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이 갖고 싶어 했던 도시 아테네! - 2
아테네, 예술을 꽃피우다
아크로폴리스에서 남쪽은 문화 공간으로, 밑을 내려다보면 디오니소스 극장과 헤로데스 아티쿠스 음악당이 있다. 그리스 시대의 극장과 로마 시대의 극장은 오케스트라라는 공간으로 확연히 구분되는데 디오니소스 극장은 로마 시대에 변형된 것으로 그리스에서는 최초로 대중에게 연극이 공연되었던 장소다.
단상 아래에 약간 구부정하게 있는 지혜의 정령 실레노스는 마이다스의 황금 손 신화와 관계가 있고 바로크 미술의 거장이라는 루벤스가 아꼈던 그림에도 등장한다.
초기 연극은 비극만을 공연하였는데 고대 철학자들은 비극이 갖는 기능을 도덕, 종교, 의학, 미학적으로 구분하여 설명했고 결국은 기쁨을 준다고 하였다.
하지만 나에게는 다른 방법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비극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디오니소스 극장의 단상에 있는 실레노스
옆에 있는 헤로데스 아티쿠스 음악당은 매년 6월~9월 사이에 공연장으로 사용한다.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지은 건축물이 세계 곳곳에 있는데 헤로데스 아티쿠스도 아내가 곁에 없음을 그리워했나보다.
그리스 대중 음악의 대가인 미키스 테오도라키가 공연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취재를 나왔던 모 방송국의 PD와 함께 있는 한국인들과 만났다. 한국에서 한창 유행 중이던 테오도라키의 작곡 '기차는 8시에 떠나고'를 이야기하다가 한국의 대표곡을 들려줄 수 있냐는 그의 요구에 마침 그리스 방송국의 합창단에 소프라노로 있는 교민과 함께 일행이 아리랑을 불러 그의 갈채를 받았는데 훗날 그 PD는 어떻게 그런 장면을 연출했냐는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이 음악당에서 한국인으로는 정명훈씨와 조수미씨가 무대에 서 보았다.
-헤로데스 아티쿠스 음악당
국가 수호신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했던 에레흐시온 신전!
아테네의 시조로부터 신전의 이름이 유래되었으며 아테네의 영웅, 포세이돈 그리고 아테나 여신에게 바쳐진 성소로 실제 제사를 드렸던 신전이다.
기둥대신 세워진 아가씨들의 늘어뜨린 머리카락과 편안하게 서 있는 자세는 뭇 총각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으리라. 직설(이오니아식 기둥)과 은유(여성 기둥)가 공존하는 신전으로 도시의 수호신 자리를 놓고 경합할 때 아테나 여신은 올리브 나무를 선물하였고 그것을 대변하듯 신전의 서쪽에 올리브 나무 한 그루가 있다.
그런데 이 경합의 결과로 포세이돈이 화풀이 하면서 산토리니 섬 화산 폭발이 있었다는 것을 아시나요?
-에레흐시온 신전
아크로폴리스 유적지의 정문 출구를 나가면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바로 만나게 되는 아레오파고는 아레스의 언덕이란 의미로 신화에서 유래가 되었다.
귀족정치의 중심이 되었던 아레오파고회가 있던 곳이고, 사도 바울이 아고라에서 하나님에 대해 전도할 때에 에피쿠로스, 스토아학파 사람들에 의해 이 언덕에 세워져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복음을 전파하였던 곳이다.
초라하고 울퉁불퉁한 바위 언덕이지만 어떤 이들은 아크로폴리스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성경에 등장하는 지명으로 순례자들에게 더 의미가 깊은 장소인 것이다.
나무 한 그루 없어 해를 피하지 못하지만 해가 기울어 가는 초저녁엔 바람을 벗 삼아 홀로 앉은 사람이나 시내를 내려다보며 삼삼오오 모여 친구들끼리 혹은 연인이 가져온 맥주를 한잔하며 데이트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난 이미 데이트와는 거리가 먼 나이가 되어 저들의 평온한 모습을 보며 시끄러운 지금의 그리스가 어떻게 변화될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아레오파고 언덕
아테네, 민주주의의 요람
또한 프닉스 언덕도 보이는데 민주주의의 요람으로 민회가 열렸던 장소에 볼 품 없는 언덕이지만 아테네를 여행하면서 떠오르게 되는 민주주의를 생각한다면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언덕이다.
2600년 전의 현인 솔론에 의해 민주정의 싹이 트기 시작하여 클레이스테네스를 거쳐 아테네의 황금기를 열게 되는 페리클레스의 시대에 민주정이 꽃 피었다고 보는데 2500년 전의 연설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페리클레스의 연설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아 민중들이 함성을 터트렸던 곳이리라.
