억원에서 몇천억원이 되는데 다른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평균 임금인상은 보잘 것 없었다. 지탄의 대상이 된 월가 사람들이 엄청난 정부 혈세를 지원받고도 보너스 잔치를 벌였다(AIG 생명의 경우). 이런 상황에서 1990년 초 소련의 붕괴와 중동부 유럽 공산정권의 붕괴로 역사의 휴지통에 던져져버린 것 같았던 마르크스가 부활했다.
     비록 시대는 다르지만 자본주의에서 극단적으로 전개될 수 있는 이기심의 극치, 이에 따르는 정부나 시장의 규제불가능... 최근 브뤼셀에서도 미국과 유럽의 소비자들이 힘을 뭉쳐 생산자들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미국-EU 소비자...단일 금융상품 규제당국 설립 요청  
     지난 8일 EU 주요 기구가 몰려 있는 브뤼셀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 소비자 단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미국-EU소비자단체대화’(Transatlantic Consumer Dialogue: TACD)라는 정례화된 모임에서 금융상품에 대한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며 대책으로 금융상품소비자피해처라는 기구의 설립과 피해 소비자에 대한 구제 등을 강력 요청했다.
     미국소비자연맹(US Consumers Union)의 짐 게스트(Jim Guest) 회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금융기관의 정보공개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엄격한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에서 발생하는 일이 곧바로 유럽에 영향을 미치며 유럽에서 발생한 일도 마찬가지로 미국에 영향을 미친다며 미국과 EU 소비자 단체들이 힘을 합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보험이나 펀드 등 각 종 금융상품을 구입할 때 최소한 몇 페이지 되는 주의사항을 읽어야 하는데 대개 용어가 어렵고 문장도 어렵게 작성되어 웬만큼 주의를 기울이지 않거나 전문가가 아니면 이해하기가 어렵다. 또 상담 직원이 제대로 알려주지 않거나 어려운 말로 설명하기 일쑤다. 이밖에 정작 아주 중요한 면책조항이나 예외사항은 보통 제일 마지막에 깨알 같은 글자크기(fine print)로 써있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이 골탕먹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금융기관 근무자들이 선한 사람이어 소비자들에게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거나 단지 상품소개서에 잘 설명되어 있다고 만사가 아니다. 금융기관이 판매하는 금융상품을 판매전에 정밀하게 검토하는 규제를 도입하고 이를 관리하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미국과 EU 소비자 단체들의 주장이다.
     소비자들의 모임에는 EU 행정기구 역할을 하는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관리들이 참석했다. 주로 EU 27개 회원국간의 단일시장을 감독하는 단일시장 관련과 소비자 관련 부서 집행위 공무원들이 참여했다.
     집행위원회에는 약 2만명 정도의 직원들이 근무하는데 인력이 부족하고 전문지식도 필요, 소비자단체나 사용자 단체, 노조 등 이익단체나 민간기구(NGO)와 항상 대화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집행위원회는 정책이나 법안을 입안할 때 이들의 의견을 수렴, 반영하려고 한다. 바다 건너 유럽까지 온 미국 소비자 단체와 유럽의 소비자 단체들이 모처럼 한 목소리를 내, 소비자 권익을 옹호하고 나섰으며 이 자리에 집행위원회 공무원들이 참여해 경청했다. 집행위원회도 기존 금융규제 강화를 논의하고 관련 규정을 제시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이 많이 반영될 수 있을 것이다.
     마르크스는 “만국의 노동자들이여, 단결하라! 당신들은 사슬밖에 잃을 것이 없다”며 <공산당 선언>을 끝맺었다. 160여년이 지난 현재 브뤼셀에서는 미국과 EU 소비자들이 모였다. ‘그들은 단결하자, 우리의 권익을 위하여!’를 외치고 있다.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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