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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가 영국 미술과 미술시장에 미칠 영향

by eknews posted Jun 2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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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가 영국 미술과 미술시장에 미칠 영향




영국의 유럽연합탈퇴에 관한 국민투표가 결국은 브렉시트로 결정되었다. 그간 지지파와 반대파의 팽팽했던 분위기처럼 투표결과 역시 탈퇴 52%와 잔류 48%로 엎치락 뒤치락하며 전세계인의 마음을 졸이게 만들었다. 언론과 전문가들이 경고했던 것과 같이 시장은 요동쳤고, 사회도 혼란에 빠져들었다. 보도에 따르면 브렉시트 하루만에 세계 금융시장에서 단 하루만에 21조 1000억 달러(약 2463조 원)가 날아갔다. 유럽금융의 중심이었던 런던의 시티에서는 글로벌 금융기업들의 런던 이탈로 인해 일자리 10만 개 가량이 사라질 전망이며, 영국 재무부의 발표에 따르면 GDP는 3.6%에서 6%가량이, 실업자는 최대 82만 명까지 생길 수 있다는 예측이 잇따르고 있다. 환율에 대한 언급도 하지 않을 수 없다. 달러와 엔화처럼 어느정도의 안정성이 보장된 기축통화와 같이 인식되던 파운드는 시장의 적이라고 할 수 있는 불확실성이 유로화와 파운드화에 위험도와 불확실성이 더해져 30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물론 브렉시트가 경제에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니었다. 구글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영국의 EU탈퇴가 결정된 후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문장이 바로 "EU는 무엇인가"였다는 기사에는 이번 국민투표가 단순히 탈EU가 아닌 어떤 특정한 사상이나 신념에 의해 결정된 사안이 아니겠냐는 분석을 가능하게 했다. 대영제국에 대한 기성세대의 향수, 이민자문제가 결국 세대간의 갈등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는 사회학적 접근도 충분히 고려해야 할 문제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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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강 틸만의 ANTI-BREXIT 캠페인]



이처럼 영국사회전반에는 물론, 전세계에 향후 몇 년간 커다란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브렉시트는 미술계의 흐름과 미술시장의 판도도 바꿔놓을 전망이다. 예측되고 있는 것처럼 브렉시트는 영국의 단기적인(장기적인 예측도 밝지는 않지만) 경제침체는 물론, 비EU국가로서의 영국이 처한 현실은 미술시장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 국가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미술관, 전세계의 큰손들이 그림을 구매하기 위해 몰려드는 장소였던 런던이 거쳐야 할 변화들을 추적해보자.



1. 박물관


영국박물관연합(The Museums Association)의 디렉터 샤론 힐(Sharon Hill)은 브렉시트 투표 직후 홈페이지를 통해 브렉시트가 박물관에 가져올 영향에 대해 언급했다. 대부분 국가의 예산 지원에 의해 무료로 운영되고 있는 영국의 박물관과 미술관들은 지난해 조지 오스본 재정부 장관이 예술분야의 예산을 30% 삭감하면서 사실상 영국 정부의 재정난이 계속되며 어려움을 겪어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영국 박물관의 무료화 정책이 위태롭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무리한 예측은 아닌 걸로 보인다. 또한 영국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전시를 통해 관람자들에게 소개하는 대다수의 작품의 경우, EU회원국들 안에서(특히 프랑스나 이탈리아, 스페인 등 예술 강국) 전시의 주제나 성격에 따라 박물관이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작품들을 서로 대여하거나 교환 하는 등의 방식으로 수급되는 것들도 많다. 때문에 샤론 힐은 영국의 크고 작은 박물관들에 브렉시트의 상황에서도 EU내의 박물관들과 좋은 파트너쉽을 유지할 것을 당부했다. 그 이유는 바로 펀딩에 있다. EU는 자체적으로 예술분야에 투자할 수 있는 펀드(European Creative Funding)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특정한 아티스트를 비롯한 프로젝트나 박물관, 미술관등이 EU 아트 펀드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 일례로, 영국의 현대미술의 부흥을 이끈 대형 프로젝트의 하나로 손꼽히는 안토니 곰리의 '북방의 천사(The angel of the North)'가 바로 EU의 펀드로 완성된 프로젝트이다. 이 펀드가 2015년 영국에서 집행된 금액은 무려 7백만  파운드에 이른다. 때문에 수없이 많은 갤러리들과 미술관들이 그 EU펀드에 사활을 걸기도 한다. 일부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EU에 내는 분담금이 없어지면 EU펀드 수혜를 받지 못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잔류 세력들은 브렉시트를 통해 국가 재정이 나빠질 경우에 그것이 예술에 대한 투자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에 매우 회의적이다.



