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ian Freud 루시안 프로이드의 미공개 작품 전시
National Portrait Gallery / 13 Jun - 6 Sep 2016
루시안 프로이드의 미공개 작품들이 국립초상화갤러리에서 첫 선을 보이게 되었다. 이번에 공개되는 작품들은 대중에게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로 미완성 초상화와 자화상을 비롯하여 그의 드로잉북과 유년시절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쉽게 접해보지 못했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Hotel Bedroom, 1954]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의 면모를 자세히 살펴보면 본 전시가 가진 중요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1920년에서 1940년 사이에 제작된 프로이드의 800여 점의 작품과 편지들로 구성된 전시는 국립초상화갤러리 아카이브를 통해 새롭게 발견된 작품들이다. 일부의 작품은 그의 대표작들을 위한 스터디의 결과물이기도 한데, 드로잉북 한권은 그가 1954년에 제작한 "호텔 침실(Hotel Bedroom)"을 제작하기 위해 작가이자 프로이드의 뮤즈(muse)로 알려진 캐롤린 블랙우드(Lady Caroline Blackwood)를 그린 습작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프로이드와 같은 천재적인 작가들도 많은 습작을 거듭하여 최상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치밀하게 추적하게 한다.
루시안 프로이드의 생애
1922년 11월 8일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난 루시안 프로이드(Lucian freud, 1922)는 프로이드는 정서적으로 자유로운 가정에서 자랐지만, 사회적으로는 안정되지 않은 시대 속에서 자랐다. 그는 나치의 오스트리아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나, 전쟁으로 인한 사회적 불안한 양상 등으로 후에 그의 작품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1933년, 히틀러가 정권을 잡으면서 베를린에 있는 유태인의 운명은 심한 곤경에 처해지는데, 이를 피해 프로이드는 11살 때 가족들과 함께 영국으로 이주하게 되었고, 결국 얼마 후 가족 모두 영국으로 귀화하게 된다.
루시안 프로이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정신분석학자인 지그문트 프로이드(Sigmund Freud,1856-1939)의 손자이다. 그의 생애를 설명하는 데 있어 지그문트 프로이드를 언급하게 되는 이유는 단지 지그문트 프로이드가 유명한 정신분석학자여서가 아니다. 지그문트 프로이드와 루시안 프로이드의 관계는 단순한 할아버지와 손자의 관계가 아닌 매우 밀접하고 돈독한 관계였는데 자연스럽게 루시안 프로이드의 세계관과 작품에 까지 깊은 영향을 끼치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지그문트 프로이드와의 관계에 대해 "나는 아직도 정신분석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나는 할아버지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다"라고 직접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루시안 프로이드의 작품
[Woman in a White Shirt, 1956-7]
루시안 프로이트(Lucian Freud, 1922-2011)는 1940년대부터 2011년까지 총 60여 년에 이르는 작품 활동 기간 동안 '인간'이라는 일관된 주제에 천착한 작가이다. 소수의 풍경화와 정물화를 제외한 그의 작품 대부분은 실내 공간 속의 인물을 그린 초상화들로, 계층, 나이, 성별을 막론한 다양한 인물들의 삶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프로이트는 대상의 형태감이나 순수한 조형성과 같은 시각적인 형식보다, 인간 삶의 진정한 리얼리티를 집요하게 탐구한 작가이다. 따라서 그의 인물화는 아름다움에 관한 관습적 범주나 이상주의적 통념과는 거리가 멀다. 인물의 모습이 비록 아름답지 않을지라도 인간의 진실된 삶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면, 그 모습을 화면에 그대로 드러내고자 하는 프로이트의 시각이 이 대목에서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프로이트는 인물의 취약성을 화면에 직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인간이 필연적으로 대면해야 하는 삶의 조건들을 시각화한다. 노쇠하고 병든 인물의 모습이나, 추한 인간의 육체가 노출되어 있는 그의 화면은 관객들로 하여금 인간이 마주하고 있는 삶의 한계들을 상기시킨다. 프로이트는 이에 직면한 인물들을 냉정할 정도로 솔직하게 기록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삶과 죽음, 노화와 고통, 불안과 소외감 등 인간 실존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끊임없이 숙고하게 하는 것이다.
[Pluto and Eli, 2001]
인간의 삶의 조건에 주목하는 프로이트의 시각은 육체에 덧씌워진 이상주의적 통념을 제거하고, 현실 속에 존재하는 인간의 몸을 그대로 구현하는 경향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그의 나체 초상화에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직면하게 되는 육체적 한계가 고스란히 재현되었다. 먼저 여성의 나체를 그린 그의 작품에는 전통적인 누드에서 환기될 수 있는 성적 환상이 배제되어 있다. 그는 임신한 여성의 몸이나 수유로 인해 늘어진 가슴, 지나치게 마르거나 비대한 육체를 화면에 그대로 묘사함으로써, 아름다움이라는 관습적 범주에서 벗어난 인간의 모습을 드러내었다. 한편 그는 영웅성이 결여된 남성 나체초상화 연작을 선보이기도 하였는데, 그의 화면에서 일상적인 공간 속에 위치하는 취약한 남성의 몸은 초월적이고 보편적인 관념에서 분리된 인간의 실존을 의미한다.
[Naked Portrait, 1972-3]
그가 화면에 궁극적으로 구현하고자 했던 것은 어떠한 관습적인 미적 가치나 보편적인 관념도 수용하고 있지 않은, 실질적인 현실 상황 속에 위치하는 인간 존재였다. 이러한 이유로 그의 인물화는 실제인물과 유사한지, 실물보다 낫게 보이는지 또는 더 못해 보이는 지의 여부를 고려하지 않는다. 그의 작품 세계에서 그림은 탐미의 도구가 아니라, 세상에 홀로 내던져진 인간이 필연적으로 직면해야 할 삶의 조건이 투사된 매개물이자 결과물이다. 프로이드의 작업은 관객으로 하여금 삶의 진정한 리얼리티를 상기시키고 인간의 존재 조건을 자각케 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인본적 성찰에 이르도록 한다. 인간에 덧씌워진 이상화된 가치체계를 걷어내고, 통념으로부터 자유로운 인간의 실존 그 자체에 천착한 루시안 프로이트는 예술을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을 행했던 휴머니스트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오지혜 유로저널칼럼니스트
- 이화여대 미술학부 졸업
- 이화여대대학원 조형예술학 전공
- 큐레이터, 아트 컨설턴트, 미술기자, 칼럼리스트로 활동 중
- 이메일 iamjeehy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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