민중들의 함성에 화답하듯 그 방향에서는 어느 이름 모를 연주가의 음악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권력이 소수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아테네 시민은 누구나 정책결정에 참여해야 합니다.'
-프닉스 언덕에서 연설하는 페리클레스(출처 : 위키피디아)
독일의 Philipp Von Foltz가 상상으로 '페리클레스의 연설'을 그린 것이지만 페리클레스가 연설할 당시에 없는 신전까지 그림에는 있다. (어떤 신전일까?)
아크로폴리스의 동남쪽에는 제우스 신전이, 북서쪽에는 헤파이스토스 신전이 자리 잡고 있는데 많은 신들 중에 제우스와 헤파이스토스를 위한 신전이 양 날개처럼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테나 여신의 탄생 신화와 관계된 제우스와 헤파이스토스 또는 아테나 여신의 아버지와 아테네의 시조와 관련된 신들이기에 아크로폴리스를 중심으로 2개의 신전이 날개처럼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헤파이스토스 신전 앞에는 500인 협의회 건물과 아테네의 법을 보관하던 장소가 있고 상업 활동을 하던 스토아, 환전소 등이 있는데 이 지역을 '아고라'라고 한다. '모여들다', '중앙화되다'란 의미로 정치, 경제, 종교 활동을 하던 곳이다.
복원된 아탈로스 주랑은 건물의 한쪽이 점포로 막혀 있고 다른 한쪽은 도리아식 기둥과 이오니아식 기둥이 함께 어우러져 탁 트여 있는데 전형적인 스토아의 모습이다.
현재는 아고라 박물관으로 사용되며 도편추방제, 배심원 선출기구, 사형수에게 사용된 독잔, 변론하는데 쓰는 물시계 등은 대표적인 전시유물이다.
어쩌면 소크라테스가 사용했던 잔이 있지 않을까?
-독배
-아고라 박물관(아탈로스 주랑)
모나스티라키 광장은 여행객과 그리스인들이 함께 모이는 곳으로 항상 아테네에서 활력이 넘치는 곳이다.
지하철 1호선과 3호선이 만나는 역이 있고 벼룩시장, 둘러싸인 관중들 앞에서 연주하는 이, 춤 솜씨를 뽐내는 비보이, 자기네 식당에서 식사하라고 호객하는 이, 여행객들의 발길을 붙들어 놓는 기념품 가게에서 가격을 흥정하는 이, 커피 한 잔 놓고 야외 의자에 앉아 몇 시간이고 대화하는 그리스인들 등 한마디로 현대의 아고라라고 할 수 있다.
조금 아쉬운 것은 예전의 벼룩시장 모습이 없어진 거다. 처음에 왔을 때만 해도 '저런 것은 누가 살까?' 할 정도의 물건을 가판대에 올려놓은 행렬이 다음 지하철역까지 늘어져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유적지 주변의 미관을 해친다고 정비하면서 예전의 모습은 벼룩시장 한편에만 자그맣게 남아 있다.
-광장에서 신나게 아프리카 선율의 음악을 연주하는 이들
젊음의 거리, 에르무
아테네에도 멋쟁이와 이쁘둥이가 모이는 청담동 같은 거리도 있고, 압구정 같은 동네도 그리고 명동 같은 거리도 있다.
모나스티라키 광장과 신다그마 광장을 잇는 거리가 '에르무'인데 가히 아테네의 명동이라 할 수 있다.
신다그마 광장은 1843년 헌법을 발표한 곳이어서 헌법의 광장이란 의미다. 광장의 동쪽에 있는 국회의사당 앞에는 전쟁에서 죽은 병사들의 넋을 기리는 무명용사의 비가 있다.
한국인들이 꼭 봐야 하는 장소로 무명용사의 비 옆에 'KOPEA'(한국)이 표기 되어 있다. 2500여 명의 그리스 병사가 한국을 돕기 위해 한국전에 참전하여 186명의 사망자가 있었기에 그리스인들이 전쟁을 했던 장소를 표기하면서 적혀 있는 것이다. 잠깐 하던 것을 멈추고 우리나라를 위해 싸우다 죽은 그리스인들에게 감사의 시간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초소 옆에 서있는 멋진 그리스 근위병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얌~전히 찍어야 해요. '어? 저 포즈는 괜찮나?' 아름다운 여성이 근위병 볼에 뽀뽀하려는 포즈다. 미인은 어떤 포즈도 용납이 되나 보다.
