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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몰리션 Demolition > 파괴의 끝

by eknews posted Apr 2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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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범 기자의  영화 리뷰>

장 마크 발레 Jean-Marc Vallée 감독, 프랑스 개봉 2016년 4월 6일

< 데몰리션 Demolition > 파괴의 끝


잘나가는 투자 은행가인 데이비스(제이크 질렌할 분)는 아내(헤더 린드 분)가 갑작스러운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자 삶의 의욕을 잃게 된다. 데이비스는 주변의 위로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점차 그녀와 자신의 기억에 관련된 것들을 파괴해 나간다. 처음에는 냉장고를 부수더니, 회사 내 화장실 문, 심지어는 이베이에서 불도저를 구입해 자신의 집을 통째로 부순다. 그러나 방황하던 그는 싱글맘인 카렌(나오미 왓츠 분)과 그녀의 아들 크리스(쥬다 루이스 분)를 만나게 되면서 새로운 삶의 의욕를 찾게 된다.


아내가 죽었다. 그러나 갑자기 떠난 아내의 부재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데이비스는 아내가 죽은날 집으로 돌아와 혼자서 밥을 먹고 TV를 본다. 그리고 다음날 늘 하던 데로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고 출근을 한다. 아내의 죽음 앞에서 데이비스의 행동은 일상적이며 무감각해 보이기까지 하다. 이따금 아내와의 추억이 떠오를 때면 격한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지만 데이비스는 자기 스스로도 아내를 사랑했었는지 확신이 없다. 아내의 부재는 사랑에 대한 기억마저도 불투명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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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스는 정말 아내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일까? 데몰리션(Demolition)은 데이비스만의 사랑 확인법에 관한 영화이다. 데이비스는 그녀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파괴하고 부정하면서 그녀와의 사랑에 대한 기억들을 하나둘씩 획득하게 된다. 그녀가 수리를 부탁했던 냉장고를 해체하고, 그녀 앞으로 뒤늦게(그녀가 죽은후) 배달온 커피기계를 분해한다. 그녀와 관련되있는 것들을 분해하고 해체하면서 그녀를 다시 이해하고 알아가기 시작한다. 그녀와의 추억이 깃들었던, 또한 삶의 중요한 터전이 되는 집을 부수는 장면에서는 지나치다라는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이처럼 거친 파괴는 혼란스러웠던 것들의 완전한 해체를 가능하게 한다. 데몰리션에 유난히 여성관객이 많았던 이유는 이처럼 거친 방법으로, 어쩌면 자신을 학대하며 사랑을 확인하려는 데이비스(제이크 질렌할)의 남성적인 모습때문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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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 데이비스의 파괴와 해체의 행동들은 자신의 혼란에 해답을 찾으려는 자연스러운 노력이 아닐 수 없다. 대상을 쪼개고 분할하는 행동은 사실 우리가 대상을 파악하려는 의식의 작용과 유사하다. 우리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기 보다는,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관점을 갖게 된다. 방황하던 데이비스가 획득한 관점은 자신이 아내를 사랑했다는 것이었다. 데이비스는 회전목마에서 그녀와 즐거웠던 시간을 보냈던 것을 기억해낸다. 그리고 그 즐거움이 사랑의 감정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는 아내를 위해 아내의 유산을 그녀가 평소에 애정을 가졌던 장애아동들을 위한 회전목마를 만들어주는데에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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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말미에 철거예정인 건물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장면은 방황의 과정에서 서로 만나며 의지하게된 데이비스와 카렌, 크리스의 혼란과 고민이 이제 해소되게 되었다는 것을, 앞으로 새로운 사랑이 시작될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듯 하다.

<사진 allocin>
프랑스 유로저널 강승범 기자
eurojournal10@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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