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ia O’KEEFFE
Tate Modern / 6 Jul – 30 Oct
[Jimson Weed/White Flower No. 1 1932]
테이트모던에서 여류작가 조지아 오키프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조지아 오키프(1887-1986)는 거의 모든 생애 동안 자연과 더불어 살았으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꽃 등의 이미지를 통해 자연 속에서 자신의 예술세계를 추구하고자 했다. 그녀는 주로 자연을 주제로 다루었으며, 자연의 내부의 생명감을 직접적으로 자연의 대상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그녀는 자신의 작품 속에서 회화적 현실로 끌어내었던 미국 모더니즘의 대표적인 작가 중 한 명이다.
처음 오키프가 작품 활동을 시작한 20세기 초는 여성이 전시 기회를 갖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미국 모더니즘에 앞장섰던 알프레드 스티클리츠(Alfred Stiglitz)는 유럽 모더니즘 미술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면서 미국적 모더니즘의 정착에 힘썼다. 스티클리츠의 모더니즘에 대한 목표에 매우 부합하는 작품을 만들어냈던 오키프의 초기 추상작품들은 그에 의해 본격적으로 미국 미술계에 소개되고 인정받으면서 예술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Black Mesa Landscape, New Mexico / out back of Marie’s Ⅱ, 1930]
오키프는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자연적 이미지와 사물, 도시풍경, 꽃, 암소의 두개골, 안마당의 집 등을 모티브로 캔버스에 담아 오키프의 시선으로 재해석하여 표현하였다. 그 중 모티프로 시리즈 작업을 첫 시도한 것은 목탄 드로잉 연작으로 스티글리츠에 의해 1916년 291에 전시가 되면서 이름을 알리게 되었고 ‘스페셜’이라는 명칭으로 유동적인 선과 여성적 직관의 표현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작품은 유기적이고 기하학적으로 화면을 가득히 채우고 리듬의 반복과 회화적 요소인 연속적인 선의 반복을 나타냈다. 오키프는 1920년 이후부터 조지 호 주변의 풍경, 꽃, 뉴욕을 그리며 오키프의 낭만적인 색감이 유화로 옮겨지기 시작했다. 1930년대 이후 부터 사막에서 생활하면서 동물 뼈의 연작을 작업하며 꽃을 함께 그리는 삶과 죽음의 양면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1940년대에는 사막의 동물 뼈에서 변화된, 화면을 가득 채운 단순함을 강조한 양식적 변화를 보인 모래 색깔의 벽돌집과 강렬한 파란색의 구성으로 안마당의 문 연작과 생전 작업한 9백여 점이 되는 작품과 조각품들을 남겼다.
특히 조지아 오키프의 꽃 시리즈는 주제를 확대하여 바라봄으로써 정물화의 기본방식에서 벗어나 기하학적인 형태, 추상적 구성으로 표현함으로써 오키프의 독특한 시선과 화려한 색채를 표현하는 작품의 성격이 되었다. 오키프는 1919년부터 10년간 뉴욕의 북부에 위치한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조지호수에서 지내면서 꽃 연작을 작업하였다. 담청색의 물빛과 푸른 하늘, 다양한 나무 등에서 많은 감명과 영감을 받았다. 수채화에서 유화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고 꽃 소재의 작품은 많은 평론가들의 관심을 불러 모았고 오키프를 성장할 수 있게 한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시대 분위기에 비해 매우 진보적인 작품세계와 정신을 가진 오키프의 다채롭게 묘사된 꽃 연작 추상화에 나타난 여성적 상징성은 오키프를 여성 참정권 운동가이자 미국의 페미니즘적 요소의 대표화가로 만들었으며 스티글리츠의 모델, 부인으로 스티글리츠의 그늘에 있던 오키프를 조지아 오키프라는 이름의 여성 미술가로 자리 잡게 해준 작품들이다.
[Oriental poppies, 1927]
오키프는 꽃 연작을 통하여 꽃이란 여성들이 그리는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이라는 선입견을 오히려 역으로 이용하여 그 편견을 깨고 새로운 시각의 표현으로 더욱 사실주의적인 재현방식을 사용했다. 꽃에서 보여 지는 단순한 아름다움보다는 우주의 생성, 즉 씨앗에서부터 시작했을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를 나타낸다. 그리고 그 대상에서의 중심부를 확대함으로써 생명의 힘을 표현하고자 한다. 확대된 꽃 시리즈에 대한 해석은 성적인 표현으로만 해석을 하느냐 삶과 죽음에 대한 상징성으로 보느냐는 감상자의 감상에 열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테이트에서의 전시는 오키프의 100여점이 넘는 작품이 소개되면서 오키프의 작품세계는 물론, 현대미술이 새로운 꽃을 피웠던 모더니즘 시대와 그 시대 속에서 고민되어온 페미니즘에 대해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오키프와 페미니즘 미술
최근에 와서 페미니즘이라는 용어가 미술을 포함한 문학, 예술, 사회 전반에 걸쳐 유행하고 있다. 또한 여성 신문, 여성 전문 채널, 여성 강좌 등 여성을 향한 매체들이 많아지면서 그들이 목소리가 점차 세상에 반영되고 있다. 미술에 있어서의 페미니즘은 6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미국에서 처음 촉발되었으며 이때 여성 미술가들은 시위를 통해 여성의 권익을 되찾고자 하였다. 미술사에 있어서 여성들의 작품이 탁월함에도 불구하고 편협한 남성시각에 의해 쓰여진 미술사에서는 커다란 여성 미술가의 자리가 비어 있음을 확인하면서 다시 미술사를 정리해야 한다는 문제의식까지 나타나게 된다.
[Grey lines with black, blue and yellow, 1923]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미국 페미니스트들은 과거의 위대한 여성 작가들을 발굴하면서 특히 조지아 오키프를 페미니즘 경향을 지니고 작업한 초기 모더니즘 여류화가로 간주하였다. 왜냐하면 조지아 오키프 회화에 나타난 중성성 이미지 또는 여성 성기가 도상학으로 지칭되는 것은 본질주의적 또는 에로틱한 진술만큼이나 정치적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오키프는 1916년 유기적 추상으로 처음 미술계에 데뷔하였는데 그녀의 추상은 자연의 내면에 존재하는 생명감을 그녀 자신이 느낀대로 리듬감을 부여하여 표현해 내고 있다. 초기 추상에서 나타나는 흐르는 듯한 곡선은 유기적 생물 형상과 비슷한 이미지이다. 또한 그녀가 초기 추상에서 대상을 추구하여 제작하기 시작한 시기는 1920년대 후부터인데 이 때의 자연물은 면밀이 탐구되고 그것들은 캔버스 위에서 확대되어 자연의 원형보다 더욱 강렬한 효과를 가지고 나타난다. 대상을 확대시킴으로 해서 자연 현상에서 추상적 형태를 추출해내는 능력으로 오키프의 전 생애에 걸쳐 대담한 구조와 색조로 나타난다.
이처럼 오키프는 내면의 세계의 추구를 바탕으로 순수한 자연을 사랑했던 만큼 자연에 대한 일관된 소재를 갖고 독특한 이미지를 재창조하였다. 하지만 오키프의 초기 비구상과 식물 모티프를 소재로 한 작품에서 나타나는 유기적인 곡선 형태와 색채는 이러한 작품 제작 시, 남성 비평가들에 의해 선정적인 리뷰를 받았던 것처럼 보는 관점에 따라 에로틱, 또는 선정적인 모습을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오지혜 유로저널칼럼니스트
- 이화여대 미술학부 졸업
- 이화여대대학원 조형예술학 전공
- 큐레이터, 아트 컨설턴트, 미술기자, 칼럼리스트로 활동 중
- 이메일 iamjeehy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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