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부리 기자의 영화 리뷰 ] 데이비드 예이츠 감독, 프랑스 개봉 2016년 7월 6일
< 레전드 오브 타잔 The Legend of Tarzan >
영화 '레전드 오브 타잔'을 보았다. 영화 초반 타잔(알렉산더 스카스카드)은 야생 동물들과 정글을 누비는 것보다 영국 귀족으로서의 기품과 가족에 더 애착을 보이는 듯한 낯선 모습이었다. 영어도 유창하다. 차갑고 이성적인 타잔, 아니 이제 '타잔'이라 불리기를 불편해하는 존 클레이튼 경은 조지 윌리엄스 경(사무엘 L. 잭슨)의 특별한 제안을 받게 된다. 콩고에서 레오폴드 2세의 노예 착취로 많은 콩고인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이에 콩고와 서구사회 양쪽이 신뢰할 만한 인사인 타잔이 나서줘야 한다는 것이다. 부인 제인(마고 로비)의 설득에도 이제는 영국이 고향이라며 외면하려던 타잔은 결국 제인, 윌리엄스 경과 함께 아프리카로 향한다. 그 곳엔 타잔이 자신의 외아들을 죽인 것으로 평생 복수만을 꿈꾸며 살아온 추장 음봉가와 그런 그에게 타잔을 잡아 바쳐 다이아몬드를 받아 내려는 노예 무역상 레온 롬이 기다리고 있다.
영화는 전작들과 달리 타잔의 인간적인 고뇌를 다룬다. 영국으로 돌아와 귀족사회의 일원이 되면서 부모의 유품, 기록을 돌아보고 회한에 잠기는 모습에 공감이 된다. 자신의 부모가 야생 동물에 의해 살해된 정글에서 또 다른 야생동물, 고릴라에 의해 키워진 어린 시절과 시시각각 다가오는 생존의 위협과 직면했던 것을 기억하는 타잔. 하지만 이런 그가 백인 상류사회의 일원이라는 설정에 다소 거부감을 갖게 되는 것도 잠시 영화는 정글 속으로 뛰어들어 온갖 스펙타클 속에 갈피를 잃는 듯하다. 장엄한 정글, 그 속을 나무 줄기를 타고 날아다니는 타잔, 타잔과 고릴라와의 결투, 전작들보다 당차고 멋진 제인…. 영화는 볼거리로 가득하다. 감독은 이런 멋진 스펙타클 속에 고뇌하던 타잔이 탐욕스런 노예 무역상 레온 롬에게 납치당한 제인과 콩코인들을 구하는 과정을 통해 타잔의 인간적인 고뇌 또한 해소된 것으로 본 듯하다.
1912년 미국의 소설가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가 '유인원 타잔'을 발표한 이례 100여 년이 넘게 타잔은 전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데 과연 타잔이 실존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새삼 해본다. 2001년경 발견된 칠레의 '개소년'. 아기 시절 버려진 소년을 암캐가 데려가 젖을 먹여 키워 11살경에 발견되었다. 1920년 발견된 늑대가 키운 두 명의 소녀들 또한 타잔이나 정글북의 모글리처럼 동물이 모성을 발휘해 인간을 키운 사례였다. 하지만 개소년도 발견 당시 지능 발달이 멈춘 상태였으며 늑대가 키운 두 명의 소녀들 역시 인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체 한 명은 발견 후 1년, 다른 한 명은 9년만에 죽고 말았다. 정글 생활로 다져진 근육질 몸매에 인간 사회에 완벽하게 적응하고 사랑과 정의를 위해 싸우는 영화 속 타잔은 다분히 비현실적인 허구의 캐릭터이다.
영화는 허구의 캐릭터 타잔이 중심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실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실제로 벨기에 왕, 레오폴드 2세는 19세기 콩고에 '콩고 자유국'을 세운다. 이를 통해 콩고인들을 노예화하여 고무착취에 동원하고 고무 할당량을 채우지 못할 경우 매질을 하고 신체를 절단하는 등의 만행을 저질러 1천만 명 이상을 학살해 '콩고의 학살자'로 불렸다. 이를 목격하고 항의서를 보낸 조지 윌리엄스가 이 영화의 또 다른 축인 것이다.
그런데 영화를 통해 생각의 지평을 넓혀본다면 이 아프리카 노예 무역이 단순한 '과거의 역사'가 아닌 '오늘의 문제'라는 점을 돌아보게 된다.
아프리카에서는 내전 등을 위해 어린이들이 납치되어 인간 군인노예가 되고 있다. 2015년 개봉한 미샤 바튼의 주연의 <호프 로스트> 속에서 스타를 꿈꾸던 루마니아 소녀가 영화 제작자라는 남자를 따라 로마를 갔다 충격적인 인신매매를 경험한 것은 동유럽에서 증가 추세에 있는 인신매매 사태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태국 북부 치앙마이, 치앙라이 등의 도시에서 구걸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인신매매업자들의 관리 아래 있다. 정글 같은 태국 산악지방에서는 마약에 중독된 부모들이 단돈 몇십 달러에 인신매매업자들에게 자신의 아이를 내맡긴다. 관련 NGO단체 추산 전세계 3천만에 달한다는 인간 노예들은 감금된 상태에서 16시간 이상의 노동을 하는 노동 착취형 노예나 성매매를 하루에도 수십 차례 강요당하는 성매매 피해자들로 이들에게는 감금, 폭력, 성폭행 등의 피해가 일상 생활이라 할 수 있다.
쉽게 돈을 벌어 낭비를 일삼을 것이라 치부되는 한국의 성매매 여성들 또한 인신매매의 피해자라 할 수 있다. 이들의 70%는 결손 가정 출신으로 가정의 학대를 견디지 못하고 가출한 경우이다. 이들을 상당수 인터뷰한 적이 있는 기자는 말로는 못할 반인륜적인 학대를 가정에서 당하고 이를 못 견뎌 가출한 사연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가정을 떠난 그들이 돌봐줄 가족, 친인척이 없어 거리에서 비슷한 상황의 청소년 친구들과 함께 성매매에 가담하게 되는 특수한 상황과 과정이 이들 가운데에서는 평범한 이야기인 것에 경악을 금할 수가 없었다.
영화와는 달리 현실 세계엔 영웅 타잔은 없고 노예 무역만이 존재하고 있다. 현실 속의 우리도 절대 타잔처럼 될 수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정글과 야생동물들이 실제로 있지만 우리가 쉽게 볼 수 없는 것처럼 우리가 피부로 느낄 수는 없지만 현대 사회의 노예산업과 그 피해자들이 존재한다니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변호사 및 법조인들이 모여 인신매매 등의 인권 침해상황을 해당 국가가 조치하도록 촉구하는 국제정의단체, IJM (International Justice Mission)은 IJM 케냐 스탭 윌리 키마니와 의뢰인 조세파 므완다, 그들의 택시 운전사 조셉 뮈루리가 나이로비에서 납치, 살해되었다고 발표했다. 최소한 국제 인신매매 문제가 있고 최전선에서 생명을 걸고 싸우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지지해 준다면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을 것이다.(www.ijm.org) 한국에도 반 성매매단체 에코젠더(www.ecogender.or.kr) 등이 한국 성매매 피해여성들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에코젠더 스탭들이 문자 그대로 밤낮 없이 성매매 여성을 구출하고 이들의 갱생을 위해 헌신하는 이야기 또한 놀랍지만 이들에겐 일상이다. 성매매가 인신매매의 일종임을 인식하고 에코젠더나 반성매매 NGO들의 활동을 소액의 후원이나 아니면 심정적으로라도 응원해 주는 것이 큰 힘이라고 이들은 말하고 있다.
영화 '레전드 오브 타잔'은 허구의 영웅이 과거의 역사를 바꾸는 내용이다. 그런데 영화가 현실을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영화사적으로는 그저 평범한 상업영화 줄거리 안에서 부각된 노예무역과 인신매매. 이 영화가 우리 모두가 함께 현실세계의 음지에 감금된 체 신음하고 있는 누군가를 주목하는 단초가 되어주길 바라는 다소 비현실적인 바램이 간절해진다.
프랑스 유로저널 석부리 기자 Eurojournal18@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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