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의 삶을 흔들어 놓는 예술가 1 >
싸이 톰블리 ( 1 )
1. 미친 냄새
6월 말부터 7월 말, 오래 가면 8월 초까지 내리는 우기철인 장마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여름 기상 기후이자, 한반도 강수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며칠간 이 장마가 잠시 쉬어가는 사이, 폭염주의보가 내려지고 찜통 더위가 찾아왔다.
오늘은 분명 비가 오지 않는다고 했는데, 오전에 차를 타고 길을 나서는데 비가 내렸다. 차 앞유리면에 물방울들이 맺혔다가 퍼지고 와이퍼로 밀려났다 사라진다. 그리고는 다시 맺혔다 퍼지고 없어기지를 반복한다. 문득 싸이 톰블리(Cy Tombly, 1928~2011)의 그림들이 떠올랐다.
Scent of Madness, 싸이 톰블리, 1986
꽃을 그린 듯 보이지만 뚜렷한 형태나 윤곽선 없이 몽환적인 것이 두리뭉실하고 달콤한 솜사탕같기도 하다. 미친 냄새가 무엇인지 어떤 향기가 스르르 나는 것 같다.
이것은 프로테우스(Proteus)다.
Proteus, 싸이 톰블리, 1984
프로테우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변장술에 뛰어난 바다 신의 이름인데, 작고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아 늦게서야 발견된 해왕성의 가장 작은 위성에 이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톰블리는 왜 이 꽃으로 보이는 것에 프로테우스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이 신비롭고 아름다운 그림에서 그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차 뒤 유리창으로 보이는 풍경도 빗방울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Untitled, 싸이 톰블리,1963
톰블리의 작품들은 여느 추상표현주의 화가들과는 달리 무언가 담백하며 정갈함이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살아움직이는 생동감이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싸이 톰블리의 그림을 처음 보면, "이것도 예술작품이야?", "낙서아닌가?"하고 의아해 한다.
Untitled, 싸이 톰블리,1970
사실 싸이 톰블리는 작품 하나당 40억 원 이상으로 비싸게 거래되는 유명한 작가다. 2001년 제49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작가 부문 황금사자상을 수상해 더욱 알려지게 되었다.
2. 소외된 추상표현주의 작가
싸이 톰블리 (1971)
싸이 톰블리는 1928년 미국 버지니아 주 렉싱턴에서 태어났다. 보스턴 미술관 학교와 워싱턴 대학교, 리 대학교, 뉴욕 아트 스튜던츠 리그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여기서 그는 로버트 라우셴버그의 권유에 따라 노스캐롤라이나 주 애슈빌의 블랙 마운틴 칼리지에 입학해, 프란츠 클라인(Franz Kline, 1910-62), 로버트 머더웰의 지도를 받았다. 그래서 당시 그의 작품에 프란츠 클라인의 표현주의적 성향이 나타난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2012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400억원에 팔린
클라인의 '무제(1957)'
Untitled, 싸이 톰블리,1951
1952년 그는 버지니아 미술관이 주는 상을 받으면서 북아프리카,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을 여행할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되었다.
톰블리는 재스퍼 존스, 로버트 라우셴버그, 바넷 뉴먼, 마크 로스코 등과 같이 추상표현주의 제2세대에 속한 작가였지만, 동료 작가들의 화려한 활동 속에 철저하게 소외되었고, 결국 1957년 전후 미국 아방가르드 무대인 뉴욕을 떠났다.
1955~1959년 사이에 뉴욕과 로마를 오가며 작업을 하던 톰블리는 마침내 로마로 작업실을 완전히 옮기기로 결정했다. 로마에서 그는 처음으로 하얀색을 입힌 추상조각을 시작했으며, 이 시기가 바로 현재의 톰블리를 있게 한 전환의 길목에 해당된다.
Catalogue Raisonné of Sculpture Volume 1
싸이 톰블리, 1946-1997
이후, 레오 카스텔리 미술관, 밀워키 아트센터와 스위스 베른 미술관, 휘트니 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 등의 유명 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들을 가졌고, 1995년 휴스턴에 싸이 톰블리 갤러리가 문을 열었다.
3. 역사 속에 새로운 돛을 달고 항해를 시작하다
( 다음에 계속 )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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