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에 부는 한류
<2015.5..30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 열린 K-POP입장을 기다리는 현지인들>
한류란 무엇인가?
한국의 문화가 해외로 전파되어 인기리에 소비되고 있는 현상을 '한류(韓流)'라고 말하는데. 1990년대 후반부터 가시화된 한류의 현상은 처음에는 영화, TV드라마, 대중음악, 게임 등 대중문화의 해외 유통과 소비가 위주였지만, 점차 패션, 음식, 한글 등 보다 폭넓은 한국 문화의 해외 진출로 확산되고 있다.
한류는 광복 이후 70년 동안 한국을 확실하게 인식시키는 무형의 상품으로 가장 먼저 손꼽을 수 있다. 그동안 한류의 바탕은 주로 대중문화였다. 그러다 보니 대중문화의 속성대로 부침도 있었고, 의도된 전략에 의한 경우는 실패하기도 하고, 의도치 않은 경우에도 갑자기 사랑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그동안 한류라는 이름으로 여러 형태로 한국을 인식시키고 있었지만 어찌 보면 모두 추상적인 면모였다. 미국하면 무엇, 일본하면 무엇이라는 확실한 이미지가 문화 확산의 동력이 되었던데 반해 우리의 경우는 부가가치의 파생적 이미지가 약하다보니 한국 문화 전반을 제대로 이끌지 못하였다.
한국전쟁이후 국가재건에 앞장서며 '잘살아보자'며 우리는 경제에 모든 우선을 두었고, 그것이 최우선 과제로 놓였기 때문이다. 가끔 몇몇 예술인들이나 단체가 외국에 나가 다양한 활동을 하며 한국을 알렸지만 집단적이고 지속적이지 못하여 한국문화를 알리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어찌 보면 이즈음 한국문화를 알리는 첨병으로 기억할 것은 '태권도'가 아닐까 한다. 전 세계에 나가 태권도를 전파하면서 한국의 정신과 문화를 알린 태권도 사범들의 노력은 민간 외교 사절로 한국문화를 인식시키는 초석으로 의미를 지닌다. 그러던 흐름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전 세계가 한국과 한국문화를 맛보는 계기가 되었고 서서히 한국문화가 전파되는 확산점이 되었다.
해외로 나간 태권도사범들은 그들속에서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전통과 생활방식등등,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태권도 연계하여 보급하였기에 성공한 것이다.
중앙아시아뿐만 아니라 해외로 진출하려는 업체들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라는 정신을 해외진출전략에 최우선으로 반영시켜야 한다. 한국에서 성공한 제품이 해외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1900년대 중국으로 부터 일본, 대만 동남아 등 아시아에 머물던 한류는 이제 전세계적인 확산으로 나타났다. 그 대표적인 예로 걸그룹, 보이그룹의 열풍을 들 수 있는데 이들의 확산 현상은 인터넷, 유튜브 등에 힘입은 바가 크며 또한 잘 만들어진(Well-made) 상품으로 기획된 제품, 그리고 한국 내 탄탄한 토대가 그대로 외국에서도 수용된 문화콘텐츠로 의미를 지닌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꽃보다 남자"의 '이민호', "대장금"이나 "겨울동화"같은 현상을 다시 되뇌지 않더라도 이러한 문화경계 넘어섬의 여러 가치체계는 한국문화를 빠르게 알리는데 토대가 된 것이다.
이렇게 해외진출전략을 면밀하게 세워 한류를 활용해 중앙아시아에서 자리잡은 대표적인 우리 기업들의 제품 몇 가지만을 소개하고자 한다.
중앙아시아진출에 성공한 제품들
차에 우유를 넣어 마신 풍습을 이용한 "프리마"
한류의 영향을 받아 러시아나 중앙아시아에서는 과거 우리가 커피를 '타 먹던' 시절 커피, 설탕과 함께 반드시 들어가야 했던 게 바로 하얀색 분말 형태의 커피 크리머, 즉 프림이었다. 이후 원두의 맛을 그대로 즐기는 아메리카노 문화에 밀려 국내 시장에서 외면받던 프림은 현재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 커피뿐 아니라 빵, 차, 일반 요리에까지 골고루 쓰이며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프리마는 현재 카자흐스탄 프림 시장의 71%를 점유하고 있고 타지키스탄 77%, 우즈베키스탄 56%, 키르기스스탄 54% 등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추위로부터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 마시는 코코아에 프림을 사용한다. 중앙아시아에서는 차에 우유를 넣어 마시던 풍습이 산업화를 타고 변화되며 프림이 우유의 자리를 대신하고, 타지키스탄은 빵을 만들거나 홍차를 마실 때 프림을 넣는다.
덕분에 동서식품 프리마의 매출도 이 지역에 처음 진출한 1995년 110만 달러에서 지난해 5천300만 달러에 이르며 19년만에 48배 성장했다.
철저하게 현지인의 입맛을 연구한 "초코파이"
출시 40년이 넘은 오리온 대표 상품인 초코파이의 인기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뜨겁다. 초코파이가 해외에서 성공한 비결은 지역마다 다른 맛에 있다. 철저하게 현지인들의 입맛을 연구해 같은 제품이지만 지역에 따라 맛을 약간씩 다르게 만들었다.
여기에는 맛뿐만 아니라 현지에 적합한 마케팅도 주효했다. 오리온은 1997년 베이징 생산공장을 통해 초코파이를 현지 생산하면서 포장지를 현지에 맞게 기존 파란색을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붉은색으로 바꿨다. 또 한국에서는 포장지에 '정(情)'이란 글자를 크게 썼지만, 중국에서는 2008년 말부터 현지인들이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시하는 '인(仁)'을 크게 써 넣었다.
심지어 베트남에서는 초코파이가 제사상에 오르는 귀한 음식이 됐다. 러시아에서도 초코파이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달콤한 음식을 나눠먹는 티타임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음식이다.
초코파이가 크게 인기를 끌면서 중앙아시아를 비롯해 해외 각국에서 유사 제품이 쏟아졌다. 하지만 품질에서 차이가 크다는 게 오리온 설명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유사 초코파이 제품들은 반으로 잘라보면 내부 내용물이 부스러져 떨어지는데 오리온 제품은 그렇지 않다"며 "이게 원조 초코파이만의 비법"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국민도시락 "팔도 도시락면"
사각 용기면인 팔도 '도시락'은 현재 러시아에서 국민식품으로 불리고 있다.
도시락은 1991년 부산에 정박해 있던 러시아 선원들이 맛을 보게 되면서 우연처럼 시작됐다. 당시 부산항과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던 선원들과 보따리상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한 도시락은 수요가 계속 늘기 시작해 1997년 블라디보스토크에 사무소를 개설하며 수출을 본격화했다. 특히 러시아가 1998년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을 선언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철수했지만, 팔도는 잔류해 마케팅 활동을 강화한 것이 러시아인들에게는 어려울 때 의리를 지킨 기업으로 기억되고 있다.
1999년에는 모스크바 사무소를 개설하고 2000년대 들어 도시락의 판매량이 연간 2억 개에 육박하면서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하기로 결정, 2005년 모스크바 인근 라멘스코예 시에 생산시설을 준공했으며, 2010년에는 리잔 시에 제 2공장을 준공해 총 8개 생산라인을 운영 중이다. "도시락이 한국 컵라면 중에서 해외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것은 현지화를 통해 외국인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공급한 것이 이유"이다. 일부에서는 이미 한류가 시들해지는 조짐도 있다고 하지만 적어도 중앙아시아에는 한류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류의 뜨거운 열풍은 이곳에 살고 있는 50만 고려인들에게도 대단한 자부심이다. 이런 한류의 호기를 맞아 중앙아시아에 진출하려는 경북의 중소기업들도 철저한 현지화전략으로 한류의 열매를 따먹기를 감히 바란다.
글/전상중: KOTRA명예투자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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