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야심차게 창당한 국민의당이 원내교섭단체 구성(현역 국회의원 20명)에 실패했고, 당은 극심한 정체성 혼란을 겪으면서 총선 전에 공중 분해론까지 나오고 있다.
급조된 당으로 현역 의원 17명이 있는 정당에서 안철수계와 김한길계, 천정배계, 동교동계, 호남 현역 의원들, 외부 영입 인사 등 계파만 6~7개에 달하고 계파별로 당직을 안배하다 보니 대변인만 6명이듯이 몸은 빈약한데 머리만 많은 기형적 구조, 즉 ‘사공 많은 배’가 돼버렸다.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와 함께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았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김한길 위원장은 ‘칭병’인지 ‘와병’인지 모를 아리송한 이유로 오랫동안 출근하지 않고 있으며, 전윤철 공천관리위원장은 자신의 역할에 불만을 품었는지 일본으로 떠나 사실상 당무를 보이콧 하기도 했다.
게다가 안 대표는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를 표방했지만 지금은 자신부터 안보 분야에서 극심한 혼선을 빚고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와 이에 따른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한반도 배치 협의로 ‘북풍’이 4·13 총선의 최대 이슈가 된 상황에서 이는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다고 일요서울은 분석안을 내놓았다.
안 대표는 “개성공단 중단이 북핵과 미사일 저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드 배치는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우리의 핵 무장론은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안보는 보수’라고 했으면서 ‘좌(左) 클릭’을 하고 있다. 호남 민심을 의식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승계하려 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내면서 개성공단을 활성화 시켰던 정동영 전 의원은 더 강한 주장을 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 시절 비대위원을 지냈던 이상돈 선대위원장은 “햇볕정책은 실패했다” “개성공단 폐쇄에 찬성한다” 심지어 “국민의당 대북관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된다”고 전혀 다른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나타났다. 했다. 김 위원장을 계속 지지하겠다는 비율은 22.2%에 머물렀다.
국민의당을 뿌리 채 흔들 수 있는 더 위험한 뇌관이 잠복해 있다. 공천 결과가 발표되면 탈락자들의 반발과 이탈로 당이 붕괴 위기에 몰릴 수 있다. 특히 더민주를 탈당해 국민의당에 합류한 호남의 현역 의원들이 공천을 받지 못할 경우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임에도 천정배 대표는 ‘호남 의원 대폭 물갈이’를 주장하고 있다. 공천권을 호남 주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안 대표가 막아주지 못한다면 집단탈당과 무소속 출마가 이어지면서 당은 멘붕 상태에 빠질 수 있다.
김한길 위원장을 비롯한 수도권 출신은 총선 직전에 야권의 선거연대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후보가 동시에 출마해선 총선에서 필패할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그러나 안 대표는 “더민주와의 선거연대는 절대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패배 위기감에 휩싸인 수도권의 국민의당 출마자들이 안 대표를 배제한 채 개별적으로 선거연대에 나설 수 있다. 이 경우 안 대표는 무력감을 느껴 자신이 만든 당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여의도 정가에선 ‘총선 전 국민의당 공중분해론’이 떠돌기도 한다. 정치평론가 A씨는 “최근 국민의당 상황을 보면 정상적으로 공천을 마무리하고 일사불란하게 선거를 치룰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아무리 봐도 위태위태하다. 선거 전에 자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반면, 국민의당이 출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정동영 전 의원의 합류 등으로 서서히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기 때문에 총선 때쯤이면 제3당의 위상을 확고히 할 것이란 견해도 없지 않다.
국민의당 한 당직자는 “밖에서 보는 것처럼 당이 혼란스러운 건 아니다”며 “당에 참여한 사람들이 ‘분열은 공멸’이란 인식이 강하다. 개인적으로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2017년 대선을 기약하며 하나로 뭉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로저널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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