-무명용사의 비
로마의 오현제 중 한 사람인 하드리아누스 황제에 의해 완공된 제우스 신전은 아주 긴 세월 끝에 완공이 되었지만 파르테논 신전처럼 남아 있지 못하고 16개의 기둥만이 남아 있다. 지진으로 무너진 후에 채석장이 되어 다른 곳의 건축 자재로 쓰인 것이다.
신들의 제왕 제우스답게 비록 16개의 기둥만이 그 웅장했던 것을 대변해 주고 있는데 기둥 사이로 자리 잡은 아크로폴리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좋은 작품 사진을 만들 수 있다.
그 앞에는 로마건축의 특징과 그리스건축의 특징을 살린 하드리아누스 기념문이 2000년의 그리스 역사를 고스란히 이고 있는 모습으로 있다. 지지부진하게 끌던 신전건축이 마무리 되었다고 뽐냈을 법하다.
-제우스 신전과 아크로폴리스
올림픽의 시작 그리고 한국 양궁
2016년에는 제 31회 올림픽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게 되는데 제 1회는 1896년 241명의 선수로 14개국에서 참가하여 아테네에서 개최되었다. 주 경기장은 판아시나이코 경기장이었는데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양궁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박성현씨가 표적의 정중앙을 맞춰 중계팀의 카메라를 부수기도 했던 곳이다.
매년 11월에는 마라톤의 결승점으로 이용을 하는데 경기장 안쪽에는 재미있는 동상이 세워져 있다.
험(Herm)스타일의 동상으로 얼굴과 남성의 상징이 조각되어 사각 기둥에 앞뒤로 표현된 젊은이와 노인이다. 해학적인 표현의 동상으로 왜 운동을 해야 하는지 말해 주고 있으니 남성들은 이걸 보고 꼭 운동하시기를.
-판아시나이코 경기장
-운동을 해야만 하는 이유
이런 건물이 아테네에도 있구나!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된 3개의 건축물 아카데미아, 아테네대학 본관, 국립도서관이 나란히 아테네의 중심부에 있다. 대학건물 양쪽 벽은 신화와 2000년 전에 사도 바울이 복음을 전파하는 모습이 각각 그려져 있고 그 사이에는 각 시대를 지나면서 대표적인 인물들이 벽을 장식하고 있다.
그런데 정문 위에는 왜 여자들만 그려져 있을까? 학문의 분야를 소개한 것으로 그리스어는 남성, 여성, 중성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학문은 모두 여성 명사인 것이다.
대학 건물입구의 오른편 아카데미아에는 지혜와 관련된 신과 황금기를 대표하는 2명의 지혜자의 동상이 있다. 플라톤 뒤에는 지혜의 여신이, 소크라테스의 뒤에는 예지의 신이 각각 응원하고 있는 모습이다. 소크라테스는 뭔가를 고민하고 있는 모습으로 있는데 자신의 삶을 뒤돌아 보았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아테네대학 본관
-아카데미아
어느 곳이든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아테네는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제대로 느낄 수 없다.
예를 들어 로만 아고라에 있는 바람의 탑을 보면 보티첼리 작품인 비너스의 탄생에 왜 제피로스가 등장해야만 하고 꽃잎들이 무슨 이유로 날리는 지를 말해주고 있다. 일종의 관측용 탑이지만 조각으로 묘사된 바람의 신들은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이렇듯 아테네 시내를 걷다 보면 곳곳에 신화의 내용을 담고 있고, 고대에 민주주의를 실현했던 후손답게 토론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또한 고대 비극의 주인공들, 은근하게 전해지고 있는 기독교의 복음과 역사 등 찬란한 고대 역사의 주인공인 도시 아테네가 그리스의 수도로 비록 지금은 유럽 경제를 위협하는 요소를 갖고 있는 나라가 되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 훗날 이 시대의 선택을 평가하겠지만 고대 그리스인들이 인류에 끼쳤던 영향은 퇴색되지 않을 듯하다.
그 중심에는 아테네가 있었다!
글,사진 : 유로자전거나라 배상환 그리스 지점장
제공 : 유로자전거나라 (www.eurobike.kr)
글쓴이 배상환 가이드는..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기술자로 평범한 직장에 다녔다.
남다른 점이 있다면 그리스에서의 25년 삶 중에 20년간 그리스인들과 한솥밥을 먹으며 그들의 생각과 행동 그리고 삶을 가깝게 접하며 다양한 현장을 경험한 것이다.
그리스에서의 오랜 삶을 통해 체화된 그리스인 특유의 포근함과 다정함, 여유로움을 갖고 있다.
지금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그리스를 찾는 여행자들이 좋은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유로자전거나라 그리스 지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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