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금리와 환율 정책, '브렉시트 딜레마'로 혼란
미국의 통화정책을 비롯한 주요국 환율 정책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브렉시트)에 대한 6월 23일 실시될 국민투표를 기다리면서 혼란에 빠져 있다.
지난 5월 31일 발표된 가디언/ ICM의 온라인 및 전화조사에서는 브렉시트쪽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각각 52%와 48%를 기록해 'EU잔류' 응답률보다 모두 높게 나타났다.
세계 5위의 경제대국인 영국이 EU에 남느냐 떠나느냐를 결정하는 브렉시트 국민투표의 향방은 미국경제 뿐 아니라 세계시장까지 뒤흔드는 큰 후폭풍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과 EU를 넘어서서 세계경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 뿐 아니라 정치적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EU체제에 회의를 품고 있는 다른 국가들도 연쇄적으로 EU를 탈퇴할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전세계 금융시장의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의 경우 이번 6월에 금리인상 발표 가능성이 높지만 '브렉시트'가 골치아픈 걸림돌로 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경제지표만 보자면 금리를 인상해야 하지만, 파급력을 예측할 수 없는 브렉시트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쉽사리 금리를 인상할 수도 없는 형편인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오는 23일 실시되는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그보다 일주일 앞선 오는 14~15일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 제도(Fed.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의 금리인상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미 연준 내부에서는 금리인상을 일단 보류해야 한다는 주장과 미국의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만큼 브렉시트와 무관하게 금리인상을 단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미 연준 관계자들은 미국경제 지표만 놓고 본다면 금리 인상을 단행할 여건은 무르익었다는 데 의견을 일치하고 있다. 미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데 필요한 3가지 조건이란 ▲미국의 2분기 경기가 반등하고 있다는 추가적인 신호가 있어야 하고, ▲고용시장의 활성화가 유지돼야 하고, ▲물가 상승률은 2%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FT는 그러나 만일 미 연준이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시장은 이를 다양한 시각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선 금리인상에 따른 시장의 변동성을 자극할 뿐 아니라 브렉시트 같은 대형 외생변수에도 불구하고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는 급박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온갖 추정들을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최근 FT와의 인터뷰에서 “브렉시트는 연준이 깊이 고려해야 하는 이슈”라며 “만일 6월 금리 인상을 조심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대신 7월에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단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선행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에릭 로젠버그 보스턴 연은 총재는 지난달 22일 FT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다음 달 금리를 올리기 위한 3가지 경제적인 조건들이 거의 충족됐다. 3월 FOMC 이후 경제지표들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인 만큼 이미 통화 긴축을 지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의 국민투표가 미국 통화정책을 바꿀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만일 금융시장에 심각한 변화가 발생한다면 그때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브렉시트 우려에 파운드화 변동성 7년내 최고기록
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23일)를 15일 정도 앞두고 파운드화가 요동치고 있다.
8일 파운드화 환률은 1파운드당 1.44 달러를 기록해 6월 1일 현재보다 가치가 1.4% 하락했고. 유로대비 가치는 1.63% 떨어졌다.
한편 OECD는 6월 1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018년까지 연간 0.5% 하락하고 유럽의 다른 국가 및 다른 대륙경제에도 영향를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통화전략가인 벵상 셰뇨는 FT와의 인터뷰에서 "표심이 브렉시트 쪽에 기울었다는 조사결과나 브렉시트와 유럽잔류 지지 표심이 박빙이란 조사 결과가 이어질 수록 파운드화의 변동성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엔화 '브렉시트' 우려로 108엔대 후반 출발
일본 엔화 환율도 8일 일본은행의 추가 금융완화 후퇴 관측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에 대한 경계감으로 1달러=108.86엔으로 시작했다.
브렉시트 우려로 투자가의 리스크 선호 심리가 한층 떨어짐에 따라 '저 리스크 통화'인 엔화 매수가 선행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2일 기자회견에서 올해 인플레 전망을 상향 조정한다고 발표했지만 소폭에 머물면서 시장에선 금융완화 관측이 재연해 엔 매수, 유로 매도를 부추기고 있다.
브렉시트, 유럽 자동차산업에 단기적 혼란
이번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유럽의 자동차산업에 단기적이지만 상당한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KITA 브뤼셀이 전했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파운드화의 가치하락으로 영국에 공장 등 고정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BMW Group, Daimler, DAF Trucks 등과 같은 유럽기업들이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브렉시트 이후 더 복잡해질 자동차 부품 및 완성차의 수입과정과 수입비용 인상 때문에 유럽산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파운드화 약세와 함께 유럽 자동차 제조업자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특히,영국에 자산을 둔 유럽기업들도 당분간 적자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의 신차시장 규모는 유럽에서 두 번째, 자동차 생산은 네 번째로 유럽 여러 국가로부터 자동차 부품 및 완성차를 수입하고 있다. 유럽산 자동차부품 및 완성차의 對영국 수출 비중은 9.7%로, 특히 아일랜드, 벨기에, 독일, 스페인, 프랑스의 對영국 수출 비중은 평균치보다 높기 때문에 타 국가보다 브렉시트 여파에 더 취약한 상황이다. 현재 자동차 산업 허브로 성장하고 있는 슬로바키아와 폴란드는 對영국 수출 비중은 그다지 높지 않으나 유럽의 전체적인 공급 체인을 고려했을 때 결국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렉시트가 EU 역내 투자를 활성화시킬 것으로 예상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시장 전문조사 기관 BMI Research는 영국시장의 단기적인 불확실성은 결국 EU 역내의 생산적인 투자활동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EU 역내 투자 활성화와 노동시장 개선이 브렉시트 이후 주춤해진 연구·개발(R&D)과 유통비용 상승을 보완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노동시장에 고숙련노동자의 이동제약 등의 제한이 가해짐에 따라 EU 역내 노동시장의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이론적으로 유럽의 고숙련노동자들이 EU 역내에서 구직활동 및 취업을 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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