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DA페어 전시 전경]
나의 친정어머니는 비교적 진지한 앤틱수집가이다. 오랜 세월 집안 대대로 물려내려오는 가구들을 다른 자매들보다 먼저 차지하기 위해 외할머니에게 뇌물공세를 펼치기도 하며, 또 친할머니 사랑방에 있던 협탁을 몰라 챙겨오시기도 했다. 어머니는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80년대 중반부터는 외국의 앤틱에 까지 눈을 돌리셨다. 앤틱으로 유명한 나라들을 이곳 저곳 여행하며 훈장처럼 앤틱 가구와 소품들을 챙겨오셨다. 그래서 친정어머니가 모은 앤틱들에는 늘 스토리가 있다. 예를 들면 “이건 우리 엄마가 시집갈 때 너한테는 외증조할머니되는 분이 혼수로 준비해주신 거울이란다” “이건 이태리에서 사온 콘솔이야. 주인이 안팔려고 하는걸 3일을 가서 졸라서 겨우 샀지” “이건 프랑스에서 큰맘 먹고 샀던 의자인데 파는 사람 말로는 엑토르 귀마르가 습작처럼 비공식적으로 만들어서 자기 아들에게 주었던 거래” 이렇듯 어머니에게는 앤틱소장품들이 엄마의 추억 저장고이자 시대를 거슬러 골든 에이지를 꿈꿀 수 있게 하는 타이머신과도 같다.
이렇듯 앤틱의 묘미는 그 물건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사연(스토리)에서 풍겨지는 정취에 있다. 대량 생산되는 제품들과는 다른, 무엇과도 같지 않은 특별함이 그것이다. 또한 앤틱에는 세월의 깊이와 그 시대의 문화가 혼합되어 있기 마련이다. 또한 앤틱은 희소성의 가치가 매우 부각되는 제품군이라는 점에서도 많은 수집가들을 열광하게 한다. 『앤디워홀 손안에 넣기』의 저자 리처드 폴스키는 미술품이 가지는 희소성에 대해 “미술품 소장이야말로 진정한 럭셔리다. 값비싼 차나 보석 같은 제품들은 돈만 있으면 누구든 소장할 수 있다. 하지만 앤디 워홀의 자화상은 이 세상에서 단 한 사람만이 소장할 수 있다. 이것이 진정한 럭셔리다”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앤틱이 가지는 매력도 미술작품과 동일한 맥락에 있는데 이에 더해 앤틱은 그 속에 ‘시간’까지 저장되어 더욱 희소한 가치를 띄게 된다. 물론 그 ‘시간’속에는 물리적인 시간도 포함되지만 소장이력 혹은 시대성 따라서 앤틱의 가치는 여러 가지 요소로 결정된다. 시대는 물론이고 심미적인 요소, 디자인이나 제작 기법의 특이성, 보존 상태, 수리 여부, 작품의 내력 등이 총괄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앤틱이란 용어의 어원은 라틴어 Antiquus에서 비롯되었는데, 고대 유물이나 유적을 뜻하는 영어의 antiquity 또한 이 말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고있다. 기본적으로 앤틱은 백 년 이상이 된 물건을 의미한다. 그러나 한때 프랑스에서는 자국의 예술품이 통제 없이 해외로 반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20년 이상 된 1만 프랑 이상의 가치를 지닌 것’을 앤티크의 범주에 넣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최근에 와서는 백 년이 되지 않았더라도 특별한 가치나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지닌 물품을 앤틱이라고 통칭하여 부르기도 한다. 이처럼 문화적 효용성과 가치를 지니는 앤틱이 일반인들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거래가 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714년 조지 시대에 최초로 책이 경매에 출품되는데 이를 앤틱 거래의 시초로 보고 있다. 그 후 미술품과 가구류가 앤틱 경매에 추가되었고, 250여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가짓수가 점점 늘어 도자기, 유리제품, 보석, 시계, 카펫과 텍스타일, 고서, 갑옷과 무기, 인형 등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로 확대되었다.
앤틱이 거래되는 곳 _ 페어, 경매, 앤틱샵, 벼룩시장
1. 페어
영국은 전세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앤틱 시장이다. 특히 오랜 기간 동안 이른바 마스터피스들을 주로 거래해온 유명한 딜러들로만 구성된 조합도 두 개나 있다. LAPADA(the London and Provincal Dealers Association)과 BADA(the British Antique Dealers Association)가 그것인데 현재 BADA조합에서 주최하는 앤틱 페어가 첼시에서 열리고 있다.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앤틱 페어인 더 아트 앤 엔틱 페어(The Art & Antique Fair)와 그로스버너 하우스 페어(Grosvenor House Art & Fair)에 이어 3번째로 손꼽히는 BADA 페어는 협회가 주최하는 만큼 출품되는 물건들이 어느 정도 퀄리티가 보장된다고 볼 수 있다.
파인 아트 페어 : 매해 6월에서 7월 사이에 열리며 160개 이상의 딜러들이 참가한다.
그로스버너 하우스 페어 : 1934년에 시작된 역사가 깊은 엔틱페어로 역시 매해 6월경에 열린다.
BADA 페어 : 매해 3월 경 열리며 BADA조합에 속한 딜러들이 참가한다.
[BADA페어 전시장 내부 전경]
2. 경매
세계 예술품 경매계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소더비’와 ‘크리스티’는 상상을 초월하는 고가 미술품 낙찰 금액으로 연일 뉴스를 장식한다. 하지만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그렇게 비싼 그림만을 취급하는 것은 아니다. 경매사에서 다루는 제품군은 와인, 보석, 시계, 고화, 앤틱에 이르기까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며 경매에 출품되는 물건의 가격대도 매우 다양해서 일반인들에게 생각보다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 각 경매사들은 한달에도 수십여건의 경매를 치루기 때문에 자신이 관심이 있는 경매정보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앤틱에 관심이 있다고 하면 미리 경매도록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마음에 드는 작품을 찍어두고, 프리뷰가 열리는 기간에 미리 방문하여 직접 물건을 보고 확인하는 것이 좋다. 경매에 출품되는 작품의 경우, 스페셜리스트의 검토를 거치기는 하지만 경매사는 그 작품의 진위여부나 작품의 가치에 대해서는 보증하지 않는 특이점이 있다. 각 회사의 명성에 누가 될 수 있어 스페셜리스트가 감별해 낼 수 있는 수준에서 위작이 출품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 선택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구매자에게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앤틱에 조예가 있는 경우에 주로 경매를 통해서 물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프리뷰는 꼭 구매의향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공개되는 것은 아니라서 좋은 앤틱 전시회라고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보기에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되곤 한다.
소더비(Sotheby’s) : http://www.sothebys.com/에서 경매에 대한 정보를 미리 확인할 수 있으며, 경매가 있는 날 일주일 전부터 메이페어에 위치한 전시장에서 프리뷰가 진행된다.
크리스티(Christie’s) : http://christies.com/에서 경매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역시 프리뷰를 통해 작품의 보존상태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크리스티의 경우 런던에 두 개의 전시장을 가지고 있으므로 프리뷰 참가 시 전시장을 잘 확인해야 한다.
[경매가 진행되고 있는 소더비]
3. 앤티샵과 벼룩시장
런던의 대표적인 앤틱 벼룩시장인 프로토벨로 마켓이나 캠든 패시지 마켓은 잘 알려진 앤틱 벼룩시장이다. 본래 벼룩시장은 주로 노천에서 간이로 만들어진 상점들을 일컫는데, 프로토벨로의 경우에는 이것이 발전하여 상점의 형태를 띄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앤틱샵은 경매나 페어, 벼룩시장에 비해 딜러가 매장을 직접 운영하므로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높고 일부는 보증서도 발행하는 경우가 있어 안정적인 구매 장소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본인의 취향에 맞는 작품들을 주로 판매하기 때문에 원하는 특정한 품목이 있는 경우, 앤틱딜러를 찾아 자신의 예산에 맞는 물건을 상담하여 추천받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리니치의 벼룩시장]
오지혜 유로저널칼럼니스트
- 이화여대 미술학부 졸업
- 이화여대대학원 조형예술학 전공
- 큐레이터, 아트 컨설턴트, 미술기자, 칼럼리스트로 활동 중
- 이메일 iamjeehy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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