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희망으로 색칠하다-
2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1940년6월 독일군이 빠리로 진입하자 샤갈은 남프랑스 고흐드로 숨어들어간다.
전쟁의 폭력을, 20세기의 잔인함을 1차와 2차 세계대전을 통하여, 그리고 러시아 혁명을 통하여 직접 목격한 화가 샤갈은 전쟁의 참상을 그리고 인간의 야수성을 그 공포와 두려움을 인간들의 얼굴에 표현하였다. 상징적이며 우주적인 규모의 전투들을 얼굴 표정에 담아냈다. 풍부한 종교적인 참조문헌을 통하여 표현되는 그의 그림을 통하여 참상은 예전부터 있었음을 볼 수가 있다. 고통과 참담한 가운데 연민을 가지고 그린 그의 작품에는 희망의 작은 불꽃이 피어나고 있다. 샤갈은 영원한 평화의 전사이며 영적인 사명감으로 예술혼을 불사르고 있었다.
샤갈은 뉴욕의 현대미술관 모마의 초청으로 1941년 미국으로 건너간다.
<전쟁>이란 제목의 이 작품은 샤갈이 미국에 망명했을 때 그린 그림이다. 1941년 7월 고향 비테프스크가 나치에 점령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샤갈은 누구보다 슬퍼했다. 그는 마을이 불타고 사람들이 죽어가는 전쟁의 참혹함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어두운 색채의 얼굴을 군중을 샤갈은 여러 점 남겼다. 불타는 마을과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들의 행렬 속에서 유태인의 구약에 없는 십자가와 동물의 형상을 그렸다. 유태교의 충성스러운 집안에서 자랐지만 유럽의 문화에 젖은 샤갈에게 십자가는 구원의 상징이었다. 불이 타고 공포에 휩싸인, 지상을 벗어나 평화로운 천상의 세계를 향하듯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동물들과 인물 형상에서 샤갈의 희망을 읽을 수 있다. 그림의 내용은 공포와 비극과 절망을 담고 잇지만 끝까지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샤갈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참혹한 현실을,샤갈은 자신의 꿈과 현실의 간격을, 땅과 하늘의 공간을 희망으로 칠하고 있다..
뉴욕에 도착하여 앙드레 브흐똥,조흐주 베흐나노스,그리고 뉴욕의 화상 삐에르 마띠스를 만났다. 뉴욕에서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아레코의 무대 의상과 장식을 주문받았다.
시기에 뉴욕은 빠리의 뒤를 이어 미술계의 중심으로 대두되고 있었다.
-동심의 추억 서커스를 다시 그리다-
러시아 거리의 스펙타클을 즐기던 샤갈은 볼라르의 초대로 빠리에서 겨울 서커스 극장을 자주 갔었다. 그리고 화려한 색깔로 서커스의 단원들을 곡예사와 줄타기하는 곡예사 광대 음악을 가지고 노는 사람들을 그렸다. 샤갈의 서커스는 삶의 기쁨그리고 행복과 비극 그리고 넘치는 에너지였다. 그가 그리도 스스로 즐기던 하늘과 땅사이의 무중력 상태의 공중에 떠도는 사람들을 그렸다. 공간에서 도약과 비상이 그리고 수직낙하가 있고 자유가 있다. 그리고 현실과 꿈 사이에 그 무엇인가 있다.
전쟁 후 아내를 상실하고 새롭게 시작한 작품은 1930년대에 그렸던 <곡예사들(Les Arlequins)>의 재작업이었다. 샤갈은 신부와 신랑, 음악가, 곡예사, 날개 달린 염소 인간, 유대인, 비테프스크의 풍경, 촛대 등 작가의 전형적인 이미지들로 가득 차 있던 캔버스를 왼쪽 부분은 <그녀 주위에>, 오른쪽 부분의 <결혼식 촛불들(Les bougies de Noce)>로 나누어 두 개로 그렸다.
그녀 주위에(Autour d’elle 1945)
1944년 종전의 기쁜 소식도 잠시, 9월 아내 벨라가 갑자기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이틀만에 사망하자 샤갈은 충격에 빠져 한동안 작품을 하지 못하였다.
절망에 빠진 샤갈을 위해 딸 이다는 벨라의 회고록을 출판하는 작업에 착수하였다. 샤갈은 아내 벨라의 생애를 정리하고 전기를 삽화로 다시 작품을 시작하였다. 샤갈의 1945년작 <그녀 주위에>는 아내 벨라 샤갈(Bella Chagall, 1895-1944)의 급작스런 사망 이후 9개월간 이젤을 가까이하지 않았던 샤갈이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내면의 시적 상상력과 삶의 경험을 통하여 여과된 작품이다. 그의 벨라에 대한 애절한 사랑이 묻어 나고 있다.
<곡예사들>을 반으로 갈라 재 작업한 <그녀 주위에>는 상당부분 덧칠이 되었고, 분위기는 어두워졌으며, 죽음과 비탄이 그 주제가 되었다. 작품의 중심부를 차지하는 구형의 공간 안에는 벨라와의 추억으로 가득한 고향 비테프스크의 풍경이 그려져 있으며, 샤갈과 벨라의 딸 이다가 공중에 떠다니며 비테프스크의 풍경을 손으로 받쳐 들고 있다. 우측 하단에는 부채를 들고 섬세한 장밋빛 의상을 입고 있는 젊은 벨라가 그려져 있고, 왼편에는 머리를 거꾸로 돌린 샤갈 자신의 자화상이 그려져 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신랑이 날아가는 모습, 새와 촛대 등은 샤갈의 작품에서 많이 나타나는 이미지들이다. 이 작품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는 어두운 푸른색은 밤을 상징함과 동시에 죽음을 암시하고 있다. 비테프스크의 풍경에 초승달이 떠 있는 것과 슬픔에 잠긴 벨라의 표정을 통해 푸른색이 보여주는 죽음의 이미지가 극대화되고 있다. 거꾸로 표현된 얼굴은 때때로 샤갈의 작품에 등장하는 특징적인 요소로, 자신의 내면 세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의 좌측 상단에 나타나는 새 한 마리와 촛대는 벨라에 대한 사랑을 그리고 빛을 그리고 있다. 샤갈과 벨라가 가장 행복하게 그려졌던 30년대 작품 <곡예사들>에서 변형되어 두 작품으로 탄생한 <그녀 주위에>와 <결혼식 촛불들>은 행복과 절망,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이라는 인생의 높낮이를 보여 주고있다.
(다음주에 계속)
사계절 옥탑방에서 테오 bonjourbibl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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