2.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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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허스트가 EU잔류를 지지하며 제작한 포스터]



데미안 허스트, 다니엘 크레이그 마틴, 애니쉬 카푸어, 트레이시 에민, 콜라드 쇼크로스, 제레미 델러, 마틴 파, 엘리자베스 프라이스, 코넬리아 파커 등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예술가들은 국민투표가 진행되기 전부터 잔류파에 힘을 실어주며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영국이 EU에 남아 있어야함을 주장했다. 데미안 허스트와 다니엘 크레이그 마틴은 자신들의 대표작을 이용하여 포스터를 제작하여 SNS에 올리기도 했으며, 그 외의 작가들은 잔류 탄원서에 직접 서명을 하기도 했다. 아티스트의 경우에도 예술적 신념과 함께 자신들의 실리를 위한 선택이 되기도 한다. 아티스트들은 미술관이나 갤러리의 전시를 위해 본인과 작품이 EU를 드나들어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작품이 국경을 넘어야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관세나 EU국가내에서 작품이 거래될 경우의 VAT, 또한 아티스트에게 매우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ARR(Artist's Resale Rights)등에 실리적인 접근을 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일부 EU회원국의 일원으로 혜택을 받으며 유럽 미술의 메카인 런던에 머물려 작업을 해온 일부 예술가들이 브렉시트 이후 베를린이나 파리로 작업실을 옮기는 움직임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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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크레이그 마틴이 EU잔류를 지지하며 제작한 포스터]



3. 미술시장


런던은 뉴욕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큰 미술시장이면서 유럽에서는 가장 큰 미술시장이다. 이는 그 만큼 많은 컬렉터들이 런던에 살고 있다거나 혹은 런던이 유럽의 컬렉터들에게 접근성이 좋은 매력적인 시장이었다거나 혹은 유럽 금융의 메카로 유동성 있는 자본이 많은 곳이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미술시장은 경기의 흐름에 매우 민감한 대표적인 산업으로 이론상으로는 브렉시트에 따른 영향이 사실상 금융권의 움직임과 궤도를 같이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의외로 미술시장 종사자들의 예측은 좀 다르게 보인다. 크리스티 런던지점의 대변인은 아트넷과의 인터뷰를 통해 런던 미술시장에 대해 여전히 자신이 있다는 견해를 보이며 "우리의 오랜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컬렉터들은 언제나 컬렉팅하기를 원할 뿐이지요"라는 말로 런던 미술시장의 구성원들은 브렉시트에 크게 동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한 일부 컬렉터는 파운드화와 유로화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오히려 런던 미술시장은 비유럽권의 컬렉터들에게 더 매력적인 시장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다시 말해, 파운드화가 떨어지면 그들은 원하는 작품을 환차익을 통해 작품을 더 싸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를 통한 미술계의 변화는 점차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테지만 미술시장의 경우 다음주에 소더비, 크리스티, 필립스 등 대형 경매사의 메인 여름 경매가 예정되어 있는만큼 그 결과로 향후 런던 미술시장의 움직임을 예상해 볼 수 있으니 주목해 보길 바란다.



오지혜  유로저널칼럼니스트


- 이화여대 미술학부 졸업

- 이화여대대학원 조형예술학 전공 

- 큐레이터, 아트 컨설턴트, 미술기자, 칼럼리스트로 활동 중

- 이메일 iamjeehy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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