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키워드 회복, 지속가능성

by 유로저널 posted Jan 0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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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을 이해하는 키워드

   회복, 지속가능성, 적자 등

     필자는 지난해 이맘때 쯤 기고에서 2009년을 이해하는 키워드로 불확실성(uncertainty)을 지적했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9년 세계 각 국이 경기 침체로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며 언제 침체를 극복할지 불확실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21세기의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2010년은 어떨까?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이코노미스트 등 많은 언론들이 관련 글을 게재했다. 필자는 이런 글들을 읽으며 공통적인 키워들을 추려봤다. 아무래도 경기회복(recovery),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적자(deficit)라고 생각한다.

                         경기회복이 지속될까?
     1930년대 대공황과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닮았다. 경기불황이후 글로벌 무역의 축소와 주식시장의 폭락, 산업생산의 감소 등 여러 지표에서 유사했다. 그러나 1930년대와 매우 달랐던 점은 주요국 정책결정자들의 긴밀하고도 신속한 협력이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가운데 단일화폐 유로를 채택한 16개 회원국 유로지역(euro area) 중앙은행인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 ECB), 중국, 캐나다 등 중앙은행이 협력했다. 중앙은행은 보통 기준금리를 인상하거나 인하해 경기상황에 맞는 정책을 집행한다. 경기불황이기 때문에 미국은 지난해 금리를 거의 제로 상태로 유지해왔으며 ECB도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1%로 낮췄다. 그러나 중앙은행은 비단 여기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시중은행들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돈줄을 쥐고 있어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된 '돈맥경화'(돈이 시중에 나돌지 않고 몰려있는 상황)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시중은행들을 과감하게 지원했다. 시중은행이 가지고 있는 국채 등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었는데 경기가 좋을 때 받지 않았던 국채도 받아줘 시중에 많은 돈을 풀었다. 오죽했으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외 벤 버냉기 의장의 별명이 '헬리콥터 벤'(Ben)이었을가!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듯이 마구 돈을 풀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뿐만 아니라 미국과 EU 회원국, 우리나라, 중국 등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정부도 사상 최대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집행했다. 세금을 인하하고 실업자 구제, 인프라 건설과 기업지원을 위해 재정적자 급증을 감수하고서라도 정부 돈지갑을 풀었다. 이러한 과감한 정책덕분에 지난해 세계 각 국은 '대공황 II'에서 그런대로 회복했다. 그럼에도 핵심은 과연 이런 경기회복이 일시적인가? 아니면 지속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다. 정부나 중앙은행도 언제까지나 돈지갑을 풀수는 없다. 최악의 경기침체에 직면해 실시했던 확장적인 경기정책을 서서히 거둬들어야 한다. 이른바 '출구전략'(exit strategy)인데 과연 이럴 경우 경기회복이 자생력을 갖고 지속될 수 있을까하는 점이다. 민간부분의 수요가 살아나려면 시민들이 지갑을 열어여 한다. 실업자가 줄어들지 않는데 지갑을 열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기업들도 불황에 현금을 많이 보유하거나 여유자금도 쥐고 있었는데 이를 풀어 투자를 늘릴 수 있을까? 가계나 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들이 이처럼 상호 연관되어 행동하기 때문에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G20 회원국들도 출구전략 시행에서 정책공조를 강조하고 있다. 회원국의 독특한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상호협의를 통해 출구전략을 실시해야 세계 경제 회복의 바탕다지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갑자기 어느 한 회원국이 경기가 회복되었다고 판단해 금리를 올리면 고금리를 찾아 떠도는 단기투기성 자금(핫머니)이 이 나라로 몰리게 된다. 이럴 경우 환율의 변동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한다.

                          심각한 재정적자
     FT 수석 경제컬럼니스트 마틴 울프(Martin Wolf)는 매주 수요일 게재하는 경제컬럼에서 최근 잇따라 재정적자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 그의 핵심메시지는 경기침체 때문에 늘어난 경기순환적 재정적자(cyclical deficit)보다 구조적인 재정적자(structural deficit)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즉 정부가 세금 등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아 빚잔치를 벌이는 것이 구조적 재정적자인데 영국이나 미국 등에서 구조적 재정적자 비율이 경기순환적인 적자보다 훨씬 높다는 분석이다. 이럴 경우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정부의 재정적자는 쉽게 줄일수가 없다. 정부가 재정적자를 줄이려면 비효율적인 정부예산 항목을 과감하게 삭감하거나-부처 이기주의 때문에 쉽지 않다, 새로운 수입원으로서 세수를 늘리거나-세금인상은 대표적인 표잃는 정책으로 이 역시 쉽지 않다,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나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특히 유로지역 회원국 가운데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의 5개국) 재정적자가 심각하다. 지난해 12월 신용평가회사로부터 등급 강등을 당한 그리스의 경우 정부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2%를 넘어섰다. 스페인과 아일랜드도 경기침체로 부동산 거품이 사라지면서 실업률 급증과 재정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최소한 4% 이상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11월 서울에서 G20 정상회의도 개최한다. G20 회원국 가운데 중국과 인도를 제외하고 꽤 높은 성장률이다. 문제는 적절한 출구전략의 시기와 지속적인 경제회복의 가능성이다. 정부가 정책을 통해 빈사상태의 경제를 살려놓았지만 경제라는 환자가 회복해 건강하게 움직이며 일을 계속해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까는 별개의 문제이다. 경인년 호랑이의 해, 공교롭게도 우리 경제가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던 1998년 IMF 경제위기 때와 띠가 겹친다. 이번 호랑이띠에는 개인과 국가도 욱일승천하기를 기대해본다.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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