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혜의 런던 아트 나우(London Art Now #15)
Fashion and Style
Vogue 100 : A century of style / National Portrait Gallery / 11 Feb -22 May
사회 구조 속에 신분이 존재하던 시대에 그 사람의 옷차림은 그 사람의 사회적 위치를 대변하는 수단이었다. 뿐만 아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베르샤유 궁전에 따로 화장실이 없는 이유는 용변을 그냥 바닥에서 해결했기 때문이다. 오물로 더러워진 바닥에서 조금 거리를 두고 생활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바로 하이힐이었다. 이처럼 옷차림은 생활양식에도 큰 영향을 미쳐왔다. 현대에 와서도 패션과 스타일이라는 것이 여전히 그 사람을 대변해 주고 있다. 예를 들면 직업군을 화이트칼라, 블루칼라로 나누는 것이나, 교복을 입은 학생 등도 그러하다. 이렇듯 패션이 문화의 영역이 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자연스레 패션은 학문이 되어 전세계에서 한해 패션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수백만 명씩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패션이 산업과 결합해 경제영역에도 편입되었고 더욱이 문화의 정점인 예술의 영역으로까지 자연스럽게 흡수되었다.
SNS가 발전하면서 패션계에도 새롭고도 흥미로운 흐름이 생겨났다. 젊은이들은 자신을 드러내는 가장 쉬운 방식으로 자신의 패션을 공유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OOTD는 outfit of the day를 일컫는 말로 매일 자신이 입은 옷을 SNS에 올리면서 생겨난 인터넷 신조어이다. 이러한 경향에 따라 SNS가 패션잡지의 역할을 대신하는 현상으로까지 번지게 된 것이다. 이른바 ‘옷을 잘 입는’ 일반인들이 모델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으며, 그들은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이제는 패션잡지나 심지어 신문에서 조차 일반인의 패션을 소개하는 면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웹을 기반으로 한 패션 정보의 범람화가 수용자들에게 있어 얼마만큼의 양질의 정보에 대한 선별을 가능하게 하느냐는 다른 문제로 볼 수 있다. 어쩌면 이러한 상황에서 패션정보의 전달자 역할을 하는 패션저널리즘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패션저널리즘
패션저널리즘이란 ‘모드의 전달과 생산 및 유통에 대한 관여’라고 정의될 수 있으며 패션이라는 하나의 대상을 다각도에서 반영하여 대중과 패션문화 및 산업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므로 패션의 산업적 측면은 물론 문화적 측면에서도 저널리즘의 역할은 결코 간과될 수 없다. 패션저널리즘이 다른 저널리즘과 구별되는 특징 중 하나는 패션 관련 매체들은 패션 업계와의 연계성이 타 분야의 매체보다 훨씬 긴밀하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잡지를 포함한 TV나 일간지와 같은 패션 매체에서 나타나는 패션 저널리즘은 정치, 문화, 사회 등의 저널리즘에 비해 광고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패션이라는 것 자체가 소비에 기초를 두고 있고 매체를 통한 전파력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에서의 패션 저널리즘이라는 것은 패션미디어와 광고주, 독자 간의 피드백으로부터 발생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패션저널리즘이라는 것은 좁게는 출판물, 즉 신문이나 잡지를 통해서, 넓게는 TV를 포함한 모든 매스 미디어를 통해 패션에 관한 모든 정보를 대중들에게 전달함으로써 패션이라는 하나의 문화를 대중과 연결해주는 가교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 잡지 등의 대중매체를 통한 패션 저널리즘은 전세계의 패션 정보를 제공하고 대중들에게 전달하며 그로 인한 여러 피드백 작용을 통해 패션문화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패션문화 즉, 트렌드(유행)을 형성하는 데에 지대한 역할을 하게 되는 패션저널리즘은 패션산업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가질 뿐 아니라 문화와 예술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VOGUE 100
국내에서도 크게 히트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기억할 것이다. 비서를 하녀처럼 부리고, 온갖 명품에서 보낸 선물을 눈 아래로 내리깔던 편집장은 흡사 패션계의 절대자같이 묘사되었다. 이 인물은 다름 아닌 패션잡지 <보그>의 실제 편집장을 모델로 한 것이었다. 뉴욕타임스 저널리스트가 꿈인 앤 해서웨이가 패션계의 작업 현장을 비웃을 때, 편집장인 메릴 스트리프가 호통치며 했던 장면이 있다. 대강 “네가 아무 생각 없이 골라서 입고 있는 푸른 색 스웨터가, 사실 셀룰리언색인데, 2002년 오스카 드 라 렌타가 그 색깔로 가운을 발표한 이후 그 컬러가 돌고 돌아 수많은 재화와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패션잡지의 하나인 보그가 패션과 예술, 그리고 대중문화와 라이프 스타일에까지 엄청난 영향력을 끼지고 있다는 자부심의 표현이었다. 이것이 누구도 주저 없이 패션저널리즘의 대명사로 보그를 꼽는 이유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는 보그지가 런던에서 전시회를 개최했다. 당대의 스타일, 유명인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현대 패션의 역사가 한눈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전시를 기획한 로빈 비우르(큐레이터)는 "관람객들이 단지 잡지의 패션이나 의상에 대해서만 감탄할 것이 아니라 이 잡지가 대변하는 당대의 문화들도 읽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세기 동안의 표지와 패션 화보, 인물사진, 자료 보관소에서 꺼내온 280여 개의 인쇄자료는 '보그'가 어떻게 패션계를 주도하고 모델들을 스타로 만들었으며 문화를 이끌어 왔는지를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전시를 찬찬히 둘러보면 보그가 패션저널리즘의 역할을 얼마나 충실히 다해왔는지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패션뿐만 아니라 문화를 다루어 왔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인물을 담은 사진 속에서는 그 시대문화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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