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예술가의 행복
천상병 시인 얘기 아시죠.
하루에 천 원인가를 부인한테 타가지고 나와서 차 마시고 밥 먹고 술 마시고 다 합니다.
그런데 무슨 특별한 날에는 이발도 해야 되고 그러니까 더 달라고 떼쓰고,
이런 얘기가 시에 나옵니다.
그러면서 구박받는 것을 상당히 즐거워하시더군요.
왜냐 하면 그렇게 자기한테 용돈 줄 사람 있으니까…….
그런 분들이 시인입니다.
이상 시인의 이야기를 보십시오.
화류계 여성에게 얹혀살면서 굉장히 행복해 합니다.
바라는 게 없기 때문이죠.
그저 술 한 잔 마시면 되고, 누워서 잘 데 있으면 행복했답니다.
지금 제일 인기 있는 시인이 이상입니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몇 십 년 동안 계속 그래요.
또 가장 인기 있는 화가는 이중섭인데,
그분도 그렇게 살다 가셨습니다.
EBS에서 가끔 세계의 화가들을 순례하면서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합니다.
엊그제 르누아르 편을 봤는데 고흐가 나오더군요.
고흐가 너무너무 가난해서 하여간 물감 살 돈도 없는 형편이었다고 합니다.
그걸 보고 르누아르가 먹을 것을 고흐에게 가져다주는데,
르누아르 부인이 우리도 먹을 게 없는 형편에 거기 퍼다 주냐고 하는 장면이 나오더군요.
그런 걸 딛고 이룬 겁니다.
자기가 원하는 건 돈 버는 게 아니고,
그림 그리는 거니까 가난에 쪼들리면서도 그림을 그린 겁니다.
지금은 고흐 그림 하나에 몇 백 억씩 되죠.
그런데 당대에는 그렇게 가난했습니다.
이름을 날리는 사람들은 그렇게 한 가지로 끝을 보는 분들입니다.
대개 옆에서 흔들면 같이 흔들리기 쉬운데,
내내 초지일관하시는 분들이 후세에 길이길이 작품을 남기시더군요.
Grinee, Lee / 유로저널 칼럼니스트 / 현재 호주 시드니 거주
grinee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