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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sama Yayoi

by eknews posted Jun 0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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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sama Yayoi


25 May - 30 July, Victoria Miro Gallery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아티스트인 쿠사마 야요이의 개인전이 빅토리아 미로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신작 페인팅을 포함해 작가의 대표작과 함께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3개의 설치작품이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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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외부에 설치된 인스톨레이션 작품]



정신분석학과 쿠사마


쿠사마에 대해 가장 잘 알려진 사실은 그녀가 신경강박증 환자라는 사실이다. 이는 예술가로서의 특이점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쿠사마의 작품의 근간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신 질환에 대한 기록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연구가 이루어진 것은 정신분석학이 발전했던 19세기 말 부터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때부터 인간 심리와 정신 질환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시작될 수 있었다. 인간의 감정, 무의식과 이미지 사이의 관련성에 관심을 기울인 정신분석학의 발전은 미술적 표현이 개인의 내면세계에 대해 명백한 증거를 제공한다는 믿음을 형성시킬 수 있었다.


20세기 중반에 이르면 미술 제작 활동은 정신적 성장과 변화, 재활을 북돋을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고 점차 미술 치료의 영역이 출연하기 시작했다. 이후 미술이 감정의 정화와 승화를 통해 외상의 경험을 완화하여 심리적 균형을 회복시키며, 분열된 자아를 통합하여 내면의 전환을 일으킴으로써 치유의 기회를 준다는 사실이 인정되었다.


정신분석학에 대한 이론을 처음으로 체계화시킨 사람은 지그문트 프로이드(Sigmund Freud)이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 자고 있는 무의식의 세계. 프로이트는 그 마음의 메커니즘을 명확히 하여 새로운 학문으로 만들어냈다. 프로이트가 밝혀낸 마음의 메커니즘이란 어떤 것일까?


그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은 빙산과 같기 때문에 표현되는 것은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마음의 대부분은 수면 아래에 있는 무의식의 영역에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신경강박증은 이러한 무의식의 세계가 본격적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끼치게 되는 수준을 이르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환자가 피하려고 하는 무의식적 충동들이 위장되고 왜곡되어 나타나는 일종의 대체물이 강박신경증이라 설명했다. 프로이트의 연구에 의하면 신경증의 원인은 대부분 과거에 다친 마음의 상처에 있다. 그런데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것을 무의식 안에 가두려고 한다는 것이다.


야요이 쿠사마는 자신이 가진 신경강박증이라는 정신 질환을 예술적으로 승화시켜 미술의 치유력을 극대화시키는 예술가이다. 강박 증상이나 공포증을 주요 증상으로 하는 강박신경증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어떤 특정한 생각이나 행동이 계속 반복되는 정신적 장애이다. 환자 본인도 이러한 생각이나 행동이 불합리하고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고 억제하려고 노력할수록 불안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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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the Eternal Love I Have for the Pumpkins, 2016년 작]



쿠사마는 10세경부터 강박신경증과 그로 인한 환각, 환청으로 고통 받아왔다. 쿠사마는 자신이 언제나 육체적으로 기진맥진한 상태이며, 깨어있으면 언제나 아프고 고통스럽기 때문에 잠이 자신에게는 가장 큰 기쁨이라 말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왔다고 한다.


셀 수 없이 많은 쿠사마의 회화와 드로잉, 조각, 설치, 판화, 도예 작업, 그리고 20여 편에 달하는 소설과 시집의 출간은 그녀의 강박신경증에 근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쿠사마 역시 자신의 변화무쌍한 작업들, 환상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 속 이미지들, 반복적인 행위를 이용하는 작업 방식이 자신의 특별한 정신 상태에 기인한 것으로 믿고 있다. 쿠사마는 자전적인 글이나 인터뷰를 통해 어린시절부터 되풀이된 강박신경증이 작업의 기반이며 정신적 질환을 바로잡고 자신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작업에 전념한다고 강조해왔다.



쿠사마의 자기 치유


쿠사마는 일본 나가노현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쿠사마의 어머니는 매우 열정적인 성격의 소유자였지만 강압적이고 폭력적이기도 했다. 어머니는 결혼과 동시에 양자가 되어 쿠사마라는 성을 갖게 된 아버지 대신 가장으로서의 책임과 권한을 가졌다. 반대로 가정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했던 아버지는 방탕한 생활을 지속했고 많은 시간 집을 비웠다. 부모의 불화로 집안 분위기는 긴장의 연속이었으며 이는 쿠사마에게 큰 고통으로 기억된다고 한다.
결국 이 모든 상황은 쿠사마에게 해결할 수 없는 갈등과 트라우마가 되어 강박신경증이라는 정신질환을 얻게 했다. 그러한 그녀에게 작품활동은 치유를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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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mpkin, 2016년 작]



쿠사마는 하나의 양식이 되어버린 그녀만의 상징적 이미지들을 적극으로, 그리고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작가이다. 쿠사마의 물방울무늬와 점, 그물망은 그녀의 환각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쿠사마는 환각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보다 보편적이고 정신적인 의미를 갖는 상징으로 발전시켰다. 사회 속에서 용인될 수 없었던 정신질환의 징후들은 쿠사마의 예술에서 세상의 질서를 담아내는 것으로 전환하게 된다.


쿠사마가 어린 시절부터 경험했던 환각은 그녀의 주변을 에워싸고 그녀를 포함한 모든 것을 덮어버렸다. 이에 쿠사마는 다른 누구보다 자신이 사라지는 상황, 자기 소멸에 대해 극심한 두려움을 느꼈으며 자신과 세계의 존재에 대해 고민해왔다. 쿠사마에게 환각은 그녀가 살아있는 한 계속 마주쳐야 하는 세상의 모습이었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그녀가 사라지는 상황은 그녀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따라서 쿠사마에게 환각은 위협인 동시에 삶의 상징이며 세상을 숙고할 수 있는 통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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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delier of Grief, 2016년 작]



쿠사마는 자신에게 결점으로 작용하는 강박신경증을 역이용하여 인위적으로 구성된 억압적인 현실을 벗어나는 통로로 사용했다. 인간은 내면적이든 외면적이든 간에 자신을 둘러싼 상황과 갈등을 일으키며 살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트라우마를 갖게 된다. 정신적 질환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도 다양한 원인들로 인해 심리적인 괴로움을 겪을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을 치유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아 나선다.


쿠사마에게 치유의 해결책은 미술이다. 그녀는 현실세계에서는 용인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포용하고 예술로 승화시켜 자신을 치료하고 사람들을 치유한다. 그녀 자신의 표현대로 쿠사마의 작업은 ‘예술-의학(art-medicine)’이다.



오지혜  유로저널칼럼니스트


- 이화여대 미술학부 졸업
- 이화여대대학원 조형예술학 전공
- 큐레이터, 아트 컨설턴트, 미술기자, 칼럼리스트로 활동 중
- 이메일 iamjeehy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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