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만 바라보는 해바라기성 친박계, 더이상 용납 못한다
새누리당 친박 핵심인 최경환•윤상현 의원 등이 박근혜 대통령을 팔아 공천에 노골적으로 개입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소문으로만 떠돌던 친박 세력의 공천 개입 양상이 적나라하게 폭로되는 가히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이 녹취록에서 최•윤 두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화성갑에 예비후보 등록을 신청한 김성회 전 의원에게 무시하는 말을 거침없이 하면서 모멸감을 주었고, 상대방을 겁
박하는 등 공천권을 종횡무진 휘둘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 의원은 김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기라면서 “사람이 세상을 무리하게 살면 되는 일이 아무것도 없잖아. 자꾸 (서청원 의원과) 붙을라고 하고 음해하면 ○○○도 가만히 못 있지”라고 핀잔을 줬다. 그는 “감이 그
렇게 떨어지면 어떻게 정치를 하냐”는 말도 했다. 윤 의원 역시 김 전의원을 향해 “까불면 안 된다니까. 내가 형에 대해 별의별 것 다 가지고 있다”며 상대의 약점을 자극하는 협박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이 “너무 심한 겁박을 하는 것 아니냐”는 말로 불쾌감을 표시할 정도였다.
최 의원은 ‘(지역구를 옮기라는 것이) VIP(대통령)의 뜻이 확실하냐’는 예비 후보자의 물음에 “그럼, 그럼”이라고 답했다. 윤 의원도 “뒤에 대통령이 있다니까. 대통령 사람이기 때문에 (피해서) 가야 한다니까, 대통
령의 뜻을 이야기해준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지역구를 옮기면 공천을 보장해주겠느냐는 물음에 “옆(지역구)에 보내려고 하는 건 우리가 그렇게 도와주겠다는 것이고. 그건 ○○○도 보장을 하겠다는 것 아니냐”라며 자신들이 임의로 공천 신청지역
을 옮겨 줄 수 있다고 암시했다.
윤 의원 역시 “○○지역은 당연히 보장하지”라고 했다. 윤 의원은 “‘경선을 하라’고 해도 우리가 다 (당신을 후보로) 만들지. 친박 브랜드로. ‘친박이다, 대통령 사람이다’”라고 하면서 ‘친박’이면 무조건 당선될 것이란 오만한 인식도 보여줬다.
공천 당시 “친박계가 공천을 좌우하고 경선 지역도 편의에 따라 정한다”는 이야기가 뜬소문이 아니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최 의원은 지난 6일 8•9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총선 기간 동안 공관위 구성과 공천 절차에 아무런 관여도 할 수 없었던 평의원 신분이었다.
마치 제가 공천을 다 한 것처럼 매도당할 때에는 억울함을 풀어볼까 생각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말했지만 거짓말로 드러났다 .
이제 지난 총선 공천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무뢰배이자 폭력배로 둔갑한 것에 대해 박 대통령이 직접 저간의 사정을 국민과 당원에게 솔직하게 해명해야 마땅하다.
새누리당 총선 참패는 '배신의 정치 심판'이라면서 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잘라내려는 ‘유승민 의원 찍어내기’ 등 박근혜 대통령의 오만과 공천 보복에서 비롯됐음을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다른 원인이 있을
수도 없다.
그 아집만 없었다면 애초에 공천 분란이 일어날 이유가 없었다. 여기에 '진박 마케팅', 윤상현 의원의 '막말 파문', 김무성 대표의 '옥새 파동'까지 곁들여지면서 파벌적 목표를 위해서라면 공익, 규정, 절차, 상식, 민
심을 깡그리 무시하는 패거리의 정치를 자행했다. 총선 당내 경선 후보까지 겁박해 갈아 치웠고, 선거 후에도 자기들 말을 듣지않으면 비대위원장이든 당의 원내대표든 사무총장이든 공식 기구를 언제든지 뒤집어
엎는 오만한 모습도 보였다.
이렇게 당을 망가뜨리면서 나선 진박들은 지금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서명에 앞장서고 있어 국정과 대통령에 대한 배신을 서슴치 않고 있다.
이것이 박 대통령과 측근 권력이 총선에서'배신의 정치'를 심판했다는 결과다.
선거 중립 의무가 있는 대통령이 여당 공천에 개입해서는 안됨에도 불구하고 친박 핵심들을 통해 경선에 영향력을 미쳤는 지 해명이 필요하며, 최•윤 두 의원의 발언이 대통령 뜻과 무관하다면, 새누리당에 두 의
원의 중징계와 법적 처벌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친박 그룹은 그동안 자기들의 이익을 지켜줄 수호자로 최경환 의원을 밀다가 그가 불출마를 선언하자 대안으로 8선 최다선 의원이자 당 대표를 두 번 지낸 친박계 실세 원로 서청원 의원을 당대표로 옹립하려고
했으나 이번 녹취록 사건 등으로 서 의원마저 불출마를 선언하게 되었다.
그들이 서청원 의원을 옹립하려는 핵심 이유가 공공적 명분이 아니라 친박 출신 다른 후보들의 배신 가능성’과 ‘친박의 구심점이 되어달라는 것’이라고 하니 한참 수준 낮은 정치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이미 자체적으로 4•13 총선 참패의 원인을 분석한 총선 국민 백서에서도 친박의 눈치만 살펴 계파 갈등에 따른 공천 파동, 대국민 소통 부재와 오만, 정책 부재 때문에 졌다는 두리뭉실한 이유만을 제시했고 외부
인사와 당원들의 비판을 나열했을 뿐 책임 소재를 정면으로 규명한 내용이 없을 정도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언론이 충분히 다룬 내용만 열거했다.
패거리 지어 몰려다니며 친박이 아니면 모두 적을 대하듯 하는 패권주의 행태가 조금도 달라지지 않고 있는 새누리당에서 최경환, 서청원 의원의 당 대표 불출마 선언을 분기점으로 삼아, 시대착오적인 ‘친박 파벌
’의 완전 해체로 가는 출발점이자 청와대만 바라보는 해바라기성 파벌과 계파 정치를 끝